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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오늘부터 페미니즘 교육 1일
 
주윤아 · 경기 호평중 기사입력  2018/04/06 [19:08]

 

3월 새 학년 새 학기의 첫 수업을 어떻게 열 것인가는 교사들에게 늘 어려운 문제다. 그러나 올해부터는 고민할 필요가 없다. 이제 3월의 첫 수업은 무조건 '3·8 세계여성의 날' 계기수업이다. 나의 페미니즘 수업을 준비하기에 앞서 몇 가지 선행 작업을 했다. 먼저 2월의 신학기 (준비) 교사 워크숍에서 '성평등한 학교를 위한 교사들의 실천'이라는 주제의 연수를 자청하여 진행하면서 학교에 페미니즘 교육의 필요성을 선포(?)했다. 이 연수는 구성원들이 새 학교의 문화에 적응하기 위해 경청하고 몰입하는 새 학년 초에 감행하는 것이 적기인 듯하다. 더불어 학교 기본 생활 규칙을 만드는 교사 토론 시간에 욕설과 혐오 표현의 유래와 대상이 거의 여성에게로 향하고 있음을 논의하며 언어 순화 운동도 결정되었다. 때마침 국어교과가 이 운동을 첫 수업으로 계획하여 우리 사회교과의 '3·8 세계여성의 날'과 융합 수업으로 연결할 수 있었다. 물론 우리 학교는 혁신학교라 교육과정을 재구성하는 흐름이 원활하지만, 일반 학교에서도 동교과나 적어도 나의 수업만큼은 자율적으로 재구성할 수 있으니 그냥 하시면 된다. 내 수업은 나의 것~♪

 

다음으로 이제 어떠한 내용을 담아야 할 것인가는 더 어렵다. 특히 요즘처럼 페미니즘 이슈가 넘쳐날 때는 오히려 주제 선정 과정이 어렵기도 하지만 한편으론 일 년간 페미니즘 수업이 가능할 정도로 소재가 많다. 장고 끝에 달력에도 표기되어 있지 않은 3월 8일이 '세계여성의 날'이라는 팩트 하나를 아이들의 머릿속에 각인시키는 것을 첫 수업의 목표로 결정했다. 첫 술에 배부르려 욕심내지 말지어다~. 이제 시작일 뿐, 수업시수는 새털같이 많으니까 말이다. 

 

먼저 전교조 누리집에 탑재된 3.8 계기수업 자료를 검토해 보았다. 실업계 고교용으로 만들어진 자료라 그런지 중학생에게는 조금 어렵고 분량이 많았다. 그래서 '성별 고정관념' → '성별 임금격차' → '성차별'의 메커니즘을 자신의 삶으로 인지하고, 다음 차시에서 학생들에게 이러한 통념을 강화시키는 현재 교과서 내 성차별 요소를 각자 찾아내어 모둠에서 공통점을 정리하며 사고를 확장시키는 2단계로 조직하였다. 

 아뿔싸~ 첫 두 세반의 수업을 마칠 무렵에야 3월 8일을 '삼팔선의 날'이라고 합창하는 중학교 2학년 아이들이 '임금'이라는 개념조차 절반은 모르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대한민국은 임금 격차가 많이 난다'고 하자 '임금(king)님이 많다'고 생각하는 아이들이 한 반에 10여 명 정도 있었던 것이다. 이쯤에서 아이들에게 개념을 사회경제적 용어로 설명하는 방식보다 본인들이 남성보다 동일 직종에서 34% 차이가 나는 임금을 받게 되는 상황을 가정하고, 고용주에게 이유를 물으며 대응하는 장면을 시뮬레이션 해보는 내용으로 활동지를 수정했다. 그러자 여기저기서 아이들의 '여자니까~'라는 공통된 답변이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다. 성별 임금격차가 바로 '성별 고정관념'의 터무니없는 사회통념에서 비롯된다는 사실을 자연스럽게 찾아낸 것이다. 그렇다면 자신들은 왜 '성별 고정관념'을 갖게 되었는지를 알기 위해 자주 접하는 교과서 내 성차별 요소를 모니터링 해 보았다. 역시나 아이들이 다했다. 나보다 더 예리하고 정확하게 이잡듯이 찾아내었다. 마지막으로 미투 운동에 동참하고 지지하는 해시태그 문구를 교실에 부착하는 것으로 첫 수업을 마무리 지었다. 

 

학교에서 페미니즘 교육을 실천하는 것이 두려워 망설이거나 구체적 방법을 몰라 혼자 속앓이 하고 있다면 이제 꿀팁을 드리겠다. 메모할 준비하시고~두두둥! 그냥 다음 수업시간에 한번 해보시면 된다. 오늘의 수업이 최고의 실험이다! 그리고 페미니즘 교육은 그 어떤 내용으로 시작해도 좋다고 생각한다. 왜냐면 하지 않았던 그 이전보다는 분명 진보하기 때문이다. 그래도 공허한 분들을 위해 처음 시도해 볼 수 있는 수업을 몇 가지 소개해드리고자 한다. 더 기쁜 것은 아래 수업들은 특별히 구조화된 학습지를 만들지 않아도 혹은 없어도 가능하다! 

 

1. 일상(가족, 친척, 학교, 학원, 동네, 상가 등)생활의 성차별 요소 찾기(→ 민원활동 실천)

2. (자기) 교과서(광고, 방송프로그램, 작품, 상품 등 무궁무진) 내 성차별 요소 모니터링 모둠 활동(→ 출판사 민원처리센터에 문의, 차기 교과서 선정 시 자료로 활용할 수 있음)

3. 욕설·성차별·혐오 표현의 어원·영향 토의 수업 후 순화·대안 표현 만들어 사용하기 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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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8/04/06 [19:08]  최종편집: ⓒ 교육희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