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 상대평가 유지 원칙에 원점수제까지... 거듭 후퇴

최대현 | 기사입력 2018/04/11 [1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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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능 상대평가 유지 원칙에 원점수제까지... 거듭 후퇴
교육부, 2022학년도 이후 대입제도 시안 발표
최대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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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8/04/11 [1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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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부, 2022학년도 이후 대입제도 시안 발표

교육부가 2022학년도부터 적용될 수능 개편안을 포함한 대학입시제도 개편 시안을 발표하면서 상대평가 유지 원칙 규정과 수능 원점수제 방안까지 수능 평가방법과 관련한 안을 복수로 제시해 파장이 예상된다. 지난해 발표했던 수능 개편안에는 없던 것으로, 교육부가 후퇴를 거듭하고 있다는 비판을 자초하고 있다.

  

교육부가 11일 내놓은 대학입시제도 국가교육회의 이송안’(이송안)을 보면 국가교육회의에서 반드시 논의해서 결정해야 할 사항으로 수능 평가방법 학교생활기록부(학생부) 종합전형과 수능 전형 간 적정 비율 모색 수시·정시 통합 여부 3가지를 요청했다.

 

김상곤 수능 절대평가, 국정과제 아니다거듭 강조 

 

▲ 김상곤 교육부 장관이 11일 오전 정부서울청사 별관에서 대학입시제도 국가교육회의 이송안을 브리핑하고 있다.   © 최대현

 

교육부는 지난해 수능 개편안 확정을 1년 미루면서 대입제도 전반에 대해 국가교육회의의 숙의, 공론화를 거쳐  오는 8월 말  ()교육개혁 종합방안으로 발표하기로 한 바 있다.

 

관심을 모은 수능 평가방법은 기존의 수능 절대평가 확대를 사실상 수정하는 기조로 3개의 안이 복수로 제시됐다. 교육부가 지난해 8월 발표한 수능 개편 시안의 핵심은 영어와 한국사 과목에 한해 도입된 현행 절대평가 제도를 확대하는 것이었다.

 

이 기조 속에 2개 안으로 제시된 시안은 전 과목 확대냐, 일부 과목 확대냐의 차이였다. 당시 교육부는 현재 상대평가 방식으로 이뤄지는 수능 시험이 가지는 학생들 간의 무한 경쟁에 대한 문제에 대한 공감과 우려가 있었다학생의 성장을 위해서는 상대적 순위와 상관없이 성취기준에 도달했는지의 여부를 확인하는 절대평가 체제 강화가 필요하다가 설명했다.

 

그러나 이번 이송안에서는 절대평가 확대 기조는 없었다. 3개로 제출된 수능 평가방법에서 교육부는 1안만 전 과목 절대평가 전환으로 명명했다. 2022학년도부터 국어와 수학, 탐구까지 모두 9등급 절대평가로 하겠다는 것이다.

 

2안은 상대평가 유지 원칙으로 명시했다. 국어와 수학, 탐구 과목에 대해 기존대로 상대평가를 유지하는 것이다. 이 내용은 지난해 나온 일부 과목 절대평가 확대와 같은 내용이다. 그런데도 해당 안의 명칭에서 보듯 절대평가 확대속의 하나의 안이 아니라 별도의 안으로 처리한 것이다.

 

여기에 교육부는 이번 이송안에 지난해의 개편안에는 없던 수능 원점수제’라는 3안을 새로 추가했다. 국어와 수학, 탐구 과목은 원점수를 제공하겠다는 것이다. 기존에 절대평가를 실시하던 영어·한국사에 대해서는 절대등급을 제공한다. 구체적으로 수능 과목별로 문항 수를 25문항으로 출제하고, 문항별 동일 배점을 4점이나 2점을 설정한다고 제시했다.

 

이런 수능 절대평가 후퇴 입장은 김상곤 교육부 장관에게서도 더욱 분명히 읽혔다. 김 장관은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진행한 이송안 브리핑에서 수능의 절대평가가 교육부의 기본 입장이라는 오해가 있다. 문재인 정부의 국정과제에 들어있지 않다는 발언을 2~3차례 강조했다. 당연직 위원인 국가교육회의에서도 특별한 의견을 제출하는 일은 없으리라고 생각한다고도 했다.

 

김 장관은 또 장관이 된 뒤, 수능 절대평가 강화 입장을 밝힌 적이 없다고 했다가, 교육부 수행 관계자는 장관이 지난해 7월 학부모와 만난 자리에서 수능 절대평가 입장을 언급한 적이 있다고 바로잡는 촌극을 빚기도 했다. 김 장관이 수능 절대평가 확대·강화 입장에서 발을 빼는 듯 한 인상을 주는 대목이다.

 

만약 국가교육회의가 숙의, 공론화 과정에서 수능 절대평가 안을 폐기하더라도 기본적으로 존중할 방침이라고 김 장관은 밝혔다.

