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실평화프로젝트'로 1년을!

오정분 · 서울 신수중 (따돌림사회연구모임) | 기사입력 2018/03/21 [17:05]
뉴스
'교실평화프로젝트'로 1년을!
■ 학기 초, 학생들과 특별한 만남 이렇게~ 학생 모두 실천할 수있는 '학급평화 위한 규칙' 등 만들기
오정분 · 서울 신수중 (따돌림사회연구모임)
필자의 다른기사 보기 인쇄하기 메일로 보내기 글자 크게 글자 작게
기사입력: 2018/03/21 [17:05]
트위터 페이스북 카카오톡
■ 학기 초, 학생들과 특별한 만남 이렇게~ 학생 모두 실천할 수있는 '학급평화 위한 규칙' 등 만들기

 

  © 일러스트 · 정평한

 

긴 겨울이 가고 다시 봄이 왔다. 함께 했던 아이들을 아쉬움에 떠나보내고 또다시 새로운 아이들을 만난다. 3월, 교실에서 처음 마주한 아이들은 어색함과 서먹함 속에서 조용히 숨죽이고 앉아 있다. 선생님은 어떤 사람일지, 누구와 친하게 지낼지, 만나기 싫었는데 같은 반이 된 아이는 없는지 살펴보는 눈길 속에서 긴장감이 느껴진다. 

 

담임을 맡은 교사라면 학기 초 반 아이들이 이런 어색함과 긴장감을 풀고 빨리 친해질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기 마련이다. 예전에는 학기 초 소소한 학급 행사들을 통해 아이들 사이의 서먹함을 없애고 친밀감을 높이려 했다. 그러나 폭력이 일상화된 학교에서 평등하고 평화로운 만남이 전제되지 않은 친밀감은 또 다른 폭력의 씨앗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담임교사로서 나의 3월 학급 운영에도 변화가 생겼다. 

 

가장 큰 변화는 이런 저런 이벤트성 학급 행사를 나열식으로 진행하기보다는 평화로운 교실 만들기라는 큰 틀 안에서 필요한 활동들을 하게 됐다는 점이다. 내가 몇 년 전부터 참여하고 있는 교사모임에서는 이를 '교실평화프로젝트'라는 이름으로 체계화하여 소개하고 있는데, 3월에 시작되어 이듬해 2월에 마무리 되는 이 프로젝트는 한 편의 이야기와도 같이 기-승-전-결의 흐름과 리듬을 갖기에 '이야기 학급운영'이라고도 한다.

 

'교실평화'를 주제로 교사와 학생이 함께 만들어가는 학급의 이야기는 평화로운 학급의 구조와 뼈대를 만드는 '기(起)'에서 시작해 다양한 학급활동을 통해 이렇게 만든 뼈대에 살을 붙여나가는 '승(承)', 갈등과 폭력 등 문제가 발생했을 때 함께 진실을 찾고 사과와 용서, 화해를 통해 반전을 이끌어내는 '전(轉)'의 단계를 지나 한 해를 마무리하는 '결(結)'에 이르러 비로소 끝이 난다. 

 

이 중에서 '기'에 해당하는 3월은 '평화로운 교실 만들기'의 첫 단추가 채워지는 시기다. 평화로운 학급을 만들자는 목표와 비전을 아이들과 공유하고 이를 위해 필요한 규칙들을 정하는 시기로 1년 학급운영의 성패가 달려 있다고 할 만큼 중요한 시기이기도 하다. 

