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과정 중심 학교로 '사이' 좁히기

박정기 · 전북 이리동산초 | 기사입력 2018/05/15 [1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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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과정 중심 학교로 '사이' 좁히기
이리 동산초, 학교운영과 예산편성 모두 바꿔
박정기 · 전북 이리동산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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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8/05/15 [1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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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리 동산초, 학교운영과 예산편성 모두 바꿔

 

 

우리 학교는 전라북도 익산에 있는 30학급 규모의 4년 차 혁신학교이다. 혁신학교로 지정된 2015년부터 2017년까지 '나를 알고 우리가 함께하는 행복한 배움터'라는 가치에 맞게 교육과정, 주제체험 프로그램, 학년별 교육과정 구성 등을 시도했다. 이 시기를 동산 혁신학교 1기라고 볼 때, '학교 속의 작은 학교'를 추진하며, 학년 특성에 맞는 다양한 교육과정을 운영했다는 점이 성과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지난 시간 동안 교육과정의 변화라는 내용의 혁신에 일정 부분 도달하였으나, 학년별 교육활동을 지원하기 위해서 학교 조직을 어떻게 바꿔야 하는지 몰랐다. 그리고 교육과정이 추구하는 교육활동을 지원하기 위해서 어떻게 예산을 편성해야 하는지 제대로 풀어내지 못했다. 혁신의 형식이 필요했다.
 

2018년을 '동산 혁신 2기'라고 명명하고 작년부터는 더 근본적인 고민을 하기 시작했다.
 

학교에서 최우선으로 해야 하는 일은 교육과정 운영과 수업 실행이다. 그리고 학교는 이 일을 제대로 할 수 있도록 예산을 편성하고 학교를 그에 맞게 운영해야 한다. 그러나 이 당연한 일이 대부분 학교에서 제대로 실행되지 못하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학교 교육과정 편성 과정과 예산 편성 과정의 시기적, 내용적 불일치에서 극명하게 드러난다. 일반적으로 교육과정 편성을 위한 워크숍과 예산 편성 과정이 시기적으로 따로 진행되고 있어 교육과정 워크숍에서 논의된 방향에 맞는 예산 편성이 되지 못하고 있고, 관행적으로 운영되던 방식을 답습하고 있어 민주적인 협의 모델이 정착되지 못하는 실정이다. 더구나 교장으로 대표되는 권위주의적인 학교문화 속에서는 이러한 문제가 표면 위로 드러나기 어렵기 때문에 사태의 심각성이 커질 수밖에 없다.
 

그러나 동산초에서는 문제의 해법을 교육과정 중심의 학교 예산 편성 문제에 국한해서 찾지 않으려고 했다. 왜냐하면 이 문제의 본질은 교육을 바라보는 교육 주체들의 교육에 대한 각자 다른 이해에서 비롯되기 때문에 보다 총체적인 접근이 필요했다.
 

그 결과 학교 조직 운영 방식의 혁신과 학교 예산 편성을 교육과정 중심으로 두는 일을 함께하기로 했다. 지난 3년 동안 밟아온 동산초 혁신 내용을 담아내고, 교육 공동체 모두가 교육과정을 중심으로, 아이들의 성장을 중심으로 어떻게 협업할 수 있는지 해답을 찾아야 했다.
 


■ 해답 찾기
 

열쇠 1 : 학교 운영 방식 바꾸기
 

작년 10월, 우리 학교가 가진 구조적인 문제가 무엇인지 분석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교무회의 의결을 통해 '학교 조직 개편 TF(13명)'를 출범했다. 작년 12월 21일 '2018 교무행정업무 효율화를 위한 동산초등학교 조직 개편(안)'이 교무회의에서 의결되기까지 여덟 차례의 협의 과정을 거쳤다. 교사들이 그동안 처리하던 교육행정 업무를 분석하고 대안을 마련하는 TF 활동은 표면적으로는 교육 행정업무를 효율화하는 것이었으나, 본질적으로는 TF 활동을 통해 우리 학교가 가지고 있는 구조적인 한계를 드러내는 것이었다. 이를 통해 학교에서 처리하는 교육행정 업무와 교육활동을 완전히 분리하고자 했다. TF 분석 결과를 토대로 업무 폐지, 업무 통합, 업무 이양, 업무 변경 및 신설, 향후 해결과제 등을 담은 학교 조직 개편안을 교무회의에 상정하여 의결했다.

 


열쇠 2 : 학교 예산 편성 방식 바꾸기
 

작년 11월부터 12월 9일까지 '2018학년도 교육과정 편성을 위한 워크숍'을 4회 실시하였다. 네 차례의 워크숍에서 학교 조직 개편 TF 활동 중간보고, 교육철학 점검 및 변경, 교육철학 변경에 따른 교육과정 내용 및 운영 방식 변경(학교 속의 작은 학교 확대 운영 등), 공통 학사일정 및 학년별 학사일정, 2018학년도 예산 편성 방향 등을 검토하였다.
 

'교육활동 지원실' 워크숍이 2017년 12월 22일~23일에 운영되었다. 그동안 교사들이 처리하던 교육행정업무 전체가 교육활동 지원실로 이관되면서 생기는 자연스러운 과정이었다. 이때 논의된 것은 교육과정 워크숍에서 논의된 내용이 학교 예산에 반영하도록 하는 '2018학년도 학교회계 본예산 사업별 예산 편성' 협의가 주를 이뤘다. 워크숍 결과를 정리하여 행정실과 논의한 뒤 교무회의에 상정하여 의결했다.

 

 

'사이' 좁히기
 

교육 본질 회복을 향한 교육 공동체의 노력이 학교에서 성과를 내기 위해서는 교육과정을 중심에 두는 학교가 어떤 모습이고, 어떻게 운영해야 하는지 토론할 수 있는 민주적인 학교문화가 형성되어 있어야 한다. 이러한 문화 속에서 학교는 자연스럽게 각자의 특성에 맞는 교육과정 운영 방향을 설정하고, 이를 반영하는 예산 구조를 갖게 된다. 학교별 교육과정 중심 혁신 모델이 완성된다.
 

그러나 이 일을 실행하는 것은 말처럼 쉽지 않다. 실행의 처음과 끝은 교육 주체 간의 '사이'를 좁히는 일에 대한 인식 여부에 달려있다. 교육청과 학교 사이, 지역사회와 학교 사이, 교무실과 행정실 사이, 교장과 교사 사이, 교사와 학부모 사이, 교사와 교사 사이, 교사와 아이들 사이, 아이들과 아이들 사이 등 그리 멀지도 않을 것 같은 이 '사이'들의 간격을 좁히는 일이 학교혁신, 나아가 교육혁신으로 나아가는 마중물이 된다.
 

어쩌면 우리 학교의 이야기는 이 '사이'에 관한 이야기인 듯싶다. 시작이 누구이든지 먼저 자신의 생각을 진솔하게 상대에게 말해야 한다. 그리고 진솔함을 모아 수업으로, 아이의 성장으로 드러나게 해야 한다. 그렇게 되기 위해 교육 담론에서 누구도 배제되지 않도록 학교라는 그릇을 민주주의라는 재료로 빚어야 한다.
 

우리 학교는 누구도 배제하지 않고 여기까지 왔을까?
 

그동안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우리 학교는 여전히 구조적인 한계를 넘어서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처음부터 완성을 바란 것이 아니다. 아니, 언제나 시작과 과정을 추구하고 있다고 믿고 있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함께 노력하는 것, 그리고 이러한 노력을 토대로 학교를 정상화해서 교육의 본질로 향하는 길을 찾고 있다고 믿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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