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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촛불혁명은 우리가 준비해온 참교육 대국민 공개수업입니다. 촛불혁명 승리 넘어 두번째 승리로”
■ '집행유예' 선고 받은 이영주 전 민주노총 사무총장이 전교조 조합원에게
 
이영주 기사입력  2018/06/20 [02:14]

 

 

3년 만에 집에 왔습니다. 남편도 두 아들도 어색하게시리(!) 친절합니다. 강아지 까뮈와 고양이 타오도 나에게 예의를 지킵니다. 동네 슈퍼마켓 주인아저씨가 귀신을 본 듯 깜짝 놀라며 목이 메어 인사하십니다. '고생 많으셨어요, 존경합니다.' 

 

침대가 불편해서, 바닥에 이불을 깔았습니다. 반팔티셔츠, 비닐봉지, 소금 등 필요한 물건 하나 찾으려면 남의 집 방문한 손님처럼 어렵습니다. 아직은 우리 집이 낯섭니다…ㅎ

 

롤러코스터 같았던 지난 3년입니다. 2015년 1월, '절박하다 단 한번의 승리! 박근혜와 맞짱! 노동개악 저지!'를 약속하며 민주노총 직선 1기 집행부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1년만인 2015년 12월에, '세월호 집회, 공무원연금 개악저지투쟁, 민주노총 총파업과 민중총궐기' 주도 혐의로 체포영장이 발부됐습니다. 

 

한상균 위원장과 사무총장의 동시구속으로 민주노총 집행부를 무력화시키겠다는 박근혜정권의 강한 의지였습니다. 민주노총 직선1기 집행부를 유지하기 위해, 정동의 민주노총 사무실에서 2년의 수배 생활을 시작했습니다. 

 

지난 3년간 동지들의 땀과 헌신으로 만들어진 끊임없는 투쟁은, 결국 노동개악 저지와 촛불광장 그리고 박근혜 퇴진까지 이뤄냈습니다. 그런데도 2017년 하반기 문재인 정부에서 다시 근로기준법 개악이 시도됐습니다. 근로기준법 개악 저지와, 한상균 석방과 나에 대한 수배해제를 요구하며, 2017년 12월 민주당사에서 단식농성을 시작했고, 12월 27일 체포되어, 12월 30일 서울구치소에 수감됐습니다. 그리고 국민참여재판으로 진행된 1심에서 징역 3년 집행유예 4년을 선고, 6개월의 구속 생활을 마치고 6월 14일에 출소했습니다. 

 

당시의 순간순간은 참 긴 시간이었는데, 지금 돌아보니 그 모두가 '찰나' 같습니다. 그리고 그 역사의 순간에, 역사의 공간에 동지들과 함께할 수 있었다는 행운에 감사합니다. 모두 동지들 덕분입니다. 

 

2015년 11월 민중총궐기 직전, 한 언론기관의 질문을 받았습니다. 10만 민중총궐기를 한다고, 박근혜 정권이 바뀔 것 같냐고. 당시 이렇게 대답했습니다. '10만 민중총궐기 한번 한다고, 정권이 변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민중총궐기를 만든 우리와, 우리 사회가 변할 것이다. 인간도 사회도, 경험을 통해 성장한다.'

 

학교 안에서 참교육을 실천해도 학교담장 밖으로 나간 학생들이 굴복하게 되는 열악한 노동환경, 전교조 법외노조, 세월호 참사. 이 세 가지 시대적 상황이, 내가 지난 3년의 길을 선택한 이유이자, 3년을 버티고 싸울 수 있었던 가장 중요한 동력이었습니다. 

 

참교육은 주체적이고 협력적인 인간으로의 성장을 위한 경험을 지원하는 일입니다. 우리 사회가 성장할 수 있도록 경험을 지원하는 일 역시, 참교육입니다. 저항의 경험은 민주주의의 골격과 계급투쟁의 근육을 발달시킵니다. 민주노총 총파업, 민중총궐기, 그리고 촛불혁명은 역사적 인과관계 속에서 사회와 개개인을 모두 성장시켰습니다. 촛불혁명은 우리가 사회 곳곳에서 긴 시간 협력적으로 준비해온, 참교육 대국민 공개수업입니다. 

 

촛불혁명의 마중물이자 심지였던 우리. 그 절박했던 첫 번째 승리를 넘어, 이제 두 번째 승리를 향해 나아갈 때입니다. 해마다 반복되는 봄을 준비하는 농부의 마음으로, 다시 다가올 역사의 봄, 노동자의 봄을 위해 준비할 때입니다. 

 

모든 노동자에게 노조 할 권리를! 모든 사람이 사람답게 사는 세상을! 

 

자랑스러운 조합원 동지들, 고맙습니다. 사랑합니다. 

 

현장에서 뵙겠습니다. 투쟁!

 

2018년 6월 17일  이영주 드림 

(전교조 서울지부 조합원, 전 민주노총 사무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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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8/06/20 [02:14]  최종편집: ⓒ 교육희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