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왕적' 교장 아닌 '학교혁신·민주화' 교장

최대현 | 기사입력 2018/05/15 [1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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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왕적' 교장 아닌 '학교혁신·민주화' 교장
교육·시민단체, 자격증 폐지·교장선출보직제 도입 운동 이유
최대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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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8/05/15 [1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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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시민단체, 자격증 폐지·교장선출보직제 도입 운동 이유

 

 

점수 따기로 교장이 되는 시대가 끝나고, 학생과 학부모, 교사가 교장을 직접 뽑는 시대가 올 것인가.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과 참교육을위한전국학부모회(참학), 평등교육실현을위한전국학부모회, 전국공무원노동조합 교육청 본부, 전국학교비정규직노동조합, 전국교육공무직본부, 새로운교육체제수립을위한사회적교육위원회는 지난달 25일부터 교장자격증제도를 폐지하고, 교장선출보직제 도입을 위한 10만 국회입법청원 운동을 벌이고 있다. 이들은 현재와 같은 교장이 될 때의 '자격증'제를 없애고, 교장을 하나의 '보직' 개념으로 규정하고 학교 구성원이 선출하는 제도를 도입하자고 제안한다.
 

현행 자격증제도가 "성실한 교육활동을 통해 학생, 학부모, 교직원으로부터 신뢰를 쌓아나가는 대신, 근무평정을 주는 학교관리자에게 줄서기를 강요당하고, 승진을 준비하는 교사에게도 족쇄"라는 것이다.
 

실제로 현재 특정 교원이 교장이 되기를 결심했다면, '점수 쌓기' 경쟁에 돌입해야 한다. 현행 교원 승진 점수 체계를 보면 경력 만점 70점, 근무성적 100점, 연수성적 30점, 가산점 14점 이하로 구성된다.
 

각 영역에서 만점을 받으면 교장이 되는 데 가장 유리한 고지를 선점한다. 만점을 받기 위해서는 영역별로 일단 경력이 20년이 돼야 70점이 부여된다. 가장 높은 배점을 차지하는 근무성적은 교장 40점, 교감 20점, 다면평가 40점의 분포인데, 교장과 교감이 60점을 차지해 이들에게 어떻게 보이느냐가 교장 승진에 관건으로 작용한다.
 

현장에서는 "교장-교감에게 절대적인 신임을 얻지 못하면 승진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게 정설로 인식되고 있다. 전교조가 지난 2월 발표한 전국 교사 2158명 대상 현행 승진제 교장에 대한 의견조사에서 74.6%가 "근무평정 등으로 인해 관리자의 눈치를 보며 권위적 학교문화가 지속된다"고 답했다.
 

여기에 직무연수 등의 교육성적 27점+연구대회입상성적 등 연구실적 3점의 연수성적과 교육부 연구시범학교와 도서벽지·농어촌·발명-영재 지도 등의 가산점까지 신경을 쓰면 교장이나 교감이 되기 위해서는 학교의 '보여주기식 실적' 쌓기가 불가피하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됐다. 이런 문화는 교육의 질을 향상시키는 데 걸림돌로 작용했다. 위 의견조사에서 72.8%의 교사가 "승진경쟁으로 교육활동에 소홀할 수 있다"는 데에 동의한 것이다.
 

이현 전교조 참교육연구소 소장은 지난달 25일 '대한민국 교장제도잔혹극의 종말-교장자격증제 폐지와 교장제도 개혁' 주제로 열린 참교육연구소 월례토론회에서 "교육활동을 열심히 하는 것도, 연수를 받는 것도, 대학원에 가서 공부하는 것도, 어려운 지역에 가서 근무하는 것도, 생활지도를 하는 것도, 연구학교를 운영하는 것도 학생들의 교육을 잘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승진 점수를 획득하기 위한 것으로 가치가 전도된다."라고 설명하며 "점수에 의한 승진제도는 학교 교육의 도덕적 토대를 뿌리 째 흔든다. 존경받는 교장-교감이 거의 없는 가장 근본적인 원인"이라고 분석했다.
 

최은순 참학 회장은 "관료형 교장승진제도는 학교장의 제왕적 권력과 학교공동체에 대한 비민주적인 통제를 야기해 학교의 교육력을 떨어뜨려 온 교육계의 대표적인 적폐"라고 강조했다.
 

진보적인 교육단체는 현행 교장승진제도를 폐지하고서, 교장도 연구부장과 같은 하나의 직책, 보직으로 규정하고, 학교 구성원이 뽑는 '교장선출보직제'를 대안으로 제시했다. 문재인 정부가 올해 9월 1일 자 공모 교장부터 평교사도 응모할 수 있는 학교 비율을 50%로 확대해 적용하기로 한 내부형 공모교장제도 학교민주화와 학교자치를 실현하는 데 한계가 있다고 봤다.
 

하병수 전교조 정책기획국장은 참교육연구소 월례토론회에서 "내부형 교장공모제는 교장자격증제에 비해 상대적으로 유능한 인사를 교장으로 모셔올 가능성은 높지만, 법적으로 제왕적인 교장권력이 부여되어 있다. 공모교장을 마치면 '교장자격증'이 발급되면서 자연스럽게 보직으로서의 교장보다는 또 다른 교장자격증제로 귀결되고 있다."라고 짚었다.
 

내부형 공모교장을 선출하는 과정에 교사의 참여가 부족하고 학생들이 전혀 참여하지 못하는 것도 문제다. 교육부가 새롭게 만든 내부형 교장공모 심사위원 구성에서 교사 30~40%만 구성하도록 했다. 학부모 비율 40~50%보다 적다. 학생은 구성원에 포함되지 않았다.
 

이들 단체가 내부형 교장공모를 넘어 교장선출보직제를 최종 대안으로 채택한 것은 이런 이유에서다. 교장선출보직제는 학교장이 가진 권한을 교직원회, 학생회, 학부모회, 학교운영위원회 등 학교자치 기구에 배분한 뒤 교장은 학교자치를 촉발하고 수평적 리더십을 발휘해 수업하는 교장의 위상과 보직을 갖는다. 교육경력 10년 이상의 교사에 대해 전체 교사와 직원회, 학생회 대표단으로 구성된 교무회의에서 교장을 뽑고 학교자치위원회가 이를 승인하는 절차를 밟는 것을 주요 내용으로 한다.
 

이를 위해 이들 단체는 교장 승진 내용을 규정하는 교육공무원법 등의 개정 내용을 담은 10만 입법청원운동을 펼치기로 했다. 토론회 등의 방식으로 공론화하고 다음 달 말 국회에 제출하겠다는 구상이다.
 

이런 가운데, 국회에서는 교육부가 정한 내부형 공모제 가운데 평교사 가능형 50% 확대조차 제한하려는 움직임이 있다. 염동렬 의원(자유한국당)이 지난 3월 21일 발의한 교육공무원법 개정안이 그것이다.
 

그런데 염 의원은 강원랜드 교육생 선발 과정에서 수십 명의 지원자를 부당 채용하도록 청탁한 직권남용 및 업무방해 혐의로 강원랜드 수사단에 의해 지난 13일 구속영장이 청구된 상황이어서 내부형 공모제 무력화 개정안의 정당성을 상실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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