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지방법원이 18일, 지난해 5월 발생한 대구의 한 초등학교 현장학습 당시 ‘휴게소 학생 보호조치 미흡 사건’에 대해 해당교사를 아동복지법 위반으로 보고 벌금형 800만 원을 선고했다. 이로써 해당교사는 교직을 잃을 위기에 처했다.
▲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은 5월 18일 논평을 통해 대구초등교사에 대한 도 넘는 판결에 대해 유감을 표명했다. © 김상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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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은 18일, 긴급 논평을 내고 대구 초등교사에 대한 도 넘은 판결에 유감을 나타냈다. “아동복지법이 교사 잡는 법이 되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송재혁 전교조 대변인은 “체험학습 도중 돌발 상황에 대한 일련의 대처 중, 일부가 설사 최선이 아니었다고 판단되더라도 그것이 교직을 떠나야 할 만큼의 잘못에 해당하는지 냉정하게 따져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한 이것이 향후 전례가 될 경우, ‘아동복지법이 교사에 대한 분별없는 공격수단으로 악용될 가능성과 아동복지법을 희화화하고 법의 본래 취지마저 훼손하게 된다는 점’에서 심각한 우려를 표했다. 그러면서 “나름대로 최선을 다하려고 애쓴 교사의 조치에 대해 해직으로 답한다면 교사들의 일상은 살얼음판 걷기가 될 것이다.”라고 내다봤다.
아동복지법 위반 교사, 교직 잃는다
현재 아동복지법에 따르면 벌금액수와 상관없이 형이 확정되면 장관은 임용권자에게 해당 교사를 해임하도록 요구해야 하고 형 확정 후, 10년 동안 학교와 같은 아동 교육기관에 취업할 수 없다.
아동복지법 17조에서는 11개의 아동학대 범죄를 규정하고 있고 그 중 대표적인 것이 △성적 수치심을 주는 성희롱 등의 성적 학대행위 △신체에 손상을 주거나 신체의 건강 및 발달을 해치는 신체적 학대행위 △아동의 정신건강 및 발달에 해를 끼치는 정서적 학대행위 △아동을 유기하거나 의식주를 포함한 기본적 보호·양육·치료 및 교육을 소홀히 하는 방임행위 등이다. 검찰과 법원이 초등학교 6학년 아동을 고속도로 휴게소에 혼자 둔 것은 ‘교육을 소홀히 한 방임행위’라 판단하면서 지나친 판결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체험학습 당시, 교사는 이 상황을 어떻게 대처했나
당시 상황은 이렇다. 2017년 5월 10일 07시 15분경 현장 체험학습을 하기 위하여 대구에서 단체 버스를 타고 천안독립기념관으로 향하던 중, 한 학생이 복통을 호소하며 화장실을 가게 해달라고 요청했고 교사가 버스기사에게 차를 세워줄 것을 요청했으나 버스기사는 도로교통법 상 불가하다고 했다. 학생의 심각한 복통호소에 교사는 학생을 뒷자리로 데려가 비닐봉투에 용변을 보게 했다. 이 과정에서 심한 수치심을 느낀 학생은 현장학습에 가지 않고 집에 가겠다고 요청했고, 상황을 인지한 학생의 보호자로부터 전화를 받은 교사는 휴게소에 해당 학생을 혼자 내리게 한 후, 반학생들과 함께 체험학습 현장으로 향했다. 18일 판결문에 따르면, 해당교사는 “피해학생의 어머니가 휴게소에 도착하기까지 약 1시간 동안 피해자의 기본적인 보호를 소홀히 하여 방임하였다”라고 밝히고 있다.
2017년 6월 15일 전교조 대구지부 성명서에 따르면, 이 사안은 지난해 5월 10일 독립기념관 현장체험학습 중에 발생했고, 이후 해당학생의 학부모는 교육청에 민원을 제기했고 학생은 5월 11일과 12일 이틀간 등교하지 않았다. 5월 11일 대구동부교육청 장학사가 장학지도에서 사건의 내용을 설명하고 대처방안에 대한 토론을 요청하면서 이 사안이 교직사회에 널리 알려진 것으로 전해졌다. 5월 15일 학생은 전학가게 되었고 17일 담임교사에 대한 직위해제 명령이 내려졌다. 사안 발생 8일 만에 긴박하게 이뤄진 교육청의 조치인 것이다. 이어 지난해 6월 13일 이 사안이 대구지역 언론사를 통해 단독 보도되면서 전국적으로 알려졌다.
