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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칼럼] 예은이들의 희망이기를 포기하지 말아주세요
 
유경근 <416세월호참사 가족협의회> 집행위원장 기사입력  2017/12/12 [16:05]

 

며칠 전 전교조 동두천양주지회 선생님들을 만났습니다. 안산에서 세 시간 넘게 걸리는 먼 길이었지만 선생님들과 만나는 자리이기에 마다하지 않았습니다. 왕복 7시간이 아깝지 않을 만큼 좋은 자리였습니다.

 

어느 선생님이 '전교조'라는 이름 때문에 전교조 선생님들이 다가가는 것을 세월호 유가족들이 꺼리지는 않는지 궁금해 하셨습니다. 무얼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우왕좌왕 하고 있던 참사 초기에는 전교조뿐만 아니라 우리에게 다가오는 모든 분들을 쉽게 받아들이지 못했습니다. 진도에서 정부와 기자와 전문가를 자처하는 사람들에게 농락당했던 경험 때문이었습니다. 

 

사실 전교조라는 이름보다 '선생님'이라는 이름이 더 힘들었습니다. 세월호 출항과정과 침몰 시 선생님들의 대응 그리고 교감선생님의 자살과 생존선생님들의 무책임한 회피, 단원고등학교의 행태 등이 '선생님들'을 곱게 바라볼 수 없게 만들었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 세월호 유가족들 특히 엄마아빠들은 전교조 선생님들을 사랑합니다. 아니, 의지합니다. 대한민국 교육은 반드시 바뀌어야 하고 그러려면 선생님들이 중요한데, 전교조 선생님들 아니면 그렇게 할 수 없을 것 같습니다.

 

대한민국의 교육이 바뀌고 법이 바뀌고 정치가 바뀌어도 우리 아이들은 돌아오지 않습니다. 어쩌면 더 안전하고 더 행복하게 살아갈 아이들을 보면서 또 다시 가슴을 칠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더 이상 예은이의 동생들은 아무런 잘못 없이 생명을 빼앗겨서는 안 됩니다. 더 이상 어느 누구도 우리와 같은 유가족이 되어서는 안 됩니다. 저 하늘에서 예은이들이 바라는 단 하나의 소원이기 때문입니다. 예은이의 마지막 소원, 이 아빠가 들어줘야 하지 않겠습니까.

 

저는 "스스로 판단하고 그에 대한 책임을 질줄 아는 주체적인 사람"을 길러내는 교육을 보고 싶습니다. 그러나 여전히 대한민국의 아이들은 경쟁 속에 점수로 줄 세워져 있습니다. "함께 더불어 사는 세상"은 루저들의 변명으로 치부되어 버립니다.

 

이런 교육을 십년 넘게 받아온 우리 아이들이 물이 차오르는 세월호 안에서 다함께 같이 집에 가야한다고, 나 혼자 뛰쳐나가는 게 더 위험하다고, 끝까지 서로 잡은 손 놓지 않았다는 것은 기적입니다. 선생님들이 학교에서 가르치는 아이들은 모두 기적과 같은 아이들입니다. 이들이 우리와 같은 못난 어른이 되지 않게 할 책임이 바로 선생님들에게 있습니다.

 

그래서 세월호 엄마아빠들은 전교조 선생님들을 의지합니다. 선생님들이 바로 우리 아이들의 희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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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7/12/12 [16:05]  최종편집: ⓒ 교육희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