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양강좌] 불법 도촬, 온라인 그루밍에 노출… 촬영물 유포도 '성범죄'

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 | 기사입력 2018/08/31 [0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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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양강좌] 불법 도촬, 온라인 그루밍에 노출… 촬영물 유포도 '성범죄'
[교사들에게 들려주는 교양강좌] 34 청소년의 디지털 성범죄 실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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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사들에게 들려주는 교양강좌] 34 청소년의 디지털 성범죄 실태

 

 © 일러스트 · 정평한

 

디지털 기기의 발전에 따라 사이버 공간은 더 이상 가상 공간이 아닌 실제의 원본이나 실제를 증폭시키는 강력한 공간으로 변화했다. 이제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경계는 없다. 특히 한국은 세계 최초로 인터넷 보급률 80%를 돌파한 이후 리서치마다 타 국가에 비해 높은 인터넷 연결성을 드러내고 있다. 거의 모든 사람이 스마트폰을 이용하며, 현실의 정보가 촬영 등의 행위를 통해 어떠한 중간 개입도 거치지 않은 채 실시간으로 디지털 매트릭스에 전송 가능해진 사회. 물고기가 물에서 헤엄치는 것을 자연스럽게 여기듯, 이 나라에서 나고 자란 청소년들은 사이버 공간을 당연한 현실 공간으로 받아들인다. 

 

그러나 제도와 교육은 아직 이러한 변화를 따라잡지 못해 허둥대는 중이다. 사이버 공간에서 일어나는 성폭력은 '인터넷에 접속하지 않으면 해결되는 '가상 공간의 비실체적인 문제'라는 구시대적인 발상을 버리지 못하고 오프라인 기반으로 생각하다 보니 촬영 기기를 규제한다든가 화장실에서 몰카를 탐지해 본다든가 하는 선에서 대응이 그치고 만다. 웹2.0에서 3.0으로 넘어가고 있는 현세대와 같은 감각으로 이 문제를 바라보지 않는 이상 제대로 교육을 할 수도 없다. 

 

불법 촬영물 사이버 공간에 올리면 '사이버 성폭력'

 

먼저, 사이버 성폭력이란 무엇인가? 오프라인에서 일어나는 성폭력이 있듯이 온라인 공간에서 발생하는 성폭력이 있고, 그것을 사이버 성폭력이라고 정의한다. 사이버는 행위를 매개하는 기술적 의미와 피해 발생 공간의 의미를 담고 있다. 디지털 성폭력이라는 단어가 많이 알려져 있는데, 이 문제가 새롭게 나타난 폭력인 만큼, 사전에 진행되었던 연구도 없었고 '이럴 때는 이런 단어다'하고 정해진 기준이 없었기 때문에 시행착오를 겪어 가며 단어를 정립해 나가고 있다. 디지털 성폭력은 디지털 기기를 매체로 하여 발생하는 성폭력을 말하는데, 여성의 치마 속을 몰래카메라로 찍거나 동의 없이 성관계를 촬영하는 불법 도촬 범죄 같은 걸 의미한다. 이 불법 촬영물을 사이버 공간에 올렸을 때, 그때부터는 사이버 성폭력으로 본다. 사이버 성폭력은 '기술' 중심이 아닌 '공간' 내의 성폭력이고, 디지털 성폭력의 형태들이 사이버 공간에 닿았을 때의 성폭력을 말한다. 

 

사이버 성폭력의 유형은 옆의 표와 같다. 이 중 촬영물을 이용한 디지털 성폭력의 영역에 해당하는 범죄를 조금 더 자세히 설명하도록 하겠다. 

 

첫 번째로, 공공장소 불법 도촬 유포 피해다. 스마트폰 카메라, 변형 카메라로 공공장소에서 불법 도촬을 한 후 업로드하는 것이다. 그리 비싸지 않은 가격에 변형 카메라를 구매할 수 있으며, 화장실 문에 박힌 나사못 하나마저도 사실은 그런 카메라일 수 있다는 점 때문에 여성들의 불안감이 매우 크다. 

