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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르릉 교권상담] 교권침해 못 막는 무용지물 교권보호 매뉴얼
 
김민석 · 전교조 교권상담실장 기사입력  2017/11/14 [13:38]

 

지난 6월 27일 방과 후 수업 참관을 위해 학교를 방문한 의정부 ㄱ초등학교 1학년 학부모가 야외 수업을 진행하고 있던 6학년 담임교사에게 "뭐 이런 ××년이 선생이 되었어?"라는 등의 입에 담기 힘든 욕설을 했다. 학부모와 학생들 앞에서 심한 모욕을 당한 교사는 정신적 충격으로 병원 진료를 받았다. 

 

교감은 "교권보호위원회는 심의 자문 기구에 불과하여 법적 강제성이 없고, 유사 사건 처리 경험상 도리어 교사 책임"을 문제 삼을 수 있다며 학교 교권보호위원회를 통한 사안 처리를 만류했다. 하지만 학부모로부터 사과조차 받지 못한 교사는 학교 교권보호위원회에 제소했다. 

 

'두 당사자분의 원만한 화해를 권고함'

 

학교 교권보호위원회 심의 결과 통보서이다. 해당 교사에게는 예리한 비수였다. 학부모는 출석조차 거부했다. 교권보호위원회는 사과하라는 최소한의 결정도 하지 못했다. '화해 권고'는 쌍방 과실이라는 말과 다를 바 없었다. 교사에게 깊은 좌절감만 안겨 준 결과였다. 교권보호 매뉴얼에 따라 경기도교육청 교권보호위원회에 재심을 청구했다.

 

하지만 지난 9월 12일 경기도교육청 민주시민과 과장의 전결로 도착한 재심 결과 회신은 각하였다. 각하란 소송 요건을 갖추지 못한 경우 본안 심리 자체를 진행하지 않는 결정이다. 위 사안은 학부모로부터 심한 모욕을 당한 교사가 교권침해 여부를 판단해 달라는 요청이므로 절차상 어떠한 흠결이 없다. 각하 사유가 될 수 없다. 교권보호위원회가 교권침해 여부를 판단해야 할 사안이다. 각하 결정 역시 해당 부서 과장이 아닌 교권보호위원회가 결정할 사안이다. 민주시민과 과장의 직권남용이다.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재심을 청구했던 교사의 가슴에 대못을 박는 결정이었다. 

 

지난 5월 교육부는 <2017년 교육활동 보호 매뉴얼>을 발표했다. 교육부가 2013년 교원예우에 관한 규정을 개정하여 학교교육분쟁조정위원회를 학교교권보호위원회로 변경한 지 4년 만에 나온 매뉴얼이다. 4년 만에 발표된 매뉴얼로는 내용이 빈약하기 이를 데 없다. 그런데 이러한 교육부의 매뉴얼조차 경기도 교사에게는 무용지물이었다. 교육부 매뉴얼에 따르면 교육청에서 사안을 접수하면 교육청 업무담당자가 학교를 방문하여 구체적인 사안을 파악하고 교육활동 보호대책을 점검하고 지원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교권보호위원회조차 소집하지 않은 경기도 교육청에게 현장 방문과 지원은 그림의 떡이었다. 이는 비단 경기도 교육청만의 상황은 아니다.

 

교사의 교육권은 학생의 학습권과 대립하는 개념이 아니다. 학생의 인권과 학습권을 보호하기 위해서 교사의 교육권은 필수 조건이다. 수업, 평가, 생활지도는 교사의 핵심 업무이지만 그와 관련된 법적 권리와 권한은 없다. 심각한 폭언, 폭행, 모욕, 성추행을 당한 경우에도 실효성 있는 제도적 장치는 존재하지 않는다. 시도교육청의 매뉴얼 정비와 역할 제고가 절실히 필요하다. 문재인 정부의 실효성 있는 교권보호대책과 법령 정비를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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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7/11/14 [13:38]  최종편집: ⓒ 교육희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