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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 설] 고입 동시 실시에 대한 기대와 우려
 
교육희망 기사입력  2017/11/03 [16:29]

고입 동시 실시에 대한 기대와 우려

 

김상곤 교육부총리는 지난 112일 고입 동시 실시를 중심으로 초중등교육법 시행령 개정을 입법예고하면서 고교체제 개편에 관한 방안을 발표하였다.

초중등교육 정상화를 위해 1단계 고입 동시 실시, 2단계 성과평가 등을 통한 외고, 자사고 등의 단계적 일반고 전환, 3단계 다양한 의견 수렴과 국가교육회의 논의를 통한 고교 체제 개편을 추진하겠다는 것이다.

교육부의 이와 같은 고교체제 개편에 대한 로드맵을 보면 그동안 특권학교의 우수학생 독점과 일반학교 황폐화 등 문제점을 개선하겠다는 의지를 읽을 수 있다.

그동안 자사고, 외고, 국제고 등 특권학교는 우수 학생 선발 특혜를 받으면서, 대입 성과를 높이기 위해 설립취지와 다른 교육과정을 적용하는 등 파행적으로 운영되어 왔다. 또한 특권학교 진학을 위한 초·중학생 사교육 유발, 일반학교 황폐화, 고교서열화로 인한 경쟁 교육 심화 등 많은 문제 때문에 지속적으로 개혁의 필요성이 제기되어 온 터이다.

 

교육부의 발표 자료에 의하면 외고국제고의 경우 졸업한 후 자신의 전공인 어문계열로 진학하는 비율이 외고 31.9%, 국제고 18.1%에 불과해서 다른 계열로 진학하는 비율이 압도적으로 높은 상황이다. 또한 교육과정 운영 또한 자율 편성권을 남용하여 총 교과 이수단위(180단위) , 국영수 과목을 권장기준(50% 이하, 90단위) 이상으로 편성하는 학교가 전체 자사고 46개교 중 28개교(60.8%)에 이르는 등 입시를 위한 학교로 전락하고 말았다.

 

이러한 경쟁교육과 고교서열화의 문제점을 극복하기 위해 고입 동시 실시의 추진은 긍정적인 시도로 평가할 수 있다. 그러나 그동안 교육계의 지속적인 특권학교 폐지 요구가 있었음에도 교육부가 특권층의 반발을 의식하여 폐지가 아닌 우회와 완화 방식으로의 로드맵을 택한 것은 아쉬운 부분이다. 또한 일반고로의 단계적 전환과 의견수렴 등을 통한 고교체제 개편 과정에서 추진하는 정책이 어떻게 흔들릴지 알 수 없다는 점에서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당장 고입 동시 실시 자체가 특권학교의 우수학생 독점을 어느 정도 완화시키기는 하겠지만 이들 학교가 여전히 학생들을 성적 중심으로 선발한다면 서열화의 폐단은 지속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우려가 많다. 조희연 서울 교육감이 선지원 후추첨 방식으로 보완이 필요하다고 주장하는 이유다.

 

특권학교의 우수학생 독점을 완화하더라도 대안으로 제시되는 정책에 대해서도 심사숙고할 필요가 있다. 특히 교과중점학교는 일반학교 내에 특권 학급을 만드는 등 또 다른 서열화와 갈등을 일으키는 문제가 있는 정책이다. 따라서 교과중점학교 활성화 방안은 재고되어야 하며 일반교과 외의 예체능, 기술 교과 등으로 제한되어야 할 필요가 있다. 교육부는 또 하나의 대안으로 공교육 혁신을 이끌어 나갈 고교 학점제를 추진한다고 한다. 대통령의 공약 사항이기도 했기 때문에 내년도 연구학교를 지정·운영하면서 도입하겠다는 것인데 이에 대해서는 교육현장의 여러 목소리를 더 들어야 한다. 고교학점제는 7차 교육과정부터 시도되었던 선택형 교육과정의 완성판이라는 시각이 있다. 고등학교 교육과정을 진로·적성 중심 교육으로 보면서 학생들의 선택권을 강화하겠다는 것인데, 이는 고등학교 학생들에게 진정으로 필요한 교육과정이 무엇인지에 대한 교육철학적인 관점에서부터 교원 수급과 학교 운영 등 현실적인 문제까지 검토하고 논의해야 할 다양한 지점들이 존재하기 때문에 급하게 서두를 상황이 아니다. 입시 경쟁교육에서 벗어난 초중등 교육 전반의 개편에 대한 거시적인 구상이 먼저 필요하며 그러기 위해서는 이에 대한 교육 현장의 의견수렴과 폭넓은 토론이 더 시급한 것이다.

 

문재인 정부는 모든 아이는 우리 모두의 아이라는 교육철학을 바탕으로 하는 교육 혁신을 약속하였다. 공약에서 제시한 슬로건을 위해서라도 지금 추진하고자 하는 정책들이 학생들의 발달상황에 맞는 것인지, 진정으로 학생 개개인을 성장시키고 우리 사회에 필요한 올바른 시민을 기를 수 있는 정책인지에 대해 근본적인 철학적 검토와 함께 구체적인 대안들을 제대로 만들어 가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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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7/11/03 [16:29]  최종편집: ⓒ 교육희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