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교과서 국정화 ‘박근혜 청와대 독단 결정, 교육부 적극 실행’

최대현 | 기사입력 2018/03/28 [12:58]
뉴스
역사교과서 국정화 ‘박근혜 청와대 독단 결정, 교육부 적극 실행’
교육부 진상조사위원회 28일 결과 발표, 관변단체까지 총동원
최대현
필자의 다른기사 보기 인쇄하기 메일로 보내기 글자 크게 글자 작게
기사입력: 2018/03/28 [12:58]
트위터 페이스북 카카오톡
교육부 진상조사위원회 28일 결과 발표, 관변단체까지 총동원

박근혜 전 대통령 시절 청와대가 역사교과서 국정화 전환을 독단적으로 기획, 결정하고 여당과 교육부, 관변단체 등을 총동원해 추진한 것으로 공식 확인됐다. 교육부는 청와대의 지시에 적극적으로 동조해 청와대의 국정화 논리를 홍보하고 국사편찬위원회, 동북아역사재단 등의 기관을 동원해 실무적으로 뒷받침했다

 

교육부 역사교과서 국정화 진상조사 위원회(진상조사위)28일 오전 7개월 동안의 조사 내용을 종합해 발표한 역사교과서 국정화 진상조사 결과에서 이 같이 밝혔다.

 

▲ 역사교과서 국정화 진상조사위원회가 28일 발표한 조사 결과 개념도.    © 최대현

 

진상조사위는 역사교과서 국정화를 국정화 사건이라고 명명했다. 진상조사위는 박근혜 정부가 헌법과 각종 법률, 그리고 민주적 절차를 어겨가면서 국가기관과 여당은 물론이고 일부 친정권 인사들까지 총동원해 자율적이고 독립적으로 이뤄져야 할 역사교과서 편찬에 부당하게 개입한 반헌법적이고 불법적인 국정농단 사건이라고 규정했다.

 

진상조사 결과를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박 전 대통령과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이 국정화를 결정해 추진했다. 당시 여당인 새누리당과 교육부가 한국사 교과서 발행체제 개선안과 관련해 검정 강화()과 국정 전환()을 검토했지만, 청와대는 애초부터 국정화외에는 생각하지 않았다.

 

20147월, 김한글 청와대 교육문화수석실 행정관은 교육부 역사교육지원팀장에게 국정화 결정을 종용했다. 당시 국정화 반대 여론이 높자, 청와대는 교육부 담당자를 질책하기도 했다.

 

20152월 이후 국정화 강행 과정에서 김 전 비서실장 후임인 이병기 전 청와대 비서실장, 김상률 전 청와대 교육문화수석 등은 위법하고 부당한 수단과 각종 편법까지 동원했다.

 

먼저, 국정화 여론을 불법적으로 조성하고 조작했다. 201510월 전국역사학대회에서 역사교과서 국정화 반대 성명서 발표가 예상되자, 사전 대응을 교육부에 지시했다. 이에 교육부는 대회 장소를 제공하는 서울대학교와 경비를 지원하는 학술연구재단을 통해 전국역사학대회의 집단행동 자제를 요청하고 대회 현장에 국정화 지지 보수 단체의 집단행동을 계획했다.

 

계획은 현실이 됐다. 역사학대회 당일 어버이연합과 고엽제전우회, 공교육살리기학부모연합이  역사 교육 망친 자들이 올바른 교과서를 반대해?’ 등의 손팻말을 들고 대회장소에 난입했다. 

 

이와 함께 청와대는 여당 의원 활동을 지원했고 시민단체 명의로 리플릿 배포 계획도 세웠다. 교육부는 국정화에 우호적인 여론을 조성하는 여론조사를 실시했고, 국정화 찬성 학계 성명서 샘플과 학부모 샘플 등을 만드는 등  국민 의견을 가장해 여론을 만들기도 했다.

