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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칼럼] 전어와 콩나물국밥이 슬픈 이유
 
이영주 · 민주노총 사무총장 기사입력  2017/11/14 [13:33]

 

민주노총에는 외국노총의 방문이 많다. 그 중 '사회적 대화'에 대한 질문에 나는 상대에 따라 다른 대답을 한다. 나라마다 상황과 의미, 의도가 다르기 때문이다.

 

유럽 노조활동가들은 '사회적 대화'가 쟁점이 되는 한국 상황을 이해 못한다. 정치가 안정적이고 민주주의가 보장되면 사회적 대화가 필요 없다. 노동3권이 보장되면 교섭을 하지, 노사정이 만날 필요가 없는 것이다. 물론 만나자는데 목숨 걸며 거부할 사안도 아니다. 반대로 노조가 탄압받는 나라에서는 대화조차 없다. 그냥 정부가 강행한다. 한국은 어중간하다. 아니 상처가 많고 깊다. 김광석의 노래처럼, 너무 아픈 '대화'는 '대화'가 아니었다.

 

노사정위원회는 사회적 합의를 전제로 한다. 1998년 김대중 정부 때는 노사정위를 통해 정리해고와 파견법 도입, 2009년 타임오프제 도입, 2010년 단시간 일자리 및 임금피크제, 2011년 불법파견에 면죄부, 2015년 박근혜 정권은 노동시장 구조개혁이라는 이름으로 쉬운 해고, 비정규직 확대를 강요했고 결국 조합원들의 반대로 한국노총도 노사정위를 탈퇴했다. 

 

정권이 바뀌었으니 믿어보라고 한다. 민주노총은 믿을 테니 노사정위가 아닌 다른 테이블을 만들자고 요구하고 있다. 우선, 노정교섭으로 정부가 신뢰를 달라. 그리고 노사교섭을 안정화시키자. 그 다음에 노사정 교섭을 하자.

 

그 첫 만남이 10월 청와대 간담회였다. 민주노총은 5월부터 노정교섭을 요구했고, 청와대와 10월 하순으로 약속을 잡았다. 그런데 이해할 수 없는 혼선이 발생했다. 갑자기 청와대에서는 노정교섭이 아니라 노사정위원장이 참석하는 만찬을 하자고 제안했다. 

 

민주노총은 제안을 수용할 테니, 간담회를 하고 2부로 만찬을 하자고 했다. 청와대에서는 본인들이 진행하는 방식의 만찬에 동의하지 않으면 1부도 오지 말라고 불쑥 전화로 통보했고, 결국 민주노총은 불참을 결정했다. 집나간 며느리처럼 노사정위로 돌아오라는 의미로 전어구이와 전태일이 먹던 콩나물국밥을 준비했다는 모욕적인 메뉴 설명이 청와대에서 나왔다. 민주노총이 밥상을 엎었다고, 대화를 거부한다고 공격적 기사가 쏟아져 나왔다. 전어와 며느리와, 그리고 노동자의 명예회복을!

 

아이들 싸움보다 더 유치찬란하다. 물론, 이런 과정이 대통령한테 정확하게 보고되지 않았을 거라고 믿는다. 그러나 대통령 주변에 이런 방식으로 노동조합을 대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건 실망스럽다. 

 

"근로기준법을 준수하라! 우리는 기계가 아니다!" 죽음으로 호소한 전태일에게 필요한 건 콩나물국밥이 아니다. 노동조합이다. 지난 5개월간 민주노총이 요구한 대화의 주제는 전어구이가 아니다. 비정규직 철폐, 모든 노동자의 노조 할 권리다. 

 

촛불로 정권이 바뀐 지금, 정의를 실현하기 위한 정부의 결단이 필요하다. 노노갈등이나 전환심의위에 책임 넘기지 말고, 정부의 결단으로 공공비정규직 정규직 전환하라! 현행법에 가로막혀 적폐청산이 어렵다면, 정부가 개정 법안 제출하라! 검토는 그만 하고, 법외노조 철회하라! 모든 노동자의 노조 할 권리, 노조 가입 운동, 정부가 앞장서라! 

 

촛불로 만든 세상의 변화를 완성하기 위해, 아직은 투쟁이 필요한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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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7/11/14 [13:33]  최종편집: ⓒ 교육희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