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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비고츠키] 일원론과 이원론
 
진보교육연구소 비고츠키교육학실천연구모임 기사입력  2018/04/06 [19:48]

 

"행복해서 웃는 게 아니라, 웃어서 행복한 거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아직도 면면히 살아남아 생명력을 유지하고 있는 고전적인 정서 이론인 제임스-랑게 이론을 함축적으로 표현한 말입니다. 감정이 신체 반응을 일으키는 것이 아니라 신체 반응이 감정을 일으킨다는 것입니다. 우리가 곰을 보고 도망가는 것은 공포를 느꼈기 때문이 아니라, 곰을 보고 떨면서 도망가는 자신을 인식하고 공포를 느낀다고 이야기하기도 합니다. '감정에 관한 학설:역사-심리적 연구'에서 비고츠키는 제임스-랑게 이론이 스피노자에 기반하는지 데카르트에 기반하는지 묻습니다. 더 나아가 비고츠키는 제임스-랑게 이론을 반박하는 캐논-바드 이론을 검토합니다. 캐논-바드 이론은 정서적 자극에 대한 신체 반응과 감정이 동시에 일어난다고 주장합니다. 

 

스피노자의 사상은 '신 즉 자연(Deus sive Natura)'이라는 말에 함축적으로 표현되어 있다고 합니다. 스피노자는 신을 믿었지만 그가 믿는 신은 자연과 다르지 않았습니다. 이를 일원론이라 말합니다. 데카르트는 정신과 물질이 전혀 다른 것이라는 이원론을 주장합니다. 비고츠키는 상반된 것처럼 보이는 제임스-랑게 이론과 캐논-바드 이론을 둘 다 이원론이라 말하며 비판합니다. 비고츠키는 여러 저작에서 이원론을 반복적으로 비판하며 많은 이론의 기저에 이원론이 놓여 있음을 폭로합니다. 몸과 마음을 독립적 실체로 보는 이원론은 환경이 먼저냐 유전이 먼저냐라는 질문처럼 어떤 생산적 답도 얻지 못하고 이론적 파탄을 낳는 원인이 됩니다. 이는 이원론적 질문의 한계입니다. 신체 반응이 먼저냐 감정이 먼저냐 묻는 것은 심신을 분리해서 생각하는 이원론적 질문입니다. 비고츠키는 이원론을 넘어 심신이 하나임을 주장하는 스피노자의 일원론을 감정 이론의 기초로 삼아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일원론을 토대로 삼으면서도 인간에게 고유한 고등정신기능(고등정서까지 포함해서)을 기계적 유물론으로 환원하지 않고, 역사적이고 변증법적으로 풀어내는 것이 비고츠키 이론의 출발점이자 방법의 핵심입니다.

 

불교의 수행, 힌두교의 요가, 이슬람의 라마단(금식) 등과 같이 많은 종교에서 정신만이 아닌 신체의 단련이나 고행을 요구하는 것은 심신의 발달이 떨어져 있는 것이 아니라 하나임을 이미 경험적으로 알고 있었던 것이 아닌가 생각해 봅니다. '건강한 신체에 건전한 정신'이라는 말을 넘어 신체와 정신이 하나임을, 어린이의 신체와 정신은 따로 발달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 엮인 하나의 실체(전체)로서 발달하는 것임을 다시 한번 새기며 시사점을 찾아보는 것이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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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8/04/06 [19:48]  최종편집: ⓒ 교육희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