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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훌쩍' 커가는 작은 학교 이야기
'참삶을 가꾸는 작고 아름다운 학교' 경북 내서중
 
박근희 기사입력  2018/06/20 [01:52]

 

'착하고 슬기롭게', '학행일치', '불가능은 없다 변화하고 도전하자'…. 여느 학교에 들어서면 큰 바위에 새겨진 교훈을 만나는 일은 어렵지 않다. 그렇다면 이건 어떤가. '참삶을 가꾸는 작고 아름다운 학교'라는 소개말. '참삶은 어떤 삶인지, 무엇이 아름다운지' 질문이 꼬리를 문다. 경북 내서중의 얘기다.

 

상주터미널에서 탄 시내버스는 이내 녹음으로 들어갔다. 초행이라도 목적지와 가까운 지하철역만 외워도 무사히 도착했던 도시와 달리 사방이 초록인 시골길은 적잖이 당황스럽다. 그러니 기사님에게 '내서중에서 꼭 내려 달라'는 부탁을 할 수밖에. 그런데 옆 자리 할머니가 먼저 신호를 준다. '다음에 내리면 됩니데이'. 

 

무사히 도착한 내서중. 운동장부터 심상찮다. 400미터 트랙이 있는 익숙한 운동장이 아니다. 한쪽엔 대장간이 보이고 초여름의 볕 아래 학생들은 어엿한 농구코트(다목적구장) 위에서 뛰고 있다. 옆엔 천연 잔디가 깔린 풋살장이다. 마사토 축구장은 야구장으로 함께 쓰인다.

 

"운동장을 어떻게 활용할 지 학생, 학부모, 교사가 한 데 모여 고민했어요. 팀을 꾸리고 토론한 후 발표했죠. 운동장에 대한 다양한 아이디어가 나왔고 투표로 지금의 운동장 모습을 갖췄습니다. 이처럼 학교구성원 모두가 소통하고 함께함이 내서중의 강점입니다."

 

도주환 내서중 교장은 운동장에 이어 자연스럽게 트리하우스도 얘기한다. 지난해 가을, 1학년이 직접 기둥을 세우고 지붕을 올린, 이름 그대로 '나무 집'이다. 교가의 한 구절처럼 '노악산 서쪽자락 아담한 자리, 서보의 맑은 가람 감도는' 곳에 두 동의 트리하우스가 들어섰다. 운동장이 내려다보여 한 동은 경기관람석으로, 한 동은 만화방으로 쓰인다. '청소년에겐 놀 권리가 있다'는 이유로 만들어진 곳이다.

 

선배들이 세운 트리하우스에 올해 입학한 1학년은 무엇을 더 할 수 있을지, 보완할 곳은 없는지를 고민 중이다. 내서중을 찾았을 때 그 논의가 한창이었다. 수업을 맡은 과학 담당 이동철 교사는 탄성, 중력, 원심력 등 과학원리를 응용할 수 있는 방안을 과제로 내놨다. 한 시간 후 이뤄진 발표. 학생들은 저마다 아이디어를 쏟아낸다. '나무 바이킹을 생각했어요', '트럼플린을 직접 만들 수 있을까요?', '해먹은?' '시소!', '팅커벨의 다락방 같은 공간을 만들고 싶어요'….

 

재미난 수업에 넋을 놓다 정신을 차려 질문을 던졌다. '과학 수업이 맞나요?'라고. 이 교사는 '융합수업'으로 설명한다. 지난해 11월에는 '인권'을 주제로 국어, 도덕, 사회, 영어가 어우러진 수업을 진행했다. 학생들은 '전쟁과 여성 인권박물관'을 찾아 '생활국어 5단원 심층보도와 토의', '인간의 존엄과 인권', '인권보장과 헌법', 'Lesson.2 Who is Behind the Sweet Taste of Chocolate?'를 배웠다.

 

▲ 여러 과목을 결합한 융합수업     

 

▲ '청소년 놀이터' 트리하우스     

 

▲ 내서중의 축제 '감골제'     

 

융합수업과 함께 내서중에서는 교실을 벗어나 '이동수업'을 연다. 수학여행과 체험학습이 대표적이다. "학교 전체를 옮겨 '이동수업'이라고 표현하는데 올해는 4박 5일로 강원도를 갔어요. 학생자치 모임인 두레별로 수업주제에서부터 숙소, 일정 등 모든 걸 계획하죠. 선생님은 그림자와 같은 역할만 해요. 영서지역과 영동지역의 음식을 비교하는 등의 주제로 수업하는데 그 속에서 학생들은 사회, 역사, 예술 등을 배웁니다. 또 다양한 생각을 가진 아이들이 모이니 가끔은 티격태격하면서 타인, 자신 나아가 삶에 대한 고민도 하죠. 수업의 결과물은 수행평가로 이어집니다."

 

이 교사는 학생들이 스스로 하는 데에는 학생자치에 무게를 싣고 있기 때문이란다. 학교도, 교사도, 학부모도 학생을 위해 존재하기 때문이라고 덧붙인다. 가을마다 열리는 '감골제'가 상주에서 유명해진 이유도 여기에 있다. 해마다 영화, 뮤지컬, 연극을 돌아가며 하는데 대본, 연기, 촬영 등 모든 과정이 학생의 손에서 이뤄진다. 자신의 머릿속에만 머물러 있던 생각이 눈앞에서 펼쳐지니 허투루 하지 않는다. 그래서인지 '감골제'는 언제나 성황이다.

 

그러다 고민이 생기면 화·수요일에 교사와 '아침데이트'를 한다. 산책하며 데이트를 하는 동안 교사는 좀 더 학생을 알아가고, 학생은 좀 더 '참삶'을 깨닫는다. 하지만 12년 전, 내서중도 학생이 줄며 사라질 위기를 맞았다. 그때 전교조 조합원을 중심으로 '작은 학교를 살리자'는 마음이 모였고 이제는 전교생 56명, 교직원 14명이 함께 '참삶을 가꾸는 작고 아름다운 학교'를 꾸려가고 있다. 공립학교라는 사실이 놀라울 정도로 말이다.

 

"수업일수·시수에 맞춰 정규과정을 다 소화하며 아이들이 좀 더 즐겁고 행복할 수 있는 수업을 고민하고 있어요. 그래서 사교육에 맡기지 않겠다는 공교육의 자존심으로 입학할 때 학부모에게 우리가 책임진다고 자신 있게 말하며 학원에 보내지 않겠다는 약속을 받죠."

 

3년 후 졸업할 때 훌쩍 자란 학생들을 보며 교사라는 직업에 보람을 느낀다는 이 교사. 한정된 지면으로 다 풀지 못한 내서중의 얘기를 학교 뒤편 게시판에 실린 한 학생의 시로 대신해본다. 제목, '나는 지금 성장 중…', '나는 지금 성장 중이야. 눈에는 보이지 않지만 나는 지금 성장 중이야. 시간이 지나면서 조그마한 성장들이 쌓이고 또 쌓이면 어느새 나도 모르게 몸도 마음도 훌쩍 커 있지. 나는 지금 성장 중이야. 중학생이 되면서 깨달은 것도 느낀 것도 할 수 있는 것도 많아졌거든. 나는 지금 성장 중이야. 아직은 부족한 것이 많아도 곁에서 용기를 줘. 잘하고 있다고. 그러니 포기하지 말라고. 나는 지금도 하나하나 닫힌 문을 열고 성장 중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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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8/06/20 [01:52]  최종편집: ⓒ 교육희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