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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년 전 멈춘 4·16 시계… 진상규명이 열쇠"
[동행취재] 권혁이 전교조 4·16 특위 위원장과 찾은 단원고 교사 묘역
 
박근희 기사입력  2018/04/06 [18:42]

 

 

연일 불청객인 미세먼지로 가득했던 3월 말, 권혁이 교사(경기 광명고)와 KTX에 올랐다. 창밖은 온통 회색빛이다. 그런데도 흙을 해치고 올라온 새싹이 눈에 들어온다. 반갑다. 1시간 후 도착한 대전역. 잰걸음으로 지하철역을 찾았다. 현충원역으로 이동해 다시 셔틀버스를 타야 하니 서둘러야 했다. 목적지는 대전 국립현충원. 세월호 참사 때 순직한 단원고 교사들이 안장된 곳이다.

 

현충원 정문 근처에서 국화를 사고 도보로 10여 분, 서서히 최종 목적지가 나타났다. 순직공무원 묘역. 귀에 익은 이름이 하나둘 보이기 시작한다. 고창석, 최혜정, 양승진, 박육근, 유니나, 전수영, 김초원, 이해봉, 이지혜, 김응현. 비석 가운데 새겨진 이름 위로는 선명하게 '교사'라는 두 글자가 박혀 있다. 10개의 비석 옆면에는 같은 문구를 새겼다. '2014년 세월호 침몰 시 안산 단원고 2학년 제자들을 구하던 중 순직'.

 

이곳에 영면한 단원고 교사들은 학생들에게 어떤 선생님이었을까? 순직 교사들의 삶을 약전으로 다룬 <우리 애기들을 살려야 해요>에서 조금이나마 답을 찾을 수 있었다. 고창석 교사는 '안녕! 너 오늘 근사하구나', '오늘도 파이팅하자!'라며 인사를 건넨 선생이었다. 전수영 교사는 교무수첩 앞장에 적은 '항상 학생을 생각하는 선생님이 되겠습니다'라는 다짐으로 학생들에게 다가갔고, 과학 선생님이었던 김초원 교사는 학생들에게 '꽃과 같은 생명을 소중히 여기는' 능력을 길러주고 싶었다고 한다.

 

전교조 조합원이었던 이해봉 교사는 '안산중등혁신교육연구회'에서 활동하고 '자신만의 한국사 교과서' 집필에 열정을 품었던 교사였고, 일본어를 가르쳤던 유니나 교사는 여행과 무라카미 하루키를 좋아했다고 한다. 이지혜 교사는 학생들이 건넨 한 줄의 메모에도 꼭 답장을 보냈고, '고민이든 의견이든 뭐든지 다 들어주셨던' 김응현 교사는 학생들에게 '아빠'라 불렸다.

 

최혜정 교사는 평소 '이 세상은 어두운 구석이 너무 많아요. 저는 환한 빛이 되고 싶어요'라고 말했다고 한다. 고민을 털어놓는 제자에게 박육근 교사는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주며 편안한 상담사를 자처했고, 양승진 교사는 '궂은일은 마다치 않고 즐거운 일은 나누었다'고 한다. 가족의 뜻에 따라 청주에 위치한 천주교 묘지에 영면한 남윤철 교사는 사탕과 초콜릿을 선물하는 등 학생들에게 친근하게 다가간 여러 일화가 있다.

 

 

진실규명, 올해가 '골든타임'

지난 1월 중순에 있었던 안장식에 이어 두 번째로 찾은 권 교사는 한 분 한 분께 헌화하고 묵념하며 인사를 건넸다. 참배를 마친 후 들른 카페에서 권 교사는 먼저 4년 전 그 날에 대한 이야기를 꺼냈다. 당시 경기도 광명 운산고에서 1학년 부장을 맡은 권 교사는 5월에 있을 체험학습 업무로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나날을 보냈다고 한다. 그러다 들려온 소식. 제주도로 수학여행을 떠난 단원고 학생들이 탄 배가 침몰했다는 뉴스였다. 순간 중단된 업무. 그렇게 체험학습 계획안 파일의 최종 수정 날짜는 2014년 4월 16일에 멈춰 있다.

 

'자신의 삶은 그 날을 기준으로 전과 후로 나뉜다'는 권 교사는 '뭐라도 해야겠다'는 생각에 2년째 전교조 416특위 위원장을 맡고 있다. 그래서일까. 4주기를 맞은 올해 권 교사는 고민이 많다. 2기 특별조사위원회(2기 특조위) 활동을 앞둔 올해가 바로 세월호 참사의 진실을 밝히는 '골든타임'이라는 생각에서다. 그러나 지난해 11월 24일 국회를 통과한 사회적참사특별법은 여전히 쟁점을 안고 있다. 권 교사는 '후퇴'로 봤다.

 

"사회적참사특별법은 유가족이 제시했던 원안에서 수사권에 해당하는 사법경찰권을 삭제했어요. 기간도 2년 조사. 필요 시 1년 연장을 요구했으나 1년 조사, 1년 연장으로 후퇴했죠. 또 이미 조사가 끝났고 형사재판이 완료된 사안은 새로운 증거가 나오지 않는 이상 조사할 수 없다는 독소조항이 있어요. 즉, 진상규명에 핵심 증인인 세월호의 선원들, 해경의 진술은 들을 수 없죠. 특조위 활동을 방해한 자유한국당에서 2기 특조위원으로 3명을 추천한 것도 문제입니다"

 

해결되지 않은 문제는 또 있다. 생존자의 고통은 말할 것도 없이 가족을 잃은 유가족, 시신을 한 명 한 명 수습했던 민간잠수사들, 생업을 포기해야 했던 진도 어민에 대한 명쾌한 해결도 지지부진이다. 또 경기도교육청은 '공무원이 아닌 사람에게도 공무원에 준하는 복지제도를 적용할 수 있다'는 관련 조례에도 순직한 기간제 교사들을 복지 대상에서 제외했다.

 

상황이 이러하니 4주기를 앞두고 권 교사는 전교조의 역할을 다시 생각하고 있다. "교사들만이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일까 생각했는데 결국 교육이었습니다. 그동안 많은 선생님과 토론하면서 세월호를 기억하고 세월호가 남긴 의미를 전하는 수업의 중요성을 깨달았습니다. 전교조가 진행해 온 공동수업과 현재 작업 중인 416교과서 개정·증보판 제작은 그 고민의 결과물입니다. 전교조 416특위는 교사로서 해야 할 일과 함께 세월호 참사의 진상규명을 위해 끝까지 함께 할 것입니다."

 

참배를 마치고 다시 서울로 올라오는 기차 안. 핸드폰을 켜자 뉴스 속보가 쏟아졌다. '朴, 세월호 7시간 참모들 연락 안 받고 침실에만 머물렀다', '보고 지시 시간 조작, 4년 만에 풀린 朴 세월호 7시간', '박근혜 거짓말 들통', '베일 벗은 세월호 7시간 박근혜, 그날도 최순실과 회의'…. 뉴스를 읽은 후 내다본 창밖엔 조금씩 봄이 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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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8/04/06 [18:42]  최종편집: ⓒ 교육희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