 

다음은 비동의 유포 성적 촬영물이다. 소위 리벤지 포르노라고 불렸던 문제다. 그러나 이 영상은 복수 때문에 뿌려진 경우가 아닐 때도 많고, 단순히 포르노 사이트의 포인트를 얻기 위해서, 자신의 성관계를 자랑하기 위해서 여성의 동의 없이 유포하기도 한다. 무엇보다 포르노가 아니라 범죄의 증거물이자 피해를 촬영한 결과일 뿐이기 때문에 포르노로 불려서는 안 될 것이다. 이런 유포 피해의 경우, 사건이 발생한 시점과 인지한 시점이 다르고, 제삼자를 통해 인지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이와 같은 피해 촬영물이 '국산 야동'으로 소비되는 사회문화적 분위기가 존재해 많은 여성은 자신도 피해당한 것이 아닐까 하는 불안 피해를 호소하기도 한다. 이런 피해 촬영물들은 여러 개로 편집돼서 유포되기도 하고, 해외 불법 포르노 사이트, 국내의 웹하드, p2p, SNS 등 다양한 플랫폼으로 유포된다. 

 

유포에는 재유포, 제3자 유포 피해가 있다. 원 유포자가 피해 촬영물을 또 유포하는 경우와 제3자가 피해 촬영물을 저장해두었다가 다시 유포하는 경우를 말한다. 사이버 성폭력 사건은 피해 촬영물이 파일 형태로 유포되고, 저장/복사가 용이하기 때문에 누군가 재유포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한번 유포가 이루어진 후 수사와 재판과정을 모두 거쳐도 재유포가 이루어지면 사건의 피해 회복 과정이 최초 유포 시와 동일하여 처음부터 회복 과정을 진행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 

 

 


▲ 웹하드 카르텔 설명    

 

온라인 그루밍은 새롭게 부상하고 있는 문제로, 아동 청소년 피해 여성의 인입이 증가하는 중요한 요인이다. 아동 청소년에게 '예쁘다', '사랑한다'라며 호감을 사고 차근차근 손 사진, 발 사진부터 시작해서 성적인 촬영물까지 받아내는 수법을 말한다. 피해 청소년이 촬영물을 자기 손으로 가해자에게 보내기 때문에 여성주의적으로 해석하지 않으면 이를 폭력이라고 인정받기조차 어렵고, 피해자가 사건의 의미를 뒤늦게 인지한 후 매우 죄의식을 가지게 된다. 심지어 어떤 아동 청소년은 누구도 요구하지 않았는데 그냥 자신의 자위 영상 등을 트위터에 올리기도 한다. 이는 아이의 자발적인 선택이므로 그 아이 한 명이 성적으로 문란한 것일 뿐, 사이버 성폭력의 피해로 볼 수 없는 사안일까? 성인에 비해 경험이 부족하고, 어떤 사안에 '동의'했을 때 자신이 진정으로 감당해야 하는 몫을 잘 알지 못하며 성인과 같은 정치적, 경제적 권리를 갖지 못하는 아동 청소년의 '자발적 행동'을 정말 100% 자발적이고 주체적인 행동이라고 여기는 것은 어른들이 자기 마음을 편하게 하려고 하는 외면 행위에 불과하다. 

 

 

 

별다른 문제의식 없는 청소년들의 성범죄 

 

여성을 촬영한 촬영물이 사이버 공간에 범람하고, 아예 이러한 '국산' 장르를 유통하는 유통 시장이 구성되어 사이버 성폭력이 성산업화된 현실 속에서 여성 청소년들은 성적 촬영물로 대상화 당하는 일을 통해 '이렇게 하면 사랑받고 관심받을 수 있다'라는 욕망의 문법을 구성하는 반면 남성 청소년들은 여성의 동의 없이 촬영된 범죄의 증거가 '야한 것'이라는 잘못된 인식을 배우며 '촬영해 유포해도 별일 생기지 않는' 분위기를 느낀다.

