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 교양강좌
필자의 다른기사 보기 인쇄하기 메일로 보내기 글자 크게 글자 작게
"조급해 말고 큰 본류를 생각하는 전교조가 되자"
| 인 | 터 | 뷰 | 전국 최초 결성 분회를 찾아서 - 이혁종 전 명덕국교 분회장/이병덕 전 홍천지회장
 
박근희 기사입력  2018/05/29 [00:34]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에서 가장 최근에 조사한 분회 수는 1만 660개. 1에서 시작해 1만 660개로 늘었으니 통계학으로 보면 놀라운 결과다. 하지만 1과 1만 660의 사이에 숨은 이야기가 더 흥미롭다. 강원도로 발길을 돌린 이유도 여기에 있다.
 

전국에서 처음으로 결성한 분회는 명덕초등학교. 전교조 첫 분회의 분회장인 이혁종 교사와 분회원인 이병덕 교사를 만나러 강원퇴직교사협의회를 찾았다. 반갑게 맞아주는 두 교사. 서둘러 제일 궁금한 질문을 던졌다. 분회는 어떻게 만들어졌느냐는.
 

▲ 전교조 첫 분회장을 맡은 이혁종 교사(오른쪽)와 첫 홍천지회장 이병덕 교사(왼쪽).    

 

▲ 전교조 가입으로 해임에 처한다는 이혁종 교사의 인사발령통지서.    

 

"수는 적지만 강원도에는 신념이 강한 조합원이 많아요. 그래서 빨리 분회를 결성해야 한다고 생각했고 전교조가 결성되고 3일 후인 1989년 5월 30일에 분회를 만들었죠. 나중에 들으니 같은 날 광주에서도 분회를 결성했는데 오후 6시였다고 하더군요. 우리는 오후 1시였으니 명덕국교가 전국에서 처음으로 결성한 분회인 거죠."
 

그러나 몇 마디의 말로 정리하듯 분회의 결성은 간단치 않았다. 결성 전부터 학교는 소란했다. 친구나 가족에게 연락해 탈퇴를 부추기게 했고 학부모는 자녀가 등교를 못하게 교문을 막아섰다. 분회를 결성한 후는 전쟁과 같았다. 이혁종 교사가 스크랩북에서 낡은 신문 기사를 꺼내 보여준다. '노조 가입교사 2명 추가 해임의결', '교사 고발사건 우선 처리토록, 김기춘 검찰총장 지시'…….
 

어머니회와 학교는 이혁종 교사를 고발했다. 전교조의 결성식에 참가한 후 명동성당에서 단식농성을 한 이병덕 교사는 직위해제를 통고받았다. 그러나 이병덕 교사는 홍천으로 돌아와 홍천지회의 첫 지회장을 맡았다.
 

"전두환이 쿠데타를 일으켜 제5공화국 개헌 투표를 했는데 오전에는 학생들에게 민주주의를 가르치면서 오후에는 집집마다 다니며 개헌에 찬성하라고 홍보했죠. 이건 아니다 싶었어요. 그때 전국교사협의회(전교조의 전신)를 접하며 나와 같은 생각을 하는 교사들이 있다는 걸 알았고 지금까지 온 거죠."
 

1977년에 교단에 선 이병덕 교사는 퇴임 전까지 '최고령 분회장'을 할 만큼 열정적인 조합원이었다. 그럼에도 해직 시기는 힘들었다고 한다. 생계를 위해 이병덕 교사는 생선 장사, 이혁종 교사는 슈퍼마켓을 하며 조합원 활동을 꾸준히 이어갔다.
 

그러나 두 교사는 퇴직한 이후에도 전교조의 조합원으로 남길 바랐다. 하고 싶은 말이 없느냐 묻자, '퇴직교사도 전교조의 조합원으로 인정해 달라'고 답한다. 덧붙여 이병덕 교사는 "조급해 하지 말고 작은 것부터 하나하나 끝까지 해 내되, 큰 본류를 생각했으면 좋겠다. 그래서 함께 할 수 있는 동지에 공을 들였으면 좋겠다."라고 말한다. 이혁종 교사 역시 "우리는 하나다. 같은 목표를 위해 한 길을 가자."고 강조한다.
 

30대 초반에 전교조를 만난 두 교사. 첫 분회를 결성하며 전교조의 처음을 기록한 이들은 이제 교단에서 물러나 '인생 2막'을 고민하는 나이가 됐다. 앞으로도 전교조의 역사와 계속 함께하고픈 이들의 새로운 기록을 기대해본다.  

트위터 미투데이 페이스북 요즘 공감
기사입력: 2018/05/29 [00:34]  최종편집: ⓒ 교육희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