 

학기 초 아이들은 서로에 대해 탐색하며 자기만의 방식으로 학급의 질서를 만들어 간다. 문제는 그것이 주로 힘과 권력에 의해 서열화 된 어른들의 질서를 모방한다는 점이다. 아이들은 강자와 약자, 센 아이와 만만한 아이로 서로를 구분하고 이에 따라 보이지 않는 서열이 만들어진다. 폭력과 괴롭힘, 따돌림은 이런 구조 아래서 발생한다. 따라서 이런 모습이 학급의 질서로 자리 잡기 전에 교사가 적극 개입해 '교실평화'라는 이름의 이야기를 같이 만들어가자고 먼저 제안해야 한다. 그 구체적 방법을 소개하면 아래와 같다

 

새롭게 시작하기(과거 관계 조사) 

반이 바뀌었지만 과거에 갈등을 겪었거나 불편한 관계를 새 학년에서 이어가야 하는 아이들이 있다. 이런 관계가 계속 이어지지 않도록 '과거 청산'의 시간이 필요하다. 간단한 질문지로 반 친구들 중에 과거에 가해나 피해 사실이 있거나 갈등을 겪어 사이가 어색한 친구가 있는지 파악한다. 만약 있다면 눈여겨 살펴보고 상담을 하거나 자리를 마련해 과거를 정리하고 새롭게 출발할 수 있도록 도와야한다. 아이들이 질문에 솔직하게 답하지 않아도 괜찮다. 질문을 던지는 것만으로도 담임교사가 아이들의 관계나 학급 문제에 관심이 많다는 인상을 주고 학급에 대한 다른 기대를 갖게 할 수 있다.

 

학급목표 공유하기 

아이들이 바라는 학급의 모습에 대해 생각해보고 이를 공유한다. 지금까지 아이들이 경험한 학급의 모습 중에서 좋지 않았던 학급의 모습과 좋았던 학급의 모습을 쓰고 각자가 바라고 원하는 학급의 모습이 어떤 것인지 생각해 보게 한다. 포스트잇 등에 쓴 후에 학생들과 직접 분류하고 이를 게시한다. 학기 초 긴장된 마음과 어색함을 풀어줄 수 있고 학급에 대한 기대감을 심어줄 수도 있다. 아이들이 바라는 학급의 모습이 비슷하므로 이를 모아 '평화'라는 큰 목표를 자연스럽게 도출해 낸다.  

 

학급 평화 규칙 만들기

평화로운 학급이라는 공동의 목표가 마련되었다면 이를 구체적으로 실현하기 위해 일상에서 지켜야 할 규칙을 정한다. 평화로운 학급을 만들기 위해 해야 할 행동과 하지 말아야 할 행동을 구체적으로 정하고 규칙을 어기는 경우 어떤 책임을 져야 하는지도 정한다. 중요한 것은 규칙을 만드는 과정에 아이들을 직접 참여시키는 것이다. 학급구성원의 자발적 동의를 거쳐 정해진 규칙이어야 권위와 공신력, 아이들이 함부로 무시할 수 없는 힘을 갖기 때문이다.

 

평화로운 학급 대표 뽑기 

학급의 목표와 규칙이 만들어졌다면 마지막으로 평화로운 학급을 만드는 데 앞장 설 학급의 대표를 뽑아야 한다. 학급 대표 선출도 학급의 권력관계와 무관하지 않기 때문에 학급 대표가 권력을 휘두르거나 평화로운 학급을 만드는 데 오히려 방해가 되지 않도록 신경 써서 선출해야 한다.  

 

이런 일련의 과정을 통해 교사는 '평화'를 중심으로 한 해 학급살이의 큰 그림을 아이들과 함께 그리고 공유할 수 있다. 또한 이를 바탕으로 강자만 살아남고 약자는 죽는 '뻔한' 이야기에서 벗어나 이전과는 '다른' 이야기를 상상하고 써 내려갈 수 있다. 강자와 약자가 서로를 도우며 평화롭게 공존하는 이야기 말이다.

 

*자세한 내용은 따돌림사회연구모임 카페 http://cafe.daum.net/overtheddadolim 참고

이 기사 좋아요
ⓒ 교육희망.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트위터 페이스북 카카오톡
  • 도배방지 이미지

관련기사목록
광고
광고
PHOTO News
메인사진
[만화] 쉴 땐 쉬어요
메인사진
[만화] 돌고 도는 학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