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 문화마당
필자의 다른기사 보기 인쇄하기 메일로 보내기 글자 크게 글자 작게
영화 속 선생님
 
박근희 기사입력  2018/07/12 [22:04]

 

 

얼른 꼽아 봐도 선생님을 주인공으로 한 영화는 많다. 대부분 신념이 강하고 희생을 주저하지 않는 선생님의 이야기다. 그런데 적잖이 부족하고, 고개를 숙여 반성하고, 다소 엉뚱하고, 가끔은 제자에게 혼나는 교사 혹은 스승이 있다. 딱 한 장면만 봐도 그들이 어떤지 알 수 있다. 그래서 왠지 모르게 친숙하고 코끝이 찡해진다.

 

<너는 착한 아이> - 일본

오카노는 서툴다. 대거리하는 학생에 싫은 티를 내고, 학부모의 항의 전화에 어쩔 줄 몰라 다른 교사에게 수화기를 넘긴다. 말 안 듣는 학생들에게는 소리만 지르며 새내기 교사임을 여실히 드러낸다. 매일이 힘겨운 오카노. 그나마 속 편히 학교 얘기를 할 수 있었던 여자친구는 언젠가부터 시들하다. 그러니 풀 죽어 몸을 잔뜩 웅크리고 앉아 있을 수밖에 없다. 그때 누나는 아들에게 삼촌을 안아주라 말한다. "귀찮아. 됐어" 하는 사이 와락 안기는 조카. 작디작은 조카에게 안긴 오카노는 이상하게 위로를 받는다. 조카가 등을 토닥이며 "괜찮아"를 되뇔 때마다 잔뜩 찌푸렸던 얼굴도 서서히 풀린다. 다음 날 오카노는 학생들에게 '가족에게 안겨보기'를 숙제로 낸다. '왜 이런 숙제를 내는 거예요. 싫어요'라는 학생들. 새내기 교사 오카노는 어떻게 이 난관을 헤쳐갈까.

 

<다시 태어나도 우리> - 한국

인도 북부 라다크에 사는 스승과 제자는 길을 떠난다. 목적지는 티베트의 캄이다. 열두 살 제자 앙뚜가 전생에서 큰 스님으로 지냈던 사원이 캄에 있기 때문이다. 전생에 승려로 확인된 '린포체'인 앙뚜와 스승 우르갼은 꼬박 두 달을 걷고 또 걸어 국경에 닿는다. 그곳엔 온통 눈뿐이었다. 힘들어하는 제자를 위해 양말을 벗겨주는 스승. "발 냄새 지독하네." 라며 저절로 인상을 찌푸린다. "많이 걸어 다녀서 그렇잖아요. 싫으시면 놔둬요. 나쁜 마음으로 하지 마세요." 하는 제자. 혼난 스승은 얼른 "그냥 혼자 한 말인데요." 라며 제자의 언 발을 따뜻한 입김으로 녹여준다. 스승이자 제자인 우르갼과 제자이자 스승인 앙뚜의 이야기. '팩트'를 '체크'하는 세상에서 전생을 믿는 두 사람의 이야기는 무엇을 던져줄까.

 

<지상의 별처럼> - 인도

새로운 선생님을 기다리는 학생들. 그런데 피리 소리가 먼저 교실 안으로 들어온다. 소리가 들리는 곳을 쫓아가니 피에로 복장을 한 남자가 이번엔 노래를 부르기 시작한다. "저기를 봐. 저건 나무일까. 누가 망토를 쓴 걸까? 이 세상은 생각하기 나름. 어떻게 보느냐에 달렸지. 그러니 마음은 자유롭게 날개를 활짝 펴고 자신의 빛깔대로 새 꿈을 짜는 거야."박자에 맞춰 엉덩이를 흔들고 책상 위까지 올라가 흥을 돋는다. 어리둥절했던 학생들도 곧 어깨를 들썩이기 시작했다. 하지만 굳게 입을 다물고 무표정으로 미동도 않는 학생이 있다. 이름은 이샨. 마음의 문을 닫아 버린 이샨과 다소 엉뚱한 교사 램은 가까워질 수 있을까.

 

<허스토리> - 한국

일본 정부를 상대로 재판을 벌인 할머니들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다. 강제로 끌려가 위안부와 근로정신대를 해야 했던 할머니들이다. 영화 내내 할머니들은 피를 토해내듯 자신이 겪은 일을 알린다. 누구도 이기지 못할 거라 했지만 고되고 긴 싸움을 끝낼 수 없었다. 그러던 어느 날 한 일본인이 증인으로 나섰다. 교사였다. 서귀순 할머니의 담임이었던 증인은 교사 시절 자신의 제자들에게 근로정신대를 권했음을 인정하며 고개를 숙인다. '미안하다'며 울먹인다. 일본인에게 듣는 처음이나 다름없는 사과에 서귀순 할머니는 몇십 년 만에 만난 선생님을 안고 함께 운다. 실제로 관부재판에 증인으로 나섰던 스가야마 토미 씨는 제자였던 박소득 할머니를 애타게 찾았고 일제강점기 때 주로 일본인 남 교사들이 조선의 학생들에게 정신근로대에 갈 것을 권했다고 말했다.

트위터 미투데이 페이스북 요즘 공감
기사입력: 2018/07/12 [22:04]  최종편집: ⓒ 교육희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