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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사기사쓰기] 자유에서의 도피
 
김현희 ‧ 대전상지초 기사입력  2018/04/09 [15:00]

 

학교, 민원으로부터의 도피

 

지난 2월 드디어 대전광역시 교육청이 각 학교에 일제고사 형태의 지필평가를 지양하라는 공문을 보냈다. 이에 일선 학교들은 평가위원회를 열어 향후 계획을 논의했다. 그 과정에서 눈에 띄는 몇 가지 모습들이 있었다. 교육청에서 출제하는 시험이 없어진다는 소식에 불안해하는 모습들이 보였다. 심지어 한 학교는 평가 실시 여부를 학부모들의 설문 조사를 통해 정하기로 합의했다. 설문 결과 학부모들이 기존과 같은 평가를 원하자 학교는 자체 일제고사를 시행하기로 결정했다.

물론 학부모 의견을 수렴할 수는 있다. 그러나 수업과 평가는 학교와 교사의 고유한 권한이다. 교육 전문가로서의 판단, 합의된 교육관에 따라 학교가 소신 있게 결정할 문제이다. 민주적인 의사결정을 빙자해 학부모 설문결과에 따라 평가여부를 결정하는 것은 교육적인 관점에서 최선이 아니다. 책임을 회피하기 위해 학교가 스스로를 구속하는 행위로 볼 수도 있다. 최근 부쩍 늘어나는 학부모들의 민원으로 골치 아파하는 학교들의 사정은 안다. 하지만 학부모 민원으로부터의 도피가 교육기관의 양심과 자유를 지켜주지는 못한다.

 

 

교육부, 현장으로부터의 도피

 

교장자격증 소지 여부와 상관없이 경력 15년 이상의 평교사도 응모 가능한 내부형 교장공모제 실시 계획이 자율학교의 100%에서 50%로 줄었다. 장미란 교육부 교원정책과장은 교장공모제 확대에 관한 찬반양론을 종합적으로 반영해 이번 개선안을 확정했다. 학교 구성원이 원하는 유능한 교사가 교장에 임용되는 기회를 확대하되, 급격한 변화로 교육 현장의 혼란을 최소화하도록 했다고 말했다.

자율학교 내부형 교장공모제가 100%로 확대된다 해도 실제 이를 실시하는 학교의 수는 전체적으로 극히 소수에 불과하다. ‘현장의 혼란을 빌미로 이마저도 50%로 줄인 것은 교육부의 의지 부족에 불과하다. 교육현장은 이미 혼란스럽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돌봄, 방과 후, 안전교육 등의 업무가 현장에 물밀 듯이 밀려와 교사들의 부담은 나날이 가중되고 있다. 그 와중에 학교 권력 구조의 결정적 변인인 승진제도는 요지부동이다. 학교의 민주성이 교장의 인품이라는 다분히 우연적이고 개인적인 요소에 좌지우지되며, 많은 학교들은 여전히 교장의 소왕국이다.

지난 3월 내내 교사들의 비명이 곳곳에서 터져 나왔다. 처음 만난 학생들의 얼굴과 이름을 익히기도 전에 행정 업무에 치여 숨이 막혀 하는 소리였다. 이 와중에 대부분의 학교 실무에서 열외된 교장들은 교총을 중심으로 무자격 교장을 운운하며 궤변을 늘어놓았다. 교육부는 민주적이고 상식적인 교육환경과 제도를 원하는 교사들의 목소리, 민주시민교육에 대한 학생들의 요구와 시대의 과제를 직시해야 한다. 더 이상의 무책임한 도피를 멈추고 현장의 소리에 귀 기울이길 바란다.

 

 

사회, 교육의 본질로부터의 도피

 

최근 교육부는 서울 주요 대학에 2020학년도 대입 정시모집 확대를 독려했다."국민 염원인 단순·공정한 입시"라는 문구를 보니 우리 지역 모 학교의 '민원으로부터의 도피'와 판박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학생부종합전형 확대에 대한 사회적 논의는 극단으로 치닫고 결과적으로 늘 제자리에 머문다. 이 논의가 제대로 진행되지 못하는 이유는 여러 가지다. 무엇보다 교육을 입시와 동일시하는 경향과 교육을 신분상승의 도구쯤으로 여기는 관점이 가장 큰 문제라고 본다.

물론 교육은 사회와 분리될 수 없다. 일부에서 주장하는 것처럼 교육적으로 옳은 정책이 사회적인 불평등을 심화시킬 수 있는 위험을 고려할 필요도 있다. 그럼에도 교육은 자체의 내적 목표를 유지하지 위해 안간힘을 써야 한다. 교육은 인간을 바라보는 철학과 방법의 집대성이다. ‘학생들의 전인적 발달이라는 본래의 교육 목표에 폭넓게 합의하고 이를 위한 장기적인 계획을 우직하게 실현해 가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교육의 이름을 빌린 입시제도 논의는 지금처럼 평행선을 그린 채 블랙홀 속으로 빠져들 것이다.

 

 

자유에서의 도피

 

에리히 프롬은 그의 저서 자유에서의 도피를 통해 말한다. 인간은 고독과 불안에서 벗어나기 위해 쉽사리 복종과 파괴의 길을 택한다. 하지만 그것만이 유일한 탈출구는 아니다. 사랑과 연대를 통한 자발적인 관계, 즉 각자의 개성을 말살하지 않고 외부세계와 연결됨으로서 이를 극복할 수 있다.

고독과 불안에 빠진 학교, 교육부 그리고 전교조가 나아가야 할 방향도 마찬가지다. 학부모들의 민원, 척박한 교육환경과 구조, 첨예한 대립각, 적대적인 여론 등은 끊임없이 혼란을 야기한다. 이를 극복하는 길은 에리히 프롬이 말한 것처럼 사랑과 연대, 소통 뿐이다. 학부모와 학생들, 동료 교육자들, 시민들과 계급장 다 떼고 맨발로, 진심을 다해 대화해야 한다. 외부에서 가해오는 압력과 제약에 대한 비판은 필요하지만 우리 스스로 포기해 버린 자유, 도피해 버린 자유에 대해서도 치열하게 성찰할 필요도 있다. 인간은 역사와 구조의 산물이다. 그러나 역사, 제도, 여론, 관계를 창조하는 주체 역시 현재의 인간이란 점을 잊어서는 안된다.

에리히 프롬은 희망적이다. “우리는 자유로우면서도 고독하지 않고, 비판적이면서도 회의에 사로잡히지 않을 수 있다. 독립되어 있으면서도 전체 인류를 구성하는 불가결한 부분으로 존재할 수 있다. 우리는 그 사실을 믿고 있다.”

나 역시 믿고 싶다. 고독과 불안에 빠진 교육자들과 이 믿음을 공유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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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8/04/09 [15:00]  최종편집: ⓒ 교육희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