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칼럼] 로또와 교육 사다리

홍석만 참세상연구소 연구실장 | 기사입력 2018/04/18 [2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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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칼럼] 로또와 교육 사다리
홍석만 참세상연구소 연구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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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8/04/18 [2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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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콩회항 조현아에 이어 그 동생 조현민의 갑질논란을 보면서 땀구멍에 또 식은땀이 배어 나온다. 재딸, 재아들이 매값 폭행을 일삼고, 기내에서 술 먹고 난동 부리며, 회의하다 물 뿌리며 욕하는 일이 새삼스럽지도 않은데 말이다. 조현민의 말마따나 억울하면 자기처럼 금수저로 태어나지 왜 흙수저 물고 태어났느냐며 조상 탓을 하기도 한다. 지난 17일 한 대학연구팀의 조사에 따르면 한국 대학생이 뽑은 성공 요인 1순위는 '부모의 재력'(50.5%)이다. 

 

세상 사람들이 이런 갑질과 불평등을 외면하고 있지만은 않았다. 자본주의 개혁가들은 기회의 평등을 외치면서 '교육 기회'와 '교육 사다리'를 강조했다. 그러나 단군 이래 가장 많이 교육받은 국민들이 가장 불평등한 사회에서, 오늘도 스펙 쌓기에 열중하고 있다.

 

'교육 사다리'가 애초에 존재했는지도 의심스럽다. 매주 많게는 수백억까지 돈벼락 맞을 사람을 찾아내는 로또 복권을 '로또 사다리'라고 부르진 않는다. 그나마 로또는 매주 1등 당첨자만 수 명에서 수십 명씩 만들고, 1년이면 많게는 천여 명 이상 만들었다. 그렇게 수십 년간 많은 당첨자를 만들었지만 로또 때문에 조금이라도 빈부격차가 줄었다는 말을 듣진 못했다. 그런데, 교육으로 도대체 1년에 몇 명이 사다리에 올랐을까? 교육이 로또보다 나았을까 싶다.

 

기회가 평등하지 못하다는 것이 확인되자 이제는 결과의 평등도 중요하다고 한다. 분배를 통해서라도 불평등을 시정하자, 세금으로 소득을 재분배하고 임금 몫을 증가시키자는 것이다. 그러나 이것도 교육 사다리만큼 허무하다. 2008년 대공황과 함께 신자유주의가 추락한 이후 대부분의 나라에서 법인세는 물론이고 소득세도 낮추고 있다. 실질 임금도 줄고 있다. 아담이 금단의 사과를 먹은 이래로 지구상에 가장 많은 자본이 풀려 있는데, 이 자본의 수익률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임금 몫을 늘리려면 먼저 자본의 총량을 줄여야 하는데, 어떤 자본이 앉아서 죽기를 바랄까? 세금도 마찬가지다. 피케티가 <21세기 자본>에서 주장한 대로 자본 소득의 80%를 세금으로 걷어야 소득분배에 유의미하다. 역사 속에서 전쟁이나 혁명과 같은 상황에서만 가능했다고 한다. 전쟁이 벌어지거나 혁명이 일어나지도 않았는데, 부자들이 자기 수입의 80%를 세금으로 내놓겠는가. 세금인상은 혁명보다 더 어려운 일일 수 있다. 

 

불평등은 인류 역사 속에 항상 존재했다. 그러나 역사 시기마다 불평등의 원인은 달랐다. 루소는 260년 전 <인간불평등기원론>에서 기회나 분배의 불평등이 아니라 '사유재산제도'가 문제라고 지적했다. 나아가 마르크스는 자본을 확대 재생산할 수 있는 '생산수단의 사적소유'가 불평등, 노동소외의 원인이라 강조했다. 분배의 격차는 그 필연적인 결과일 뿐이다. 

 

이건희로부터 이재용이 물려받는 것은 단순한 '부'가 아니라 '경영권'이다. 즉, 1%의 지분으로 삼성그룹 전체를 소유할 수 있는 바로 '자본'이자 '생산수단'인 것이다. 교육, 세금, 임금도 물론 중요하지만 자본주의 사회에서 불평등은 자본, 생산수단의 소유 그 자체에서 기인한다. 분배의 정의라는 대증요법에 치중하는 게 아닌지 의심해 봐야 한다. 만약 분배문제가 불평등의 원인이라면 교육이나 세금보다도 로또, 주식, 비트코인이 더 현실적인 분배수단일 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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