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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급운영] '일기모둠' 활동으로 수평적 교류를
 
곽은주 · 인천 관교중(따돌림사회연구모임) 기사입력  2018/05/15 [13:14]

 

중간고사가 시작될 무렵 새 학기에 보이지 않던 반 분위기가 눈에 거슬렸다. 수업을 방해하는 ㄱ와 ㄱ를 제압하는 ㄴ, 그것을 장난처럼 받아넘기는 아이들의 태도는 수업에 들어갈 때마다 교사인 필자와 분리된 듯한 느낌을 받게 했다. 필자가 볼 때 ㄱ와 ㄴ는 묘하게 상하가 구분되는 인상을 받았지만, 아이들 눈에는 분명 친구였다. 교실은 무대가 되었고 아이들은 자신의 위치를 잡아 연기하는 배우들처럼 필자의 의사와는 다르게 자신의 포지션에 따라 움직였다. 연기의 실력은 점점 늘어 이것이 연기인지 실제인지 구분도 어려웠다.
 

4월쯤 되면 겉으로는 갈등이 없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숨겨진 의도를 가지고 이면교류를 진행한다. 이것은 게임이자 학교생활에서 터득한 아이들 나름의 '전략'이다. 반의 스타일을 파악하고 그동안 자신이 적응했던 생존방식대로 행동하는 각본을 택하는 것이다. 반의 스타일이라고 하면 반에서 인정하는 행동방식대로 아이들이 움직인다는 뜻이고 분명 그것을 주도하는 학생들이 있다는 것이며 주도하는 학생은 학급에서 인정받기 위해 행동할 것이다. 또 어떤 학생은 반의 스타일을 빨리 파악해서-그것이 교사의 교육적 방향과 다르다 하더라도-재빠르게 움직이는데 어떤 학생은 잘 파악하지 못하여 교사의 위치처럼 분리된 듯한 느낌, 소외된 느낌을 받게 되는 것이다.
 

선생님 중에 만약 '내가 어떤 말을 하면 그냥 허공에 떠도는 것 같아'라고 하시는 분이 계신다면 게임으로 점철된 연극의 현장을 격파할 무기를 가져야 한다고 말하고 싶다. 표면에서 아이들 연기에 휘말리지 말고 학생들 간 이면교류를 과학적으로 진단해야 한다. 어떤 그룹이 주도하는지, 아이들의 반응(겉)은 어떤지, 하지만 해석(속, 이면)은 어떤지를 찾아내는 것이다. 설문조사의 방법도 있겠지만 대안 문화를 만들기 위해서는 깊이 있는 대화, 진정한 교류를 할 수 있는 그룹이 교사에게 필요하다. 사실 학급은 교사 혼자 평화를 외치기엔 쉽지 않은 변수들이 많다. 개인의 인정받고 싶은 욕망에서 시작된 학급의 문화를 의미 있고 평화로운 가치로 전환하기 위해 교사는 수평적 교류를 경험할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이 필요한데, 그중 하나가 '일기모둠' 활동이다.
 

일기모둠은 말 그대로 일기를 쓰기 위한 모둠인데, '일기'라는 정해진 틀에서 벗어나는 것이 모둠일기와는 다르다. 좀 더 자유롭고 깊이 있는 대화가 되려면 일기라는 형식에 얽매일 필요가 없다. '일기는 이런 거야' 하는 순간 '1교시에는, 2교시에는'과 같은 형태의 글이 나온다. 어떤 주제를 가지고 이야기하느냐에 따라 내용과 형식이 달라질 수 있고 유연해진다. 가령 '지금까지 나에게 가장 감동을 준 영화(만화, 소설)는?' '지금까지 살면서 가장 행복했던(슬펐던) 순간은?', '나의 스트레스 해소법' 등 서로의 생각과 선호도를 알 수 있는 주제, '친구라도 지켜야 할 예의가 있다면?' 등 학교 평화와 학급의 과제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는 주제, '남북한 자매결연을 한다면 북한 학생들과 어떻게 만날 것인가?' 등 주장하는 글쓰기를 할 수 있는데 이 속에서 깊이 있고 수평적인 대화와 공감을 만들어낼 수 있다.
 

또한, 모든 학생이 돌려쓰는 것이 아니라 학급에서 고립되거나 학급 스타일에 적응 못 하는 아이들을 포함시켜 교사와 함께 학급에 대안 문화를 만들 수 있는 아이들을 먼저 모아 시작하고 공감이 형성되면 이것을 점차 확대해 나가는 방식이다.
 

연극하는 학생들, 학생과 분리된 교사가 방향을 잃은 채 공존하는 공간이 아닌 수평적 교류가 흐르는 평화의 교실을 만들기 위해 교사의 언어에 공감하고 교사 학생이 연대할 수 있는 그룹을 형성하는 데 일기모둠은 무기가 될 수 있을 것이라 보인다. 평화로운 교실을 만들고 싶다면 이에 공감하는 학생들과 꼭 손을 잡으시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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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8/05/15 [13:14]  최종편집: ⓒ 교육희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