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정의로운 정부란 무엇인가

교육희망 | 기사입력 2018/08/09 [2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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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로운 정부란 무엇인가

 

마이클 샌델은 정의란 무엇인가라는 저서에서 역사에 기록된 과거의 부당행위에 대한 사과를 둘러싼 논쟁을 다루고 있다. 나치의 유대인 학살, 일본군의 위안부 강제 동원, 호주의 원주민 강제 동화정책, 미국의 노예제 등 국가가 저지른 잘못된 정책이 주된 논쟁거리이다. 독일 정부는 나치의 학살에 대해 피해자들에게 배상도 했고 여러 번 사과도 했다. 호주와 미국 정부도 마찬가지로 배상과 사과를 했다. 하지만 일본 정부는 국제적 압력에도 불구하고 사과와 배상은커녕 여전히 책임회피와 역사 왜곡으로 국제사회로부터 비난을 받고 있다.

 

마이클 샌델은 국가적 관점에서 와는 관계없는 조상이 저지른 잘못에 대해 사과하고 배상하는 것이 정의인가(필요한가 또는 의무인가)에 대해 철학적 질문을 던진다. 하지만 이 주제는 우리가 철학적 논쟁에까지 굳이 들어가지 않아도 이성과 도덕으로 상식적인 판단을 할 수 있는 문제이다. 과거에 벌어진 잘못된 일들에 대해 직접 가해자가 아닌, 현재의 우리가 사과하고 책임지는 것은 현재나 미래에는 그러한 과오를 다시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약속이기 때문이다. 김대중, 노무현 정부에서 5·18 광주민주화운동을 비롯한 군사독재 정권 때의 민주화운동과 제주 4·3 등 현대사 과정에서 벌어졌던 국가 폭력으로 인한 희생에 대해 사과와 배()상을 한 것도 바로 그러한 역사적 잘못에 대한 반성이다.

 

최근 사법 농단 사건이 불거지면서 대법원이 정치적 목적으로 재판거래를 했고, 재판의 결과까지도 정치적으로 만들려 했다는 의혹이 계속 드러나고 있다. KTX나 쌍용자동차 노조 문제가 기업과 노동자 간의 문제처럼 보일지라도 거기에는 국가의 정책과 공권력이 동원되었다. 말하자면 하나같이 국가가 개입한 공작과 폭력으로 희생이 발생했다는 것이다. 그로 인한 고통과 피해는 회복할 수 없는 지경으로 가고 있는데 문제의 해결은 앞이 잘 보이지 않는다. 누가 나서서 책임을 지고, 누가 나서서 해결해야 할 것인가?

 

KTX 승무원이 복직되고, 쌍용차 해고자 복직에 대해서도 대통령이 인도의 회장에게 부탁까지 했지만, 문제는 여전히 해결되고 있지 않다. 전교조 법외노조 문제에 대해서도 정부는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 사법 농단 사건이 사법부만의 잘못인가? 사법부는 자신들의 잘못에 대해 아무런 반성과 사죄를 하지 않는다. 국정의 최고 책임자인 문재인 대통령과 정부도 해결책에 대해 아무런 언급도 없다. 누구도 나서지 않고 당사자 간의 문제나 법적인 절차의 문제로만 보는 듯하다. 정치적 부담을 지나치게 두려워하는가? 단순히 삼권분립 문제나 정부의 책임이 없다는 식의 형식논리로 문제를 바라보는 것은 아닌지 자문해볼 때다.

 

일본 정부의 과거사에 대한 태도는 정의로운 정부가 아니라 불의한 정부의 표상이다. 촛불 혁명으로 태어났다고 하는 문재인 정부가 이전 정부의 국정농단과 노동자 민중을 탄압한 적폐에 대해 와는 상관없는 남의 일로 여긴다면 다를 게 무엇인가. 국정역사교과서를 폐지했던 단호함과 세월호 가족, 518 유가족을 따뜻하게 안아주던 감동은 이젠 다 어디로 갔는가. 이전 정부의 적폐를 청산하겠다면서 피해에 대한 국가의 사과와 반성은 왜 더이상 없는가. 고공에서 타들어가는 노동자들의 고통을 해결하려는 노력과 제도적 장치 마련은 왜 없는가. 전교조 법외노조 통보 직권취소는 왜 못하는가.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사에서 했던 나라를 나라답게 만드는 대통령이 되겠다.’라는 약속은 여전히 유효한가? ‘문재인과 더불어민주당 정부에서 기회는 평등할 것입니다. 과정은 공정할 것입니다. 결과는 정의로울 것입니다.’라는 선언은 여전히 유효한가?

문재인 정부는 정의로운 정부란 무엇인가를 다시 되돌아봐야 한다. 여전히 많은 국민이 촛불 정부의 정의가 어떻게 실현되고 있는지 지켜보고 있다는 것을 안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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