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교조 법외노조 취소, 왜 안 해줍니까?"

박근희 | 기사입력 2018/07/12 [2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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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교조 법외노조 취소, 왜 안 해줍니까?"
| 인 | 터 | 뷰 | 현장 조합원 삭발 제안한 최은숙 전남지부 조합원
박근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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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8/07/12 [2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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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 | 터 | 뷰 | 현장 조합원 삭발 제안한 최은숙 전남지부 조합원

 

 

- 삭발을 결심하고 제안한 이유

학교 안팎에서 많은 사람이 '왜 안 해줍니까?' 하고 물었다. 촛불 민심의 지지를 받아 당선된 대통령이라면 반드시 전교조 법외노조 문제를 해결하리라 믿었다는 얘기다. 그런데 문재인 정부는 계속 말을 바꿔가며 법외노조 문제 처리를 미루고 있다. 전교조 위원장과 만난 고용노동부 장관이 법률적으로 검토하겠다는 말을 하자마자 나온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의 발표는 아이들이 잘 쓰는 말로 '헐~'이었다. 도대체 이들은 전교조 지도부의 단식과 삼보일배와 삭발이 눈에 안 보이는 건가. 아니면 보지 않으려는 건가, 무시로 일관하는 건가. 그래서 삭발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고 혼자 하는 것보다 여러 사람이 함께하는 게 더 의미가 있을 거라 생각했다. 그런데 40명이나 되는 현장 선생님들이 삭발에 동참하실 줄은 생각하지 못했다.

 

- 주변에서 말리거나 반대는 없었는지

전남지부장님은 '선생님, 삭발 안 하셨으면 좋겠다'고 하셨고 주위의 친구들이나 지인들은 당연히 말렸다. 그렇게까지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말씀을 해주셨다. 교사대회 전날인 목요일 저녁에 아들과 딸에게도 삭발한다고 얘기했다. 막내는 "엄마가 언젠가 한 번은 할 것 같았다."라고 했고 큰아들도 덤덤히 받아들이는 것 같았다. 딸이 가장 반대를 했는데 "이번 한 번만 한다"라며 설득했다. 

 

- 삭발할 때 들었던 생각

삭발 전, 제가 삭발하는 걸 알고 계셨던 분들은 저를 끌어안으며 눈물을 글썽였다. 그 모습을 보며 삭발할 때 울지 않겠다고 다짐을 여러 번 했다. 그래서 일부러 농담처럼 '애매하게 하지 말고 야무지게 잘 밀어라'는 말도 했고 제 머리를 담당한 선생님이 처음이라 어찌할 바를 몰라 해 다른 선생님께 도와달라는 말도 했다. 한편으론 40명이나 되는 현장 교사가 이렇게 삭발하는데 아무런 변화가 없다면 더 뭘 해야 하는 걸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위원장님의 단식 예고에 많은 사람이 안타까워하고 있다. 저도 위원장님이 단식을 하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이나, 본인의 의지가 강하고 우리가 달리 할 수 있는 일이 없다면 최소한의 점심 단식이라도 함께 하려고 마음먹고 있다.

 

- 삭발한 선생님을 본 학생들의 반응

교사대회 후 첫 출근한 월·화요일은 기말고사 기간이었다. 제 머리로 인해 시험에 집중하지 못 하는 아이들이 있을까 봐 이틀간은 모자를 썼는데 아이들은 제가 머리를 밀었을 거라고 상상도 못 하는 것 같았다. 그 후 모자를 벗고 삭발한 머리를 드러내고 수업에 들어갔다. 무심하게 보는 아이, 깜짝 놀라는 아이, '아!' 하는 소리를 내는 아이, "선생님, 머리 스타일이 힙해요."라는 아이 등 다양한 반응을 보여줬는데 다들 왜 삭발했는지 궁금해했다. '지켜야 할 약속을 지키지 않는 사람에 대한 항의와 분노의 뜻으로 밀었어요'라며 '그 약속을 지키지 않는 사람은 대통령'이라고 했더니 아이들의 눈이 동그래졌다. 고용노동부 장관과의 만남, 청와대 대변인의 발표, 양승태의 사법 농단 등 그동안의 전후 사정 얘기에 아이들은 집중했다. 수업 태도가 산만했던 학생도 깊이 집중해 들었고 얘기가 끝난 후에는 한숨을 내쉬는 학생도 있었다.

 

- 법외노조 취소와 관련해 한 마디

어떤 사람은 대통령이 다시 이런 문제가 생기지 않도록 법적인 문제를 완비한 후에 처리하려는 것이라고 말한다. 그런데 그런 길고 긴 과정으로 문제를 해결하려면 지금 해직된 34명의 선생님은 언제 학교로 돌아갈 수 있을까? 직권 처리한 다음 법 개정 등의 절차를 거치는 것도 충분히 가능하다고 본다. 결국, 관건은 대통령의 의지에 있다. 촛불 시민의 지지로 당선된 대통령이다. 국민은 투표할 때, 줬다 뺏는 최저임금이나 쌍용자동차 노동자를 죽음으로 몰고 가는 희망 고문을 기대하지 않았을 것이다. 많은 사람이 저에게 했던 질문은 문재인 대통령에게 돌아가야 할 질문일 것이다. "왜 안 해 줍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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