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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왜 로보트 교육을 받아야 하나"
[현장] 김철수 열사 추모비 제막식
 
배이상헌 · 광주 효천중 기사입력  2017/11/14 [14:56]

 

 

2017년 10월 28일 전남 보성군 보성고등학교 교정에서 김철수 열사의 추모비 제막식이 열린다는 소식을 들었다. 진실인가? 잠시 현실감을 추스르는 긴장의 혼돈이 있었다. 26년이 지났다. 1991년 분신정국, 지금도 그 해를 돌이키면 눈물이 난다. 여전히 힘들고 정리되지 않은 채 편히 모셔지지 않은 원혼의 목소리가 금세 가슴을 파고든다. 

 

"너희 언제까지 이런 교육 받을래?"

 

온 몸에 불이 붙은 채 100여 미터를 달려오며 쓰러지는 철수의 목소리는 5.18기념식을 위해 운동장 구령대 앞에 모여 있는 모든 친구들의 가슴을 흔들었다.

 

"너희 언제까지 이런 교육 받을래?"

 

26년간 나는 그의 목소리를 듣고 있었다. 김철수 열사는 당시 고3으로 91년 11명의 분신 열사 중 가장 나이 어린 청소년 열사였다. 또한 1990년에 투신하고 분신한 대구의 김수경, 충주의 심광보 열사와 더불어 기억되는 참교육 청소년 열사이다. 동지는 잊을 수 있어도 제자의 죽음은 잊을 수 없다. 그들의 죽음이 단지 희생이 아니었으며, 이 땅의 모든 청소년이 배움의 주체이고, 학교의 주인임을 일깨운 참교육의 스승이었기에 나는 그들을 잊지 못한다. 그렇지만 그들을 기억하는 그 어떤 표지석도 없이 26년이 흘렀고 철수는 우리의 삶과 더불어 결국 사라지고 마는 걸까 하는 두려움이 엄습하곤 했는데, 추모비 제막식이라니 이 무슨 낭보인가? 만시지탄이나 다행이다. 감사하다. 

 

보성고는 옛 교사를 전면 리모델링해서 새 학교처럼 말끔하다. 교문을 지난 등굣길을 꺾어 현관을 마주하는 측면에 열사의 전신상을 배치했다. '참교육'이라 새긴 책을 한 손에 쥐고 다른 손은 주먹을 불끈 쥔 채 굳은 의지로 달려가는 느낌이다. 어떤 학생도 열사의 눈길을 피하기 어려울 듯하다. 보성고와 보성교육지원청이 많이 주저했다고 들었다. 하지만 제막식에는 보성고 교장과 보성군 교육장의 정중한 인사말이 추모객들을 안심시킨다. 무엇보다 감동적인 것은 재학생 우현아 학생회장의 추모사였다. 잘 모르는 선배였으나 추모사를 준비하며 인터넷을 뒤지고 느꼈던 감동과 결의를 솔직히 고백하였다. 

 

"선배님과 약속합니다. 저는 잘못된 것을 바로 세울 줄 알고 먼저 나서 정의로운 행동을 하는 사람이 될 것이며 역사적으로도 많이 배워 지혜로운 사람이 되겠습니다." 

 

추모 사업은 단지 제를 지내고 기억하는 것으로 그쳐서는 안 된다. 진정한 추모란 열사정신을 기억하고 현실에서 계승하는 실천이어야 한다. 그래서 아쉬웠다. 열사정신을 계승하는 청소년운동의 주체들이 제막식의 식순에서 보이지 않았고, 내빈 인사에서도 소개되지 않았다. 열사가 분신하고 전남대병원 중환자실에서 화마와 싸울 때 병원 앞 집회를 매일 진행하며 열사를 지킨 이가 누구였던가? 열사가 숨을 거둔 후 그 엄청난 장대비를 맞으며 보성에서, 금남로에서, 노제를 치르고 망월동에 묻힐 때까지 관을 호위하고 집회를 사수했던 이들은 또 누구였던가? 그들은 바로 광주의 청소년 1천 명, 전남의 청소년 1천 명으로 조직한 2천 명의 '참교육선봉대'였다. 한국사회 민주화운동에 이런 역사가 있었을까? 수천여 명의 청소년들이 이틀 동안 그 장대비를 맞으며 무슨 생각을 했을까? 이제 나이 40을 넘긴 우리 사회의 주역이 되었을 터이다. 그들에게 김철수는, 참교육은, 어떻게 기억되며 어떻게 계승되고 있을까? 분신하며 터트린 사자후 "너희 언제까지 이런 교육 받을래?", 그리고 마지막 유언 중 한 부분 "제가 왜 그런 로보트 교육을 받아야 합니까?"는 교육불복종을 자신의 권리로 외치는 청소년주권의 완성이며, 참교육운동의 근본 바탕으로 이해되어야 한다. 학생은 종종 교육의 대상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교육의 주체이며, 청소년의 교육주권이 태어나는 밑거름 역할이 진정한 참교육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김철수 열사, 그리고 김수경, 심광보 열사가 지금도 우리에게 간절히 호소하는 외침이다. 결코 잊어서는 안 되는 제자의 외침이 부활한 듯하다. 당신이 살아 있어야 참교육이 살아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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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7/11/14 [14:56]  최종편집: ⓒ 교육희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