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떠오른 단어로 시작되는 수업이야기

김상정 | 기사입력 2018/04/18 [23:09]
혁신학교
지금 떠오른 단어로 시작되는 수업이야기
'2018 전교조 초등 교육과정 아카데미'를 찾아서
김상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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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8/04/18 [2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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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전교조 초등 교육과정 아카데미'를 찾아서

 

 

"무슨 단어가 생각나세요?" "이야기요" 박수 두 번 짝짝 치고 나서 "왜요?"

 

"저희 학교가 2기 혁신학교인데 교사다모임이 시간이 지나갈수록 토의가 되지 않아요. 일부 말하는 사람들만 하고 학교행사 일정이나 부서에서 꼭 필요한 얘기만 전달하고 있어요" 

 

"발달"이요. 박수 두 번 짝짝, "왜요?" "올해 저희 모임에서 목표가 발달교육과정을 만들어보는 건데 '5년을 해보니 아이들이 바뀌더라'라는 말을 듣고 떠올랐어요. 교사들이 지향해야 하는 건 아이들의 발달을 이끌어 내는 거고 그러기 위해선 아이들 수준에서 바라봐야 하는데 현재 1년 담임제의 한계를 어떻게 극복할 수 있을까. 학교 구성원들 모두 같이 발달을 어떻게 이끌 것인가 고민하게 되었어요."

 

지난 14일,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서울지부 7층 강당은 박수소리와 함께 '왜요'라는 질문에 수많은 얘기들이 쏟아져 나왔다. 김영주 교사의 '현장교사 주도의 국어교육과정과 국어교과서' 이야기를 듣고 나서다. 김 교사는 현재와 앞으로의 혁신학교 이야기도 풀어놓았다. 이야기는 '온작품읽기'로 연결된다. 

 

온작품, 읽기에서 쓰기로 '그게 교재다'

김 교사는 전교조 구리남양주지회에서 초등국어교과연구모임 구성을 시작으로 전국초등국어교과모임(국어모임)도 꾸렸다. 전국참교육실천대회 등에서도 초등국어분과를 개설하여 실천 사례들을 발표해왔다. 이는 초등 국어 대안교과서 출판으로도 이어졌다. 국정교육과정 간략화, 교과서 자유발행제, 교사의 교재 구성권을 염두에 둔 대안국어교과서 운동을 하고 있다. 전국 각지에서 달려온 교사들은 김교사의 이야기에 푹 빠졌다. 

 

국어모임은 온작품 읽기, 온작품 쓰기, 어린이시 출판, 교사이야기 출판으로 대안교과서운동을 이어가고 있다. 온작품 읽기의 핵심은 연결에 있다. 아이들의 삶과, 책과 나의 표현을 연결하는 데 있다. 책 한 권을 다 읽고 나서 문법을 배우거나 활동을 하는 거다. 온작품 읽기는 자신의 온작품 쓰기로 이어진다. 읽고나서 학생이 자기 작품을 쓰는 거다. 시쓰기를 한 다음 좋은 글귀를 칠판에 써놓고 간다. 다음날 아이들은 오자마자 알아본다. "어? 이상하네? 내가 쓴 것도 칠판에 쓰네!" 놀라움은 기쁨으로 바뀌고 친구들의 글에서 좋은 글귀를 써놓고 가기도 한다. 읽고나서 학생들이 자신의 작품을 쓰는 거다. 어린이가 직접 쓴 시, 주장글, 설명글을 뽑아서 정식으로 학생 이름을 달아 출판하는 거다. 그것이 교재가 되고 대안교과서 운동이라고 김영주 교사는 말한다.

 

무늬만 혁신학교로 가고 있는 건 아닌가

현장의 혁신 사례들이 대거 관 주도의 정책으로 넘어갔다. 급속한 혁신학교의 확대로 인해 학교 내부 동력이 혁신정책을 따라가지 못하거나 위에서 아래로 정책을 내려 보내는 관료주의적 형태를 띠기도 한다. 애초 혁신학교 출발은 학교구성원들의 자발적, 협력적인 실천이었다. 전문적 학습공동체, 민주적 자치공동체, 생활적 윤리공동체 등이 그것이다. 혁신학교 5년이 넘어서면서 혁신학교를 이끌던 교사나 교장이 다른 학교로 이동하고, 공모교장, 교육청과 연수원의 장학관 및 장학사와 연구사로 전직하는 사례가 많아졌다. 학교현장의 자발적 혁신활동은 위축되었고,  도교육청이나 지역교육청, 연수원 등에서는 선도적으로 혁신학교 정책을 새롭게 도입하여 학교에 내려 보내게 된다. 정책은 조직구성과 문서로 혁신학교에 전달되기 때문에 관료주의적 속성을 강화하면서 현장의 혼란을 더욱 가중시키고 있다. 혁신교육의 방향과 비전이 흐릿해지면서 결국 새로 지정된 혁신학교에 근무하게 된 교사들은 "혁신학교가 무엇을 하려는지 모르겠다", "무늬만 혁신학교" 등의 비판적 이야기들을 하게 된다. 

 

혁신 정책이 제대로 가려면

무엇보다도 현장의 실천을 통해서 학교혁신이 지속적으로 이루어져야 하며 이에 부합하는 혁신 정책 마련이 필요하다. 초기 혁신학교 구성원들의 실천과 정책은 교사와 관리자들이 선도하는 측면이 강했다. 앞으로 어떻게 하면 학생들의 욕구와 필요를 수용하여 갈 수 있는 지에 대한 실천과 정책마련이 필요하다. 학생의 배움과 교사의 가르침이 만나는 '학생'과 '학교, 교장, 교사, 학부모, 지역'의 관계에 초점을 두는 본질적 전환이 필요하다. 학교 구성원들 특히 교사가 학생의 배움의 욕구를 바탕으로 가르침을 기획하여 실천하며 공동으로 성찰할 수 있는 학교의 사례를 만들어가며 이를 모아 확산할 필요가 있다. 교사와 학생, 가르침과 배움이 만나서 긴장이 발생하는 공간으로서 교육의 본질적 영역이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현장의 다양한 사례를 통해서 확인하고 이를 지원하는 정책이 필요하다. 실천을 모으고 나눠서 정책으로 잇고 다시 현장을 개선해야 혁신의 지속성이 확보된다. 

 

김 교사는 남한산초 교사들과 전국초등국어교과모임에서 시작하여 전국 혁신학교로 퍼진 뒤, '한 학기 한 권 읽기'라는 국가교육과정 정책으로 확대된 '온작품읽기 운동', 학생의 삶을 반영한 학급 문집 발간의 전국적 확산, 직접적 민주주의로써 다모임의 확산 등을 대표적 사례로 꼽았다. 

 

현장연구 실천가들의 재능기부와 전교조 초등위원회의 협력으로 개설된 '2018 전교조 교육과정 아카데미'는 2월 10일 첫 강의를 열었고 김 교사의 강의는 세 번째 강의다. 교사들의 교육과정 개발 및 운영의 전문성을 높이기 위해 시작된 아카데미는 내년 1월까지 매월 1회 총 12회에 걸쳐 진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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