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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못된 다문화 교육 처방, 교육국제화특구
 
박복희 · 서울 영림중 기사입력  2017/11/14 [13:47]

 

▲ '교육구제화 특구지정저지를 위한 남부대책 위원회'는 7일 기자회견에서 남부3구 특구신청을 즉각 중단할 것을 촉구했다.     © 남영주 기자

 

교육부는 지난 달 23일 '교육국제화특구 신규지정 계획'을 공고했다. 이에 따라 구로·금천·영등포 3구는 교육국제화특구 지정 신청을 위한 절차를 밟고 있다. 

 

교육국제화특구(특구)는 룗교육국제화특구의 지정·운영 및 육성에 관한 특별법룘(특구법)에 근거한 것이다. 특구법은 초중등교육법을 적용받지 않는 학교 설립 및 운영을 가능하게 한다. 예를 들면 특구에서는 국가공인교과서를 쓰지 않을 수 있고, 학년제 등을 바꿀 수도 있다. 또한 특구의 지역 교육감은 초·중·고교 외국어 교육 강화를 위해 △외국어능력 향상 프로그램의 구축·운영 △초등학교 내 외국어체험학습시설의 구축·운영 △외국어교원 양성 및 재교육과정의 강화 △그 밖에 초·중등학교 외국어 교육 강화를 위하여 필요한 사항을 시행할 의무가 있다. 

 

외국어 전용 타운을 조성하고 타운 내 외국어 상용화를 단계적으로 추진할 수도 있다. 특구법 전반을 살펴보면 영어몰입교육을 위한 법안이라는 비난을 피하기 어렵다. 외국어 교육 특히 영어교육의 성과는 부모의 경제사회적 지위를 가장 잘 반영하기 때문에 이 법안은 특권교육법이라는 오명을 피하기 어렵다. 

 

그런데 이 특구법이 다문화 밀집 지역을 지원하는 교육 복지 법안으로 둔갑한 것은 교육부가 지난 3월 룗경제·사회 양극화에 대응한 교육복지 정책의 방향과 과제룘에서 다문화 교육 지원의 한 방안으로 특구를 제안한 이후이다. 다문화 밀집지역이 '국제교육·다문화 교육을 위한 우호적 여건'이어서 '외국어 교육 및 국제화 교육의 활성화를 위해 조성하는 지역'으로 알맞다는 것이다.  서울시교육청과 서울지역의 다문화 가족 학생 24%가 몰려있는 구로·영등포·금천 3개구는 이 사업을 위해 지난 6월부터 내부 TF팀을 꾸렸다. 구로구에서는 9월부터 영어몰입교육을 위한 캐나다 유학 시설을 짓고 있다는 소문이 돌기 시작하더니, 관련 예산 25억원 가운데 17억원을 영어, 중국어, 한자교육에 쓰겠다고 한다. 다문화 교육으로 기획된 예산은 2억 뿐이다. 

 

지역의 교사들과 여러 단체들의 저항에 이제야 잘못을 눈치 챈 구청과 교육청이 특구를 활용해 교육과정의 자율성을 획득해 다문화 교육을 해보자고 설득하고 나섰다. 하지만 특구법 12조에 외국어 교육을 강제하는 의무조항이 버젓이 있는데 다문화 교육 지원이 어찌 가능하겠는가? 특권교육 그릇에 교육복지가 잘 담길 수 있을까? 공청회라도 열어 현장의 교사들과 상황을 공유하고 정책 방향을 찾을 수는 없었는지…… 탁상 행정을 확인하게 되어 씁쓸하다.   

 

중도입국학생들과 다문화가족 학생들이 한국사회에 잘 적응하기 위해 언어교육, 문화교육이 필요하다. 그리고 모두의 아이들이 함께 사는 세상을 위해 문화 수용성을 높이는 교육도 필요하다. 

 

특히 다문화 가족 밀집지역에는 같은 하늘 아래 사는 인간으로서의 존중, 나와 다른 문화에 대한 인정과 배려, 차이에서 비롯된 갈등을 평화롭게 해결하는 민주성을 배우며 생활 속에 실천을 이끄는 말 그대로 다문화(多文化)교육이 필요하다. 

 

서울시교육청의 룗다문화 교육 진흥조례룘와 서울시의 룗외국인주민 및 다문화가족 지원 조례룘를 운용해 다문화 교육을 강화하고 혹여 부족하다면 조례를 개정해도 될 일이다. 특권교육법인 특구법으로 세밀한 다문화 감수성을 키운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교육부와 교육청 그리고 지자체는 교육국제화특구 정책을 폐기해야 한다. 그리고 다문화 교육을 위한 방안 마련을 위해 현장의 소리를 경청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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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7/11/14 [13:47]  최종편집: ⓒ 교육희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