 

특히 청와대와 교육부는 20151016일 있었던 교수 102, 국정화지지 선언을 기획하고 주도했다. 이병기 전 비서실장은 이날 국정화지지 교수, 교사, 연구기관장, 교육계 원로들의 지지표명, 기자회견, 성명발표 등이 오늘, 내일 사이에 집중적으로 실행되도록 조치하라고 김상률 전 교육문화수석과 현기환 전 청와대 정무수석에게 요구했다.

 

청와대의 지시에 당시 김재춘 교육부 차관은 지지선언 교수 명단을 수합하도록 업무지시를 하고 해당 교육부 직원은 메일을 통해 지지 선언 교수를 섭외하고 관리했다.

 

또 서울 동숭동 국립국제교육원에 국정화 비밀 태스크포스(TF)’3개팀 21명 규모로 꾸려 37일 동안 청와대 비서실 지시사항과 로드맵 작성, 홍보업무 등을 담당하도록 했다. 이 팀은 대통령령인 행정기관의 조직과 정원에 관한 통칙과 정부조직관리지침 등을 지키지 않았다.

 

이외에도 역사교과서 국정화 행정예고 의견서를 조작했고, 청와대 개입에 따른 역사교과서 국정화 홍보비를 부당하게 처리했다.

 

청와대는 국정 역사교과서 편찬과정에서도 부당하게 개입했다. 청와대는 교육부에 편찬기준 21건에 대한 수정요구를 전달했고 이 가운데 85.7%18건이 편찬기준에 반영됐다. 편찬심의위원 16명 가운데 13명도 편찬심의위원 선정위원회의 추천 순위와 무관하게 낙점했다.

 

교과서 내용에도 개입했다 진상조사위는 청와대는 집필진 선정과정에도 개입했으며, 박근혜 대통령은 역사교과서 국정화 정책과 관련해 15가지 항목을 구체적으로 지시했다고 밝혔다

 

▲ 교육부 역사교과서 국정화 진상조사위가 28일 오전 진상조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 최대현

 

이에 따라 진상조사위는 형법상의 직권남용과 횡령·배임 등의 혐의로, 박근혜 전대통령과 김기춘·이병기 전 비서실장과 김상률 전 교육문화수석, 서남수·황우여 전 교육부 장관, 김정배 전 국사편찬위원회 위원장, 김재춘 전 교육부 차관, 김동원 전 학교정책실장, 박성민 전 역사교육정상화추진단 부단장 등 25명을 검찰에 수사를 의뢰하라고 교육부 장관에게 요청했다.

 

교육부 실무 집행자 10여 명에 대해서는 감사원의 감사 조치와 그에 따른 신분상의 조치를 요구했다.

 

그러면서 진상조사위는 국정화 사건과 유사한 사건이 다시 일어나지 않도록 여전히 남아있는 초등 역사교과서의 국정화 폐지를 포함해 교과서 발행 제도와 관련한 개선 조치가 시급히 마련돼야 한다역사교육위원회를 설치해 역사교육 전반을 관장하는 거버넌스의 주관기구로 삼아 역사교육을 위한 공론의 장을 마련하는 것은 물론 교육부와 전교조 등의 협력 방안도 적극 추진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앞선 지난해 12월 진상조사위는 교육부에 국정 역사교과서 반대 시국선언 교원 관련 고발을 취하하고, 2016년 스승의 날 표창 제외 대상자들이 표창을 받을 수 있도록 조치할 것과 해당 교육청에서 징계 받은 8명이 구제받을 수 있도록 교육부 장관이 교육감과 협의할 것을 권고한 바 있다. 

 

이에 따라 대전교육청의 331명에 대한 행정처분 취소 등 후속조치가 이뤄졌다. 하지만 대구 등 일부 교육청은 권고에 따른 후속조치를 하지 않고 있다. 이에 대해 고석규 진상조사위 위원장은 이미 권고한 내용대로, 불이익을 줘서는 안 되고 그렇게 행정조치가 이뤄질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 기사 좋아요
ⓒ 교육희망.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트위터 페이스북 카카오톡
  • 도배방지 이미지

관련기사목록
광고
광고
PHOTO News
메인사진
[만화] 쉴 땐 쉬어요
메인사진
[만화] 돌고 도는 학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