 

학생부 교과전형 강화 방안은 전무 

 

▲ 교육부가 국가교육회의에 이송한 대학입시제도 가운데 수능 평가방법 3개 제시안. 수능 절대평가 확대, 강화가 사실상 무력화됐다는 지적이다.    © 교육부

 

전교조는 이날 오후 논평에서 학교교육의 획일화, 낡은 주입식 교육, 암기와 문제풀이 학습의 지속을 강요하는 수능의 영향력을 약화시켜야 한다는 암묵적인 사회적 합의가 지난 10여 년동안 존재해 왔다. 이에 따라 수능 중심의 전형 비율이 축소되고 일부 과목의 절대평가 전환이 이뤄졌던 것이라고 상기하며 하지만 이번 이송안은 수능 상대평가 유지, 원점수 기재 등 오히려 수능의 변별력 강화를 추구하는 방안들이 제시되고 있다. 지금까지 추진돼 왔던 대입제도 개혁이 오히려 후퇴할 가능성이 높다고 경고했다.

 

, 교육부는 객관적 시험을 통한 수능 전형과 고교 학습 경험을 중심으로 평가하는 학생부 종합 전형 간의 적정 비율을 논의달라고 했다. 하지만 비교과 정성평가에서 금수저 전형 등의 문제를 일으키는 학생부 종합전형만 언급했을 뿐, 내신 정량평가로 이뤄지는 학생부 교과전형에 대한 언급은 한 마디도 없었다.

 

교육부는 국가교육회의에서 필요하다고 판단할 경우 결정이나 의견을 제시해 달라는 요청 사항에서도 학생부 종합전형 공정성 제고 방안만 포함됐을 뿐, 학생부 교과전형은 제외됐다.

 

이는 수도권 대학의 요구를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수도권 대학들의 2015~2019년 대입 전형 비율을 보면 학생부 종합전형이 33.4%로 수능 24.7%, 학생부 교과전형 21.7%를 크게 앞질렀다. 반면 지방 대학은 학생부 교과전형이 절반 이상인 53.1%로 학생부 종합전형 19.2%, 수능 18.4%를 압도했다.

 

이현 전교조 참교육연구소장은 학생 교과전형의 개선·확대 방안이 제대로 부각되지 않는 이유는 수능의 공정성을 정당화하기 위해 학종만을 부각시키는 세력들, 대학의 선발권 강화를 추구하는 대학 당국들, 수능과 학종으로 재미를 보는 특목고-자사고-부유한 지역 중심의 여론 주도층, 그리고 학종 지도로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는 일부 진학 컨설팅 업자들의 이해관계가 맞물려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이 소장은 직접 가르치고 평가하는 교사가 정량화하는 것이 교육적으로 공정하고 타당하다. 다만, 현재 고교 내신평가를 객관식 지필평가 중심에서 논·서술형 평가, 과정-형성평가, 수행평가 등으로 다원화하여 학생부 종합전형의 장점을 학생부 교과전형으로 흡수하는 정책이 동반돼야 한다고 강조하며 향후 교육부와 국가교육회의 논의 과정에서 학생부 교과전형의 개혁-확대-강화 방안을 적극적으로 제출해야 하며, 학생부 종합전형을 학생부 교과전형으로 흡수 통합하는 방식을 강구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대학서열체제 완화 방안도 없어... 전교조 개혁 아닌 개악 귀결경고

 

이와 함께 교육부는 수능 과목 구조와 수능최저학력기준, 대학별 지필고사 축소·폐지, 면접·구술고사 개선, 수능 EBS연계율 개선 등에 대해 국가교육회의가 필요한 경우에 결정이나 의견을 제시해 달라고 했다.

 

교육부는 이날 이송안과는 별도로 중장기 대학입시제도 방향도 제시했는데, 수능에 논·서울형 도입과 내신 성취평가제 확대, 학점제 기반 학생부 전형 제시에 그쳤다. 그러나 초·중등교육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대학서열 체제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당초 문재인 대통령이 후보 시절 공약으로 제시했던 대학서열화 완화내용이 정작 국정과제에서는 빠진 것을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문 대통령은 대학서열화를 완화하는 방안으로 국공립대 공동운영체제를 통해 대학들의 자발적 고등교육 혁신체제 방안 구축, 국공립대 간 기능별(연구중심·교육중심·직업중심 등), 중점분양별 특화 추진, 국공립대 네트워크 구축 등의 세부 방안도 약속한 바 있다.

 

전교조는 교육부의 이송안은 이미 지난해 8월 표출됐던 쟁점들을 나열적으로 정리한 수준으로, 수능 개편안 연기 이후 7개월 동안 허송세월한 셈이라며 남은 3~4개월의 짧은 시기 동안 모든 사안을 원점에서부터 재검토해야 할 상황이다. 국가교육회의에서 충분한 논의와 공론화 과정 없이 졸속으로 처리할 우려가 높다고 봤다.

 

그러면서 전교조는 대학서열체제 해소와 입시경쟁 완화를 위한 국·공립대 통합과 공영형 사립대 육성 등 대학체제 개편 방안을 중장기로 적극 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하며 어설픈 공론화 과정을 거쳐 대입제도 방안을 결정할 경우 대입제도의 개혁이 아니라 개악으로 귀결될 수 있음을 경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전교조는 교육개혁 세력들이 참여하는 가칭 대입제도 개혁위원회설치와 이 기구에서 마련된 구체적인 방안을 심의, 검토하는, 일반 국민이 참여한 공론화 위원회운영을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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