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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칼럼] 교사, 안전하고 건강하게 일하자
 
최민,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직업환경의학전문의 기사입력  2018/05/28 [23:44]

 

3년 전 한 공업고등학교 기계과 선생님에게서 연락을 받았다. 기계 가공을 가르치는데 사용하는 금속가공유 때문에 피부염이 생겼다는 것이다. 금속을 깎는 가공을 할 때는, 마찰열을 줄이기 위해 금속가공유를 가공 부위에 분사한다. 빠른 속도로 회전하는 절삭 도구 때문에 가공유는 아주 작은 기름방울이 되어 공기 중에 부유하게 된다. 하지만, 실습 기계에는 강제 배기 시스템이 구비되어 있지 않았다. 시간이 충분할 때는 이 기름방울이 모두 가라앉은 뒤에 가공 제품을 꺼내어 별 문제가 없는데, 자격증 시험을 앞두고 마음이 바빠 기름방울이 모두 가라앉기 전에 제품을 꺼냈더니 금속가공유 방울이 쏟아져 나왔다. 교실 공기가 뿌옇게 보이는 날도 있다고 했다. 노출 부위인 손과 목 등에 피부염이 생겨 교감에게 상의했지만, 돌아온 것은 "왜 개인 피부 문제를 여기 와서 따지느냐"는 힐난이었다.
 

전문교과 교사들의 특별한 문제가 아니다. 2016년 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과 전교조 참교육연구소가 함께 실시한 교사 직무스트레스 및 건강실태 조사에 따르면 약 30%의 교사가 1회 이상의 비난, 고함, 욕설을 들어본 적이 있다고 답했다. 이 조사에서 우울증이 의심되는 교사가 12%나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얼마 전 '교육희망' 기사에서도, 어느 초등학교의 특수교사가 교감의 극심한 폭언에 어지럼증과 두통, 구토, 불면증까지 생겼다고 한다. 직업병을 연구하는 의사이자 사회단체 활동가인 내게는 직무스트레스에 시달리는 노동자의 건강 문제임이 명백하다.
 

학교 보건이라고 하면, 학생 건강을 중심으로 생각하기 쉽지만, 학교는 분명 교사를 포함한 매우 다양하고 많은 노동자가 일하는 일터이다. 노동자가 자신의 일터에서 건강하고 안전하게 일하기 위해서는, 노동자들이 자신의 일터에서 처할 수 있는 위험에 대해 알 권리, 노동자가 자기 건강과 안전에 관련된 문제를 결정하는 과정에 참여할 권리, 건강과 안전을 위협하는 상황에서 업무를 중단할 권리가 보장돼야 한다. 이를 보장하기 위해 산업안전보건법이 있다.
 

하지만 상당수의 산업안전보건법 조항이 교육서비스업이라는 이유로, 학교 현장에서는 적용되지 않고 있다. 산업안전보건법에서는 사무직 노동자도 분기당 3시간의 산업안전보건 교육을 받도록 돼 있다. 하지만 교육서비스업은 예외다. 학교에서의 다양한 건강 유해요인, 일하다 다치거나 아팠을 때의 보상, 교사에게 흔히 발생하는 질병과 대처, 직무스트레스 관리 등 교사가 알아야 하는 직업보건 내용이 다양함에도 교사들에게는 가장 기본적인 안전보건교육을 받을 권리도 없다.
 

100인 이상 사업장에서는 노사 동수로 이루어진 산업안전보건위원회를 구성해 산업재해 예방을 위한 다양한 활동을 심의· 의결하도록 되어 있다. 이를 학교 현장에 적용해 본다면, 교육청 단위로 노사 동수의 산업안전보건위원회를 구성해 교사를 포함한 다양한 학교 현장 노동자들의 안전과 보건 관련 정책을 심의하고 의결할 수 있다. 하지만, 이 역시 교육서비스업에는 적용되지 않는다.
 

콜센터 노동자들에게는 성폭력, 언어폭력 등 노동자의 정신적 건강을 해치는 악성 전화를 끊을 수 있는 권리가 있다. 일부 판매 노동자들은 진상 고객을 대하고 난 뒤 마음을 추스르기 위해 '감정노동휴가'를 갖기도 한다. 교사들에게도 이런 작업중지권이 보장돼야 하는 것은 아닐까?
 

교사들이 안전하고 건강하게 일할 권리를 실현해 가는 것은, 교사만의 문제가 아니다. 안전하고 건강한 학교에서 배운 학생들이 안전하고 건강하게 일하는 노동자가 될 수 있다. 학교 현장의 변화가 OECD 산재사망률 1위인 산재왕국의 현실을 바꿔나갈 출발점이 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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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8/05/28 [23:44]  최종편집: ⓒ 교육희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