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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칼럼] 소득주도성장의 비애
 
홍석만 참세상연구소 연구실장 기사입력  2018/08/30 [21:45]

 

소득주도성장은 소비, 투자, 순수출로 구성되는 경제성장에서 투자율은 OECD 국가 1위로 높은 데 비해 소비가 적기 때문에 소득을 올려 소비를 이끌고 경제성장을 달성한다는 전략이다. 정부는 소득주도성장을 위해 최저임금 인상과 각종 지원대책도 마련했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소득분배율은 더 악화해 소득 상위 20%의 소득은 10% 넘게 늘었고, 소득 하위 20%의 소득은 오히려 줄었다. 하위계층의 소득 감소는 고용 악화 때문인데 조선, 자동차 업종 등의 구조조정과 영세자영업의 불황이 주요 원인이다. 이 때문에 청년고용보다 이제는 3, 40대의 고용률이 곤두박질친 가운데 소득 격차가 더 벌어지고 있다. 노인빈곤율이 최악인 것을 고려하면, 20대부터 시작된 빈곤과 불안정 노동은 30대 40대를 거쳐 생애주기 전체에서 죽을 때까지 벗을 수 없는 멍에가 되었다. 

 

소득주도성장은 총수요 진작이라는 케인스주의 정책에 뿌리를 두고 있다. 경기가 하강할 때 국가가 나서서 수요 진작을 위해 노력하면 다시 수요가 상승해 경기가 살아난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런 케인스 정책은 1970년대 이래로 먹혀들지 않고 있다. 케인스 정책은 국가부채를 가중시키고 물가상승과 경기침체를 동반한 스태그플레이션을 일으켰다(이를 타개하기 위해 등장한 것이 '신자유주의'지만 금융거품을 키워 역시 무너졌다). 현재 각 산업의 이윤율은 낮고 부채가 높아 소득이 증가해도 부채를 갚거나 부동산 등 투기적 자산에 몰두하려는 성향이 더 강해 정상적인 투자나 소비 증가로 이어지지 않는다. 

 

기업도 마찬가지다. 설비투자율은 반도체 등 일부 호황산업을 제외하고 전반적으로 침체다. 투자율이 1위인 것은 맞지만 하락률 또한 1위다. GDP 대비 가장 많이 투자하지만 계속 줄여 왔다. 특히 재벌 대기업들은 자사주 매입과 금융투자에 더 열을 올리고 있다. 자본의 요구대로 각종 규제를 철폐하고 법인세를 낮춘다 하더라도 경쟁이 심하고 이윤율이 낮은 상황에서 투자 조건은 달라지지 않는다(게다가 최근의 규제 완화는 은산분리, 의료부문 규제 완화 등 재벌의 국가부문 진출을 요구하는 일종의 민영화와 관련이 있다).

 

오늘날 자본주의 경제 문제는 수요 부족이나 금융시스템상 단순한 오류가 아니라 과잉생산과 과잉자본에 따른 구조적 위기다. 과잉생산으로 산업별 구조조정은 상시적인 과정이 되었고, 생산성은 한계에 달해 전 세계가 생산성 침체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고용 악화도 한국만의 문제가 아니라 세계 경제 전반에 걸쳐 벌어지고 있다. 자동화, 구조조정 등으로 기업의 고용기여도가 낮아진 데 비해 자영업과 독립생산자는 폭발 수준의 성장을 하고 있다. 그러면서 불안정 노동은 계속 확대해 소득분배율이 전에 없이 악화했다. 

 

촛불정부를 자임한 문재인 정부는 경제구조를 혁신하고 재벌체제를 해체하라는 국민의 목소리에 더 귀 기울여야 한다. 최저임금에서 밀리고, 규제 완화에 흔들리고, 재벌에게 투자를 구걸하면 소득주도성장이 아니라 더 큰 문제에 봉착한다. 국가와 사회가 생산과 고용, 투자와 혁신 등 경제 전반을 운영하지 않고 총수요 진작과 같은 역할에 그친다면, 결국 재벌에 의탁해 지금의 경제 질서를 더 고착시키는 상황을 맞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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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8/08/30 [21:45]  최종편집: ⓒ 교육희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