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보도 > 종합보도
필자의 다른기사 보기 인쇄하기 메일로 보내기 글자 크게 글자 작게
초등 일괄 3시 하교 정책 '더 놀이학교'로 둔갑
저출산위, '돌봄 빙자한 교육과정 손보기인가' 교육계 거센 반발
 
김상정 기사입력  2018/08/30 [23:00]

 

 © 일러스트 · 정평한

 

'초등학생 일괄 3시 하교 정책(3시 하교 정책)' 추진으로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는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저출산위)'가 정책 내용은 그대로 두고 이름만 바꿔 '더 놀이학교'를 제안했다. 저출산위는 8월 28일 국회의원회관 제1 세미나실에서 '초등교육의 변화 필요성과 쟁점'이라는 제목으로 토론회 형식의 포럼을 열었다. 이 자리에는 발제자 4명, 토론자 14명을 비롯해 총 60여 명이 참가했으나 교육부 관계자는 단 한 명도 없었다. 3시간 동안 진행될 예정이었던 토론회는 발제자와 토론자들의 발표만으로도 이미 4시간을 훌쩍 뛰어넘는 바람에 충분한 토론을 하진 못했지만, 토론자들의 찬반양론이 팽배한 가운데 반대 입장이 우세했다.

 

갑자기 바뀐 정책 명칭 '더 놀이학교'

 

토론자로 참여한 이들은 당일 갑자기 바뀐 토론회 명칭을 보고 당황스러워했다. 애초 토론회 명칭은 '초등학교 저학년 하교 시간 연장'이었다. 김왕준 경인교대 교수는 "오늘에서야 토론회 제목이 바뀌었다. 이렇게 갑자기 바뀔 수 있는지 의문이다"라고 말하고, 또 다른 토론자는 "더 민주라서 더 놀이학교냐, 그럼 정권 바뀌면 한국학교가 되는 것이냐"라며 "교육정책을 정치에 이용하면 안 된다"라고 지적했다. 토론 시작 전 서영교 국회교육위원회 더불어민주당 간사는 "3시 하교 네이밍부터 바꿔야 한다"며 "더 놀이학교"를 언급하면서 이에 대해 "만나 본 초등학생 부모들이 모두 다 찬성하고 있다"라며 "교육위에서 뒷받침하겠다'라고 말했다.

 

교육전공 교수들, 3시 하교 정책 반대

 

박상철 서울교대 교수는 "돌봄이 필요한 아이가 있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다. 집에 가는 게 좋은 아이가 있는 것도 인정해야 한다."라며, "현재 방과후학교와 돌봄교실까지 감안하면 돌봄이 필요한 아이들이 그 서비스를 제대로 받을 수 있도록 하면 된다"라며 정책에 대한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김왕준 경인교대 교수는 "3시 하교 정책의 목적이 부모의 양육 부담의 감소인지 초등학교의 교육과정을 개선하는 것인지 분명히 정의할 필요가 있다"라고 강조하며 "돌봄과정과 방과후 과정을 확대하고 개선할 필요가 있다"라고 제언했다. 반면 진세경 공주교대 교수는 하교 시간 연장은 "모든 학부모나 학생들에 대한 더 많은 보편적인 교육 기능을 수행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라며 찬성 입장을 내비쳤다. 

 

교사 기득권 내려놔라 VS 교사 죄인 취급 말라

 

정영모 한양대 교수는 "방과후학교도 초등돌봄교실도 다 거부했고 3시 하교도 거부하고 있다"라며, '교육자가 기득권을 내려놔야 할 필요가 있다'라고 말했다. 3시 하교 정책을 추진하고 있는 사립초등학교 사례를 소개한 손상영 동산초 교감은 "어떤 문제가 발생했을 때마다 학교로 그 문제를 집중시키고 학교에서 해결하려고 하고 마치 교사가 죄인이 된 것처럼 하는 정책문화는 없어지기 바란다"라고 말했다. 또, "돌봄문제는 교육기관이 아니라 지자체에서 해결해야 할 문제고 사립학교의 모델을 일반화하기는 어렵다"라며 3시 일괄하교 정책에 대한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 

 

학부모 단체, 찬반 입장 확연히 갈려

 

송지현 정치하는 엄마들 활동가는 "3시 하교에 대해서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고 부모의 노동시간 동안 아이의 공백을 메우려면 학교가 가장 안전하다"며 찬성 입장을 분명히 했다. 

 

참교육을위한전국학부모회(참학)은 이 정책에 대해서 처음엔 반대 입장이었다. 이윤경 참학 상담실장은 '보편적 복지 차원에서 누구는 남아서 먼저 가는 애들 부러워하는 이런 환경이 아니고 전체가 다 공교육 안에서 친구들하고 친하게 지낼 수 있길 바라는 마음에서 찬성 입장을 가지고 나왔다'라며 입장이 바뀐 이유를 설명했다. 

 

토론회 참관자 발언에서 김영주 평등교육실현을위한전국학부부모회(평학) 대전 대표는 평학에서 실시한 학부모 설문결과를 발표했다. 김 대표는 "학부모들 대다수가 3시 하교 정책에 대해서 반대한다"라며 "저출산위의 일방적인 정책은 발상 자체가 잘못됐다"라고 비판했다. 

 

"교사들뿐만 아니라 아이들도 반대"

 

유정희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충북지부 초등위원장은 "초등 3시 하교를 저출산위에서 해야 하는 이야기인가 교육부에서 해야 하는 이야기인가? 초등교육 방향을 설정하는 거라면 교육부는 어디 갔는가? 놀이와 휴식시간을 확보하자는 것인가, 기초수업시간을 연장하자는 것인가? 정책 목적부터 명확하지 않은 상황에서 토론하는 것이 맞는 것인가?"라고 문제의식이 담긴 질문을 던졌다. 또한, "이 정책은 부모의 노동시간을 유지하려고 아이의 학습 시간을 늘리려는 것이며 부분의 문제를 전체로 의무화하는 전체주의적인 해결방안이다"라며 비판했다.

 

실천교사모임 기획위원인 한희정 서울 정릉초등학교 교사는 "학교 전일제화를 시행하고 있는 독일도 13년 동안 55%인데, 7년 동안 100%를 만든다는 발상 자체가 구시대적이며 국가주의적 발상"이라고 지적했다. 한희정 교사는 덧붙여 "아이들에게 학교에서 놀이시간 더 주고 3시에 끝나면 어떨까"라고 질문해봤더니 학생들이 '치사하다', '지금도 너무 힘들어요', '일찍 집에 가고 싶어요'라며 거의 다 반대했다고 말했다. 

트위터 미투데이 페이스북 요즘 공감
기사입력: 2018/08/30 [23:00]  최종편집: ⓒ 교육희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