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교단에, 페미니스트 교사로 서자

김상정 | 기사입력 2018/03/21 [1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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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교단에, 페미니스트 교사로 서자
| 인 | 터 | 뷰 | 성평등모범조합원상 수상한 최현희 교사
김상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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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8/03/21 [1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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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 | 터 | 뷰 | 성평등모범조합원상 수상한 최현희 교사

 

 

최현희 서울 위례별초 교사가 지난 4일, 여성운동계의 대표적인 상인 성평등 디딤돌상을 수상한 데 이어 8일 민주노총 주최 110주년 기념 3.8 세계 여성의날 집회에서 성평등모범조합원상을 수상했다. 전교조 교사로서는 최초다. 지난해 7월 말, <닷페이스>와의 페미니즘 교육이 필요하다는 인터뷰 이후, 일부 매체와 누리꾼들로부터 공격을 받은 지 7개월에 접어들었다. 그는 수상소감을 묻자, "받을만하다"고 웃으며 답했다. "모든 운동에는 계보가 있다. 나 역시 앞선 여성들의 싸움을 디딤돌 삼아 여기 있을 수 있었고, 내 다음 세대에 싸우는 사람들은 나를 딛고 조금은 덜 힘든 싸움을 할 수 있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그간의 고초를 견뎌온 동력이 되었다고 전했다.

 

최교사는 이 사건의 본질은 페미니즘 백래시(반동)이지만 동시에 평범한 교사 한 명이 자신의 교육 신념을 밝혔다는 것만으로 전사회적으로 매도된 명백한 교권침해 사건이라고 말했다. 소속 학교로 번진 공격과 일부 해당 학부모들의 악성 민원으로, 최교사는 자신을 향한 터무니없는 왜곡보도와 인신공격 속에서도 학교의 안정화를 위해 적극적인 반론이나 대응을 자제하며 지내야 했던 몇 달의 시간이 있었다. 이 때가 그에겐 창살 없는 감옥이었고 가장 힘들었던 시기였다. 

 

그러나 페미니즘 교육 담론이 사회전반으로 펴져 나가는 것을 보며 "거기서 끝이 아니었구나. 그들이 잠시 나를 침묵시키는 건 성공했지만 수많은 이들의 목소리를 막을 수는 없었구나"라는 생각으로 힘을 낼 수 있었다. 혼자였다면 버텨낼 수 없었을 상황에서 전교조 여성위원회 활동가들과 전국의 페미니스트 교사들에게서 많은 용기와 힘을 얻기도 했다.

 

한편 최교사가 사건 이후, 가장 많이 듣는 인사는 "생각보다 괜찮다"라는 말이다. 그 말을 들을 때마다 그는 사람들이 피해자에게 기대(?)하는 모습이 어떤 건지, 또 괜찮다고 판단하는 기준은 무엇일지 생각해보게 된다고 한다. "나는 매 순간 괜찮기도 하고 괜찮지 않기도 하다. 잠깐의 인상으로 나를 괜찮다고 정의하는 사람들을 보면 걱정돼서 한 말인 걸 알면서도 씁쓸하다"며 정신적으로 피해를 입고 힘겹게 싸우고 있는 이들에게 그런 인사는 "적절치 않다"고 그는 강조했다. 

 

최교사에겐 마지막으로 넘어야 할 산이 있다. 바로 학교로 돌아가 다시 페미니스트 교사로서 교단에 당당하게 서는 것이다. 그는 다시 "페미니즘은 우리 사회의 가장 첨예한 인권운동"이라고 강조하며 "교사들이 교육의 현장에서 함께 페미니스트 교사로 서길, 특히 전교조가 페미니즘 교육 의제를 적극적으로 조직의 이슈로 삼아 시대의 변화를 주도해갔으면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 인권활동가가 한 말을 전했다. "그 사회에 가장 반동이 심한 곳에 서 있으면 인권운동의 좌표가 맞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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