대구교육청, 의무와 책임 방기한 채, 아동학대범으로 몰아
당시 전교조 대구지부는 성명서에서 대구교육청의 처리과정에 우려와 규탄의 목소리를 높였다. 전교조 대구지부에 따르면, “당시 대구교육청은 학교로 하여금 초록우산어린이재단에 교사를 아동학대로 신고하도록 사안을 해석했다”는 것이다. 이후 동부교육지원청의 감사와 시교육청의 감사를 통해 위의 사실이 보고되었으며 시교육청은 해당 교사를 직위해제했다. 더구나 대구교육청은 이 사안이 진상 조사도 되기 전에 학교장 회의나 현장 장학지도를 통해 사건을 널리 알려지도록 하였으며, 담임교사의 잘못으로 부각시켜왔다. 전교조 대구지부는 “교육청은 자신에게 쏟아질 비난을 막기 위해 노력했을 뿐, 정작 학생이 받았을 수치심이나 트라우마에 대한 치유나 회복 지원, 그리고 학교나 교사의 잘못이 명백하게 드러나기 전까지 교사를 보호할 생각이 전혀 없었다”고 비판했다.
이 사안이 보도된 이후, 해당학생과 학부모, 해당 교사, 당시 같은 반 학생들과 학부모들 심지어 동료교사들의 충격이 상당히 컸던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해당 교육청은 가장 먼저 해당학생과 교사에 대한 긴급 상담지원을 했어야 함에도 되려 아동학대로 단정하고 직위해제하는 데 급급했던 것이다. 당시 전교조 대구지부는 6월 15일 성명서를 내고 해당교사에 대해 직위해제 조치를 철회할 것을 요구한 바 있으나 1년이 다 된 시점에서 대구지방법원은 해당교사에서 벌금 800만 원을 선고한 것이다.
아동복지법에 대한 헌법소원 진행 중
현재 경중을 가리지 않고 형만 확정되면 교사신분을 박탈하는 아동복지법에 대한 헌법소원이 진행 중이다. 이와 비슷한 사례가 2015년 11월 서울에서도 있었다. 당시 서울의 한 초등학교 교사가 학생지도 과정에서 발생한 일로 인해 보호자로부터 고소를 당했고 서울북부지방검찰청 검사는 청구인을 벌금 50만 원의 약식기소를 하였다. 2016년 6월10일 서울북부지방법원에서 벌금 50만 원의 약식명령이 발부되었고 청구인이 정식재판을 청구하지 않아 벌금 50만 원의 약식명령이 확정되었다. 이에 아동학대 관련 범죄 전력자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10년간 학교에서 근무를 할 수 없도록 규정한 아동복지법 제29조3 헌법소원심판 청구가 2017년 4월 제기된 바 있다.
청구인은 심판청구 결론으로 “학생을 지도하는 과정에서 학생의 옷을 잡아당겨 학생이나 학부모에게 마음의 상처를 준 점은 청구인도 반성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지속적인 학대나 폭력으로 인하여 상해가 발생한 중범죄가 아닌 우발적으로 발생한 일회성 사안으로 벌금 50만 원의 약식명력이 확정이 되었다는 이유로 청구인을 10년간 학교에서 근무하지 못하도록 한 이 사건 심판대상조항은 청구인의 공무담임권을 침해하는 것입니다. 청구인이 다시 학교로 돌아가서 학생을 지도할 수 있도록 이 사건 심판대상 조항에 대한 위헌 결정을 해주기를 간곡히 바랍니다.”라고 적시했다. 청구인은 교직 20년 경력 교사로 단 한 번도 아동학대나 체벌 등으로 문제가 된 적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