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교육 > 학교이야기
필자의 다른기사 보기 인쇄하기 메일로 보내기 글자 크게 글자 작게
[학교 이야기] 선도부와 교사의 학생지도권
 
오동선 · 전북 이리고현초 기사입력  2017/11/14 [14:47]

 

교문 양쪽으로 도열한 선도부원들이 등교하는 학생들을 매서운 눈초리로 살피며 복장과 용모, 지각 등을 단속하고 있다. 그들에게 걸린 학생들은 한쪽으로 보내져 엎드려뻗쳐를 하고 담당교사는 그 학생들에게 매질을 시작한다. 학생들은 선도부원들의 눈을 피해 등굣길에 오른다. 

 

유신시절 학교를 배경으로 한 영화 '말죽거리 잔혹사'의 한 장면이다.  

 

모 중학교 점심시간. 선도부 완장을 찬 학생들이 학교 규칙을 어긴 학생의 학년 반 이름을 적고 벌점을 부과하고 있다. 지도교사와 함께 할 때도 있지만 선도부원끼리 조를 짜서 활동하기도 한다. 학생들은 선도부가 벌점을 부과하는 행위도 문제지만, 친한 친구들에게는 허용적이고 그렇지 않으면 여지없이 벌점을 부과하는 선도부의 행위를 보며 형평성 문제를 들어 반발하고 있다. 

 

모 고등학교 생활담당 교사는 말한다. 선도부 학생들이 회의를 통해 생활규정이나 행동지침을 정하기 때문에 교사들은 크게 관여하지 않는다. 학생자치 활동의 일환인데 어느 지점이 인권침해냐? 스스로 규칙을 정하고 이를 지키기 위해 노력하는 것은 권장할 사항 아닌가. 

 

하지만 오랜 세월 우리 교육에서 명맥을 유지해 온 선도부에 대해 되돌아보는 것이 필요하다. 학생에게 완장을 채우고 동료학생을 감시·지도하게 하는 것이 바람직한가. 교사의 역할은 무엇인가. 이것을 학생자치활동으로 볼 수 있을까.

 

초중등교육법과 교육기본법은 학생을 교육하는 것이 교원의 고유한 업무이며 학생지도권은 교원에게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따라서 위의 사례처럼 학생 지도나 벌점 부과 등 교사의 권한을 선도부에 넘기는 것은 교사 스스로 학생지도권을 포기하는 무책임한 일이다.  

 

또한 선도부가 등교지도, 교문지도, 식생활관 질서유지, 교내 순찰, 두발 및 복장 지도 등을 하는 과정에서 선도부 학생들의 학습권, 휴식권 등 인권 침해가 일어난다. 선도부 이외의 학생들도 차별받지 않을 권리, 폭력으로부터 자유로울 권리 등에 대한 침해 사례가 다수 제기되고 있는 실정이다. 학생선도부 운영으로 인한 선도부와 비선도부 학생 사이 갈등이 충분이 예상되고 실제로 나타나고 있으므로 이는 인권 친화적 학교 문화 조성을 위해서라도 반드시 해결해야 할 인권 문제로 봐야 한다. 

 

이제 학교생활규정을 통해 교원의 생활지도 권한을 학생에게 위임 및 행사하도록 하는 학생 선도부 관련 조항은 폐지되어야 한다. 학교에서 학교생활규정 준수 등을 위해 필요한 활동은 학생 선도부의 지도가 아니라 홍보 및 캠페인 중심의 학생자치활동으로 전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본질적으로 학생이 학생을 감시하고 지도하고 통제하게 하는 방식은 인권적이지 않을 뿐 아니라 전혀 교육적이지도 않다. 

 

그나마 일부 시도교육청을 중심으로 선도부 폐지를 안내하고 있지만 더 많은 학교에서 이름만 바꾸고 기능은 그대로 둔 기형적 형태의 선도부를 운영하고 있다는 이야기가 들려온다. 문제의 본질은 '선도부' 폐지 여부가 아닌 반인권적 선도부 운영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트위터 미투데이 페이스북 요즘 공감
기사입력: 2017/11/14 [14:47]  최종편집: ⓒ 교육희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