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비고츠키!] 진도 나가기

진보교육연구소 비고츠키교육학실천연구모임 | 기사입력 2017/11/14 [14: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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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7/11/14 [14: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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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을 쓰는 지금, 제가 근무하는 중학교는 3학년만 기말고사 시험을 치루고 있습니다. 중학교 3학년은 고등학교 입학을 위한 내신 성적 산출을 위해 1, 2학년보다 한 달 정도 빠른 11월 초에 기말고사를 봅니다. 그래서 시험 범위에 맞추어 진도를 나갈 시간이 많이 부족합니다. 시험 범위를 줄이면 되지 않느냐고 반문하실 지도 모르지만, 시험 때문에 억지로 공부를 하는 학생들을 데리고 학기말 고사가 끝난 후 진도를 나가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기 때문에 많은 선생님들이 부족한 시간에도 시험 범위를 줄이지 못하고 빠른 속도로 진도를 나갑니다. 고등학교에 올라가기 전에 중학교 교육과정을 다 가르쳐 주기 위해서 입니다. 게다가 올해는 10월 초 연휴가 매우 길어서 진도 나갈 시간이 더 부족했던 것 같습니다. 선생님들은 연휴가 끝난 후부터 기말고사 직전까지 10월 내내 달려야 했습니다. 그래도 시간이 부족한 선생님들은 시험을 치루지 않거나 진도에 여유가 있는 다른 과목 수업 시간을 빌리기도 하고 심한 경우 방과 후에 학생들을 남겨서 수업을 하기도 합니다. 

 

이런 여건에서는 시험 날짜가 다가올수록 잘 계획된 다양한 수업 방법을 이용하는 것은 그림의 떡일 뿐입니다. 학급마다 수업 시수에 차이가 생겨 정말 급할 때는 한 시간 수업 내내 쉴 틈 없이 빠른 속도로 요점만 말하는 방식으로 두 시간 진도를 한 시간에 빼는 경우도 생깁니다. 이럴 때면 학생들이 잘 쫓아오는지 아닌지는 더 이상 고려 대상이 되지 못합니다. 자는 학생들을 깨우는 것은 엄두도 못 내며 오히려 말썽 피우지 않고 조용히 자는 것이 고맙다는 생각이 들 때도 있습니다. 때로는 지칠 정도로 힘들게 진도를 나가는데 듣지 않는 학생들에게 화를 내기도 하고, 이렇게까지 했는데도 듣지 않는 것은 학생들 책임이라 생각하고 아이들이 듣든 말든 내 할 일은 다 했다고 위안을 삼기도 합니다. 거꾸로 수업 시수에 여유가 있는 반에서는 내용을 더 자세히 설명하면서 죄책감을 느끼기도 합니다. 시험은 공평성이 최우선이기 때문에 특정반만 유리하게 수업을 하면 안 된다는 생각 때문입니다. 이쯤 되면 주객이 전도되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시험이 교육의 목적인가요?

 

비고츠키는 놀이에서 즐거움만이 아니라 의미의 추출과 자기통제를 찾고, 말에서 의사소통만이 아닌 생각의 도구를 발견하며, 글말(글쓰기)에서 내용 전달뿐 아니라 좀 더 객관화된 사고발달을 보며, 외국어 학습에서 모국어의 완전한 발달을 찾고, 평가에서 선발이 아닌 진단을 찾습니다. 이와 같이 교육에서 시험이 아닌 발달을 볼 수 있다면 진도의 압박에서 조금은 자유로워지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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