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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르릉 교권상담] 사죄, 반성의 내용이 담긴 시말서(경위서) 요구는 위법
 
김민석 · 전교조 교권상담실장 기사입력  2018/03/21 [16:35]

 

<Q> 출근 시각은 8시 30분, 수업은 9시에 시작됩니다. 출근 시각에 단 1분만 늦어도 학교장이 시말서를 요구합니다. 반성의 내용이 없으면 다시 작성하도록 강요합니다. 반성의 내용이 담긴 시말서를 요구할 수 있나요? 불응한다면 징계 사유가 될 수 있나요?

 

<A> 관리자가 시말서, 경위서, 사유서, 진술서 등을 요구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시말서라는 용어는 오랜만에 듣습니다. 일본식 한자어 시말서 대신 경위서라는 표현이 주로 사용됩니다. 경위서란 어떤 일이 발생한 사실과 경과를 객관적으로 기술한 문서입니다. 교직원에 대한 지도·감독권, 교무에 대한 통할권을 지닌 학교장은 필요한 경우 상황을 객관적으로 파악하기 위해 당사자와 관련자 등에게 경위서를 받을 수 있습니다. 

 

시말서가 사건의 경위 파악을 넘어 잘못을 사죄, 반성하게 하는 용도로 사용되곤 했습니다. 이에 대한 법원의 판결이 있습니다.

 

00복지관은 파견근무에 불응한 사회복지사 A 씨에게 잘못을 반성, 사죄하는 내용의 시말서 제출을 명령하였습니다. 시말서 제출을 거부한 A 씨에게 견책 처분을 내렸습니다. 중앙노동위원회는 견책처분이 정당하다고 판정하였습니다.

 

그러나 서울행정법원은 헌법에서 보장하고 있는 양심의 자유, 양심에 반하는 행동을 하지 않을 자유를 침해하는 것으로 판단하였습니다. 사용자의 시말서 제출 명령이 단순히 사건의 경위 등을 기재하여 보고하도록 하는 취지라면 정당한 업무명령이지만, 더 나아가 잘못을 반성하고 사죄한다는 내용을 요구하는 취지라면 위법한 업무명령이라 판단하였습니다. 

 

반성과 사죄의 내용이 포함된 시말서를 자발적으로 제출한 경우, 뉘우치는 빛이 있다고 보아 징계의 감경 사유로 삼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행정법원은 사죄 또는 반성한다는 내용의 위법한 시말서 제출 요구 불응을 독립된 징계 사유 또는 징계양정의 가중 사유로 판단함은 허용될 수 없다며 견책 처분을 무효라 판결하였습니다. (서울행정법원 2007구합46005)

 

빈번한 지각이 아닌데, 몇 분 지각을 사유로 경위서를 요구하는 것은 과도한 조치입니다. 반성의 내용이 포함되지 않았다는 사유로 재작성을 요구하는 것은 학교장의 권한 남용입니다. 헌법에서 보장하고 있는 기본권을 침해하는 행위입니다. 정중하게 거절하실 수 있습니다. 지배와 복종이 아닌 배려와 존중의 리더쉽, 학교장에게 요구되는 기본 덕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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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8/03/21 [16:35]  최종편집: ⓒ 교육희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