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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칼럼] '스타이'는 없다
 
정은균 교사, 군산영광중 기사입력  2018/09/13 [21:10]

 

우리나라에 있는 많은 초·중·고등학교가 학교교육과정의 핵심 목표를 상급학교 진학에 두고 있다. 이런 모습을 비난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지만, 상급학교 진학을 위해 일로매진하는 학교와 교사는 억울할 만하다.
 

우리나라 초·중·고교 교육의 기본 틀을 규정한 초·중등교육법 제25조를 보면 '학교의 장은 학생의 학업성취도와 인성(人性) 등을 종합적으로 관찰·평가하여 학생지도 및 상급학교의 학생 선발에 활용할 수 있는 자료'를 교육부령이 정하는 기준에 따라 작성하고 관리해야 한다. 법령상 자료들은 7가지로 나뉘어 나열되어 있는데, 그 핵심은 한 가지(라고 간주된)다. 5번째 항목, 곧 '교과학습 발달상황'이라는 우아한 2어절 표현으로 포장되어있는 '성적'이다. 이제 성적을 디딤돌 삼아 이뤄지는 상급학교 진학 문제는 합리성과 공정성, 평등성, 기타 등등의 온갖 사회문화적 가치를 충족해야 하는 고난도 방정식이 된다.
 

이야기를 이렇게 풀어가다 보면 학교 교육이 온통 상급학교 진학이라는 유일무이한 목표만을 향해 달려가는 것처럼 이해될 수 있다. 당연히 실제 그런 면이 있다. 현실은, 우리가 이상이라고 생각하는 방향과 전혀 맞지 않는 쪽으로 굴러갈 수 있으며, 그럴 때 우리가 느끼는 것은 막연한 긴장과 두려움, 미지의 세계가 안겨주는 공포뿐이다.
 

그런데 이런 의문이 든다. 그렇게 사는 것이 옳을까. 나는 어느 누구도 이 질문에 "그렇다"고 대답하지 않으리라 본다. 그리고 그 이유를, 우리 모두는 너무나도 잘 알고 있다. 이쯤에서 얼마 전 미국 회사 구글에서 일하는 데이터 과학자 세스 스티븐스 다비도위츠가 <모두 거짓말을 한다>에 소개한 스타이버선트고등학교(일명 '스타이')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다.
 

스타이는 꿈의 학교다. 미국에서 30만 명의 학생과 부모가 2700만 개의 평가를 이용하여 내린 미국 공립학교 순위에서 1위를 차지하였다. 스타이 졸업생 약 4분의 1이 아이비리그나 그에 준하는 명문 학교에 진학한다. 더 놀라운 것은 스타이의 학비가 '0원'이라는 사실이다. 매년 11월 뉴욕에 거주하는 청소년 약 2만7000명이 5% 내 합격권에 들기 위해 치열하게 경쟁하는 현상은 너무나도 자연스럽다.
 

미국 메사추세츠공과대학교(MIT)와 듀크대학교 경제학자들이 스타이를 대상으로 회귀 불연속 설계(regression discontinuity design) 실험을 실시하였다. 사람들을 두 개의 다른 집단으로 구분하는 정확한 수치(불연속)가 있다면, 경제학자들은 커트라인에 아주 가까운 사람들의 결과를 비교(회귀)할 수 있다.
 

아틸라 압둘카디로글루를 위시한 엠아이티와 듀크대의 경제학자들은 1~2점 차이로 스타이에 떨어진 학생 수백 명을 조사한 뒤, 이들을 커트라인에서 1~2점을 넘겨 스타이에 붙은 학생 수백 명과 비교하였다. 비교 잣대로 삼은 것은 학생들이 고교 재학 중 대학 수준 수업을 받고 취득한 학점인 AP 점수, 미국 대학수능시험인 SAT 점수, 입학한 대학교의 순위였다. 이 흥미진진한 실험의 결과가 어떻게 나왔을까. 그들이 쓴 논문 제목에 답이 있다. <엘리트 환상(Elite Illusion)>. 우리 모두는 성적에 관한 진실을 이미 너무나 잘 알고 있는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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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8/09/13 [21:10]  최종편집: ⓒ 교육희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