 

학생들은 생각보다 아무 생각이 없는 경우가 많다. 그저 남들이 하니까 나도 한다는 분위기에 강하게 휩쓸린다. 채팅 앱을 쓰지 않으면 잘나가지 못하니까 굳이 관심이 없어도 유행하는 채팅 앱을 사용하고, SNS에 성적 촬영물을 올리는 사람이 자꾸 보이고 그런 사람들이 인기를 얻는 모습을 보게 되니 SNS를 하려면 자기 촬영물을 올려야 하는 줄로 안다. 성관계 영상도 이후에 미칠 영향을 고려하지 않고 찍자고 하니 찍고, 자기 촬영물이 유포된 상황이 와도 무슨 일인지 잘 파악하지 못하고 어른으로서는 이해하기 어려운 다양한 반응을 보이기도 한다. 여자를 욕하고 혐오하는 콘텐츠가 많으니 XX년, 앙 기모띠 등 포르노 문화에서 흘러나온 언어를 입에 달고 살며, 일베 등지에서 불법촬영 이슈에 분노하는 여성들을 메갈 워마드라고 부르니 불법 촬영이 잘못됐다는 생각보다 그 문제를 지적하는 여성들이 이상한 사람들이라고만 생각한다.

 

청소년 디지털 성범죄, 성인범죄 양상 그대로

 

학생들의 디지털 성범죄라고 했을 때, 학생이라는 이유로 특수하게 저지르는 가해는 거의 없다. 불법 도촬, 촬영물 유포 등의 성인범죄 양상을 그대로 배우고, 비슷한 행동을 하기 때문이다. 

 

본 센터 상담 사례 중에서는 불법 도촬과 같은 디지털 성폭력을 저지른 남학생들이 사이버 공간에 같은 반 여학생의 촬영물을 유포했지만, 해당 학급 남학생 중 도대체 몇 명이 이 범죄에 가담했는지 알 수도 없고 특정해 처벌할 수도 없어 피해 여학생들만 전학을 가야 했던 건이 있었다. 그런데 기가 막히는 것은, 그다음 해에도 해당 학교에 유사한 사건이 발생한 것이었다. 이번에는 같은 반이었던 그 남학생들이 학년이 올라가며 다른 반으로 흩어져 배정되면서 각 반에서 촬영범죄를 저지르고 유포했기 때문에 피해받은 반이 많아졌다. 작년에 해봤는데 걸리지 않았으니 더 대담해진 것이라 볼 수도 있겠다.

 

이렇게 유포한 촬영 게시물이 성관계 영상인 경우도 생각보다 많다. 처음으로 성관계를 시작하는 평균 연령은 13세 정도로 낮아졌다. 여자친구와 헤어지고 나서 성관계 촬영물을 유포하는 중고등학생들이 실제로 존재한다.

 

동급생뿐만 아니라 여선생님까지 촬영하는 남학생도 있었다. 휴대폰을 떨어뜨려 줍는 척하면서 치마 속을 촬영하거나, 수업이 끝나고 질문을 받느라 정신없는 틈을 타서 특정 부위를 촬영하는 경우가 대표적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선생님이 어른이고 가르치는 위치라는 이유로 용서해야 한다는 압박으로 적절하게 대처하지 못하는 것은 학생에게도 성폭력 피해 경험을 한 당사자 선생님에게도 좋지 않다. 치마를 입은 선생님의 잘못이 아니라는 점도 분명히 해야 한다. 디지털 성폭력, 사이버 성폭력에 대한 제대로 된 이해를 바탕으로 이런 상황들에서의 절차를 마련해 두는 일이 중요할 것이다. 

 

제도와 교육이 미비한 상태로 아프리카 방송과 유튜브를 TV처럼 시청하고 실시간 화상채팅을 하며 시간을 보내는 이 세대가 그대로 어른이 되는 미래는 너무나 참담하다. 아직 성인범죄에 비해 가시화되지 않았을 뿐, 제도가 개입하지 못해 비윤리적인 콘텐츠가 넘쳐나는 사이버 공간에서 어른들이 구축해 놓은 성 산업의 영향을 고스란히 받은 남자아이들은 지금도 디지털 성범죄를 저지르고 있고, 여자아이들은 불법 도촬과 온라인 그루밍의 피해자가 되고 있다. 오프라인 공간에서 성폭행 등 폭력 행위를 하면 안 되는 것과 같이 온라인에서도 마찬가지여야 한다는 가치관 정립이 시급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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