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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칼럼] 교사 시국선언과 대법원 판결
 
이종희 · 민주노총 법률원 기사입력  2018/06/19 [23:42]

 

전교조 관련 소송에서 가장 많이 등장하는 법률조항을 꼽자면 단연코 국가공무원법 제66조 제1항일 것이다. 국가공무원법 제66조 제1항의 조문은 이렇다. "공무원은 노동운동이나 그 밖에 공무 외의 일을 위한 집단 행위를 하여서는 아니 된다. 다만, 사실상 노무에 종사하는 공무원은 예외로 한다."

 

국가공무원법 제66조 제1항은 공무원의 노동운동을 금지하기 위하여 만들어진 조항이다. 5.16 군사쿠데타 이후 공무원의 노동3권을 부정하는 헌법 조항이 도입되고, 이를 법률적 차원에서 구체화한 것이 바로 이 조항이다. 

 

오랜 투쟁 끝에 1999년 교원노조법, 2005년 공무원노조법이 제정되었다. 공무원과 교원의 노동운동이 법률상으로도 가능하게 된 것이다. 국가공무원법 제66조 제1항은 의미가 사라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국가공무원법 제66조 제1항은 공무원의 비판적 표현행위를 막는 수단으로 생명을 연장했다. 수사기관, 행정당국은 정부 정책에 대한 비판적 목소리를 낸 공무원들을 징계하거나 형사 기소하는 수단으로 국가공무원법 제66조 제1항을 자주 들먹였다. 국가공무원법 제66조 제1항의 '노동운동'뒤에 붙어 있는 '그 밖에 공무 외의 일을 위한 집단 행위'는 여전히 위력을 발휘했다.

 

대표적인 사건이 2009년 전교조 '시국선언 사건'이다. 당시 이명박 정부의 독선적인 정국운영으로 각계각층의 시국선언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전교조도 2009년 6월 시국선언을 발표하였다. 학생들에게 민주주의를 가르쳐야 할 교사들 역시 민주주의 회복을 요구하며 선언에 동참하였다. 

 

전가의 보도처럼 당시 시국선언에 대해서도 국가공무원법 제66조 제1항이 적용되었다. 대규모의 중징계와 형사기소로 이어졌다. 하급심 법원에서 유무죄가 엇갈렸고, 대법원의 판단에 귀추가 주목되었다. 

 

결과는? 이미 알고 있듯이 유죄였다. 대법원 다수의견은 시국선언에서 정부의 정책을 부정적으로 평가하였으므로, 정치적 중립의 한계를 벗어나 국정 운영을 주도하는 특정 정치세력에 대한 반대 의사를 분명하게 주장한 것이라고 하였다. 정책에 대한 비판이 정파적 이익의 추구로 둔갑했다. 

 

변호사로서 보수적인 대법원의 판단에 비판적일 수밖에 없었지만, 그러한 판단이 거래의 대상일 것이라고는 상상해본 적은 없다. 그렇기에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관련 특별조사단'의 보고서를 보고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전교조 법외노조 사건처럼 자세한 사정이 드러나지는 않았으나, 시국선언 사건에 관한 판결도 상고법원 도입을 위해 청와대의 입맛에 맞춘 대표적인 판결 사례였다. 사법농단의 핵심으로 의심되는 양승태 전 대법원장도 이 판결에 직접 관여하였다. 

 

2009년 전교조 시국선언 사건에 관한 대법원 판결의 효과는 단지 그 사건에 국한되지 않는다.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성은 정부에 대한 무비판이라고 천명하는 이 대법원 판결은 국가공무원법 제66조 제1항에 대한 해석의 전범으로 작동했다. 이후 벌어진 여러 시국선언 사건에서 계속 인용되었으며, 블랙리스트 작성 등 반헌법적인 행위에 대해서 맹목적으로 복종하는 공무원을 만들어 내는 데도 기여했다. 그리고 청와대와의 거래 대상이었던 이 대법원 판결은 여전히 교원·공무원들의 일상을 규율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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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8/06/19 [23:42]  최종편집: ⓒ 교육희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