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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의 역사, 우리가 만들어요"
■ 6·15 남북공동선언 계기수업 현장을 가다 - 경기 시곡중학교
 
김상정 기사입력  2018/06/20 [01:39]

 

"남한말을 기준으로 하면?"

 

6월 7일 경기도 안산에 있는 시곡중학교, 5교시 국어수업시간, 장희엽 교사가 1학년 2반 학생들에게 질문을 던졌다. "통일 시대를 대비해서 남북한의 공식적인 언어통합은 남한 말을 기준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학생들은 이 질문이 적혀있는 칠판 위 전지에 찬성과 반대의 이유를 적은 종이를 붙였다. 커다란 질문지는 금세 학생들이 깨알같이 적은 이유들로 가득 찼다. 다른 반에 비해 찬성이 많았지만 그래도 반대의견이 우세하다. 

 

장교사는 '지역 방언의 특성과 가치를 이해하고 남한과 북한말의 차이점을 인식해보고 북미정상회담을 앞둔 상황에서 공식적인 언어생활을 어떻게 바꿔나가는 것이 좋을까에 대해서 고민하는 시간'이라고 수업 내용을 설명했다. 그리고 영화 '황산벌'의 한 장면을 텔레비전을 통해 시청할 수 있도록 했다. 학생들은 환호했다. 한반도를 아우르는 사투리를 함께 들어볼 수 있어서다. 그러나 아쉽게도 화면만 나오고 음성이 나오지 않아 선생님이 간략한 설명에 귀를 기울일 수밖에 없었다. 그럼에도 수업 분위기는 한창 고조되었다. 선생님이 "자 전라도로 갑시다."라고 말하자 학생들은 제각기 알고 있는 전라도 말을 한다. "부추라고 알지? 각 지역에서는 부추를 뭐라고 부를까? 감자를 '지슬'이라고 쓰는 지역이 어딜까?" 이어지는 선생님의 질문에 학생들은 저마다 손을 들고 서로 큰소리로 대답한다. 그러다 보니 함경도, 강원도, 충청도, 전라도, 경상도, 평안도 방언이 여기저기서 나온다. 친구들의 입을 통해서 듣는 전국팔도 사투리. "재밌어요. 신기해요. 왠지 친근해요. 순박하고 꾸밈이 없어요. 낯설고 이질감이 들어요. 왠지 딱딱해요. 세련되지 않고 촌스러워요." 학생들의 반응이다. 

 

교과서 119쪽에 나와 있는 지역 방언에 대한 수업이기도 하지만 학생들에게는 특별한 수업시간이다. 실제로 그랬다. 북미정상회담을 앞두고 한반도에 깃드는 평화의 바람이 이 학교에는 제법 거세게 불어왔다. 경기도평화교육센터에서 공모한 평화통일 수업에 시곡중학교가 선정되어 1학년부터 3학년까지 전체 학생이 2시간 동안 평화통일 교육을 이미 다 받았다. 수업이 박진감 넘치는 이유가 여기에 있었다. 3반에서도 사회시간에 5교시부터 615 계기수업이 동시에 진행되고 있었다. 6교시 시작종이 울리자마자 재빨리 1학년 3반으로 자리를 옮겼다. 

 

 

 

"여러분은 미래 역사책의 한가운데에 있다."

 

6교시 사회수업을 진행하고 있는 염경미 교사는 학생들에게 "평화협정은 바로 우리가 만들어내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리고 학생들에게 광명에서 평양을 거쳐 시베리아로 파리로 가는 대륙횡단열차 예매신청서를 하나씩 나눠줬다. 어떤 학생은 열차비 걱정이다. 선생님이 웃으면서 "비용 문제는 우리 그때 가서 고민해보자"라는 말에 한시름 논 기색이 역력하다. 딱 한 명의 동행인을 선정할 수 있는 그 열차표에 학생들은 정성들여 자신의 이름을 적는다. 

 

"군대에 가고 싶은 사람만 가서 좋아요" "국방비 예산이 줄고 교육이랑 복지 예산이 늘어나서 좋아요" "남북한의 언어를 가르치고, 또 문화도 가르치고, 그렇게 하려면 관련 직업도 많이 늘 거 같아요" 선생님의 질문이 하나하나 보태질수록 학생들의 대답은 풍부해진다. 이 학교에서는 이미 통일은 일상의 변화를 가져올 만큼 가까워졌다. 427 남북정상회담 날, 1교시 수업이 없던 교사들은 교무실에서 배지를 나눠 달고 함께 시청했다. 염경미 교사가 2교시 사회수업 들어가자마자 학생들이 "이보다 더 좋은 수업이 있겠습니까?"라며 먼저 제안해서 정상회담을 함께 시청했다. 감격의 눈물 이후에 교실에는 혼란과 갈등도 찾아왔고 남한이 비용이 너무 드는 거 아닌가하는 걱정도 들었다. 시곡중 학생들과 교사들은 이런 생각들을 나누고 토론해보는 시간을 가지면서 학교에서 교실에서 한반도 평화의 시대를 준비하고 있다. 평화로 가는 길은 이제 시작이고 첫걸음을 뗐다. 한반도에 평화의 역사를 만들어 갈 지금, 염경미 교사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교류다. "통합과정에서 남한에 와서 북한을 알리고 북한에 가서 남한을 알리는 일, 그래서 새로운 학교공동체를 만드는 일은 교사가 해야 할 일이고 그 일을 꼭 하고 싶다"고 학생들에게 말한다. "여러분은요?"라는 질문에 "북한 친구들을 만나고 싶고 여행도 가고 싶어요" 학생들의 답이다.

 

시곡중학교는 매년 이렇게 교사들이 함께 계기 수업을 진행했다. 혼자서 하면 아무래도 힘든 일인데 함께 하다 보니 학교 분위기도 자연스레 오가는 말들도 다양하지만 관심은 비슷하다. 

 

장희엽 교사가 학생들의 의견이 가득 담긴 전지를 교무실에 가져오자마자 근처에 있는 교사들이 전지에 빼곡이 담긴 학생들의 생각을 보며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한 학생이 배지를 못 받았다고 찾아왔다. 염경미 교사는 학생의 옷깃에 통일염원 배지를 손수 달아줬다. 가방이며 옷깃에 달린 평화통일염원 배지는 이제 시곡중학교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풍경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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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8/06/20 [01:39]  최종편집: ⓒ 교육희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