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신고리핵발전소, 상반된 주장에 '팩트 체크' 기회 없었다

용석록 · 신고리5·6호기백지화 울산시민운동본부 사무국 | 기사입력 2017/10/27 [16: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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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신고리핵발전소, 상반된 주장에 '팩트 체크' 기회 없었다
| 기 | 고 | 신고리핵발전소 5·6호기 공론화위원회 참관기
용석록 · 신고리5·6호기백지화 울산시민운동본부 사무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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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7/10/27 [16: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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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 | 고 | 신고리핵발전소 5·6호기 공론화위원회 참관기

 

공론화 기간 짧고, 해당 지역 주민 참여 배제돼

 

문재인 정부가 신고리 핵발전소 5·6호기 공론화위원회(공론화위원회)의 '신고리5·6호기 건설 재개' 권고안을 받아들이면서 신고리 5·6호기 건설을 재개하겠다고 밝혔다. 

 

사회적으로 핵발전소 문제와 재생에너지, 탈원전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높아진 것은 이번 공론 과정의 성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탈원전을 원한다면서 신규핵발전소를 건설하는 것은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신고리 5·6호기 건설재개와 중단을 둘러싼 이번 공론 과정은 공정했는지 짚어보고자 한다.

 

신고리 핵발전소 5·6호기 공사현장이 있는 울산은 '신고리5·6호기백지화 울산시민운동본부'를 구성해 230여 개 시민사회·노동·정당·마을모임이 공론화에 대응했다. 나는 이 단체 사무국장으로서 공론화위원회 시민참여단의 2박 3일 종합토론회(10/13~10/15)에 첫날과 둘째날 참관인으로 참석했다. 

 

종합토론회 한 번으로 숙의할 수 없는 구조

 

시민참여단 종합토론회에서는 총론토의 1회, 쟁점토의 2회(안전성과 환경성, 전력수급 등 경제성), 마무리토의 1회로 진행됐다. 

 

종합토론회를 지켜보면서 가장 답답했던 것은 시민참여단이 '진실'을 알 수 없다는 것이었다. 예를 몇 가지 들면, '안전성과 환경성' 토의 때 신고리 5·6호기는 민항기와 부딪쳐도 안전하다는 주장과 민항기 충돌에 저항력이 부족하다는 주장이 충돌했다. 양측 모두 나름의 근거를 댔지만 시민참여단은 어느 것이 진실인지 확인하기 어려웠다. 주민건강문제에 있어서도 역학조사 결과 방사선량이 저선량이라도 선량이 증가할수록 위험이 증가하는 것을 확인했다고 주장하는 측과 저선량은 연구결과 암 발병에 별다른 영향을 주지 않는다는 주장이 맞섰다. 이 역시 시민참여단이 양측 주장만 듣고는 그 자리에서 진실을 알 수 없는 상황이었다. 쟁점마다 재개측과 중단측이 주장하는 내용은 상반됐다. 

 

시민참여단이 '팩트'를 확인할 수 없는 상황. 적어도 종합토론에서 양측이 다르게 주장하는 사안에 대해서는 팩트체크할 기회가 주어져야 하지만, 1회의 종합토론으로 이를 확인할 방법은 없었다.

 

▲ 밀양송전탑반대대책위는 지난 20일 정부 서울청사 앞에서 신고리 5,6호기 건설 백지화를 촉구하는 108배를 진행했다.     © 최승훈 · <오늘의 교육> 기자

 

숙의 기간이 충분했나

 

흔히 신고리 5·6호기 공론화 숙의기간이 3개월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이는 틀린 말이다. 시민참여단 첫 오리엔테이션은 9월 16일이었고, 종합토론회 마지막 4차 설문조사는 10월 15일이었다. 그 기간에는 추석 황금연휴 10일이 포함돼 있으므로, 사실상 한 달도 안 되는 숙의기간이었다.

 

10월 15일까지 운영한 471명의 시민참여단 가운데 10월 13일 조사에서 신고리 5·6호기가 어디에 들어서는지 정확하게 알고 있다고 답한 사람은 57.6%에 불과했다. 신고리 5·6호기가 왜 안전하지 않은가. 이는 고리와 신고리에만 현재 8기의 핵발전소가 들어서 있고, 2개 호기(신고리5·6)가 더 들어서면 전세계에서 가장 높은 핵발전소 밀집단지, 세계 최고 핵발전소 인근 인구밀집도가 시민안전을 위협하기 때문이다. 또 신고리 5·6호기가 들어서는 지역은 활성단층이 62개나 존재하고 있음에도 시민참여단은 신고리5·6호기 원자로가 어디에 들어서는지조차 모른채 재개냐 중단이냐를 결정했다. 이는 신고리 5·6호기가 당사자 지역에 얼마나 큰 위험을 안겨주는지 모른 채 결정한 것이라고 해석할 수도 있다.

 

공론 과정은 공정했나

 

공론화 위원회는 시민참여단 구성을 건설재개측 36.6%, 건설중단 27.6%로 구성해 출발부터 재개 의견을 가진 시민참여단이 9% 많게(40명 정도) 구성했다. 이는 시민참여단 1차 설문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구성한 것인데 출발부터 잘못된 것이다. 시민참여단은 공론화 위원회가 자기들 보고서에서 밝혔듯이 국민의 여론과 동일한 집단으로 구성했어야 한다. 당시 국민여론은 한국갤럽 등이 조사한 결과 50대 50으로 팽팽했다. 

 

건설재개 의견을 가진 사람이 9%나 많게 구성된 시민참여단은 각 주제토론 이후 10명씩 분임토의를 가졌는데, 재개측이 많으면 분임토의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는 종합토론장에서 재개측 발표 뒤에 박수소리가 더 큰 현상(발표내용과 무관하게 지속적)으로 나타나기도 했다.

 

미래세대 의견 반영 역시 문제점이 있다. 공론화위원회가 시민참여단을 구성할 초기단계에 청소년도 시민참여단에 참여시킬지 논란이 컸다. 공론화위는 결국 청소년은 시민참여단에 포함시키지 않는 대신 고등학생 100여 명 대상으로 신고리 5·6호기 건설재개와 중단에 대한 '미래세대 토론회'를 열었다. 이 토론은 종합토론을 듣고 나서 11개 분임조로 나눠 건설재개와 중단, 유보 의견을 냈다. 결과는 중단 5개 분임조, 재개 1개 분임조, 유보 5개 분임조였다. 그러나 시민참여단에게 제공한 미래세대 동영상은 1:1:1 비율로 편집한 것으로 미래세대 의견을 제대로 전달하지도 못했다.

 

당사자 지역인 울산과 부산시민들의 목소리는 제대로 전달되었을까? 이는 아예 제공조차 못했다. 부산은 재개를 바라는 단체가 없어서 중단측 시민들 목소리마저 담지 않았으며, 울산은 중단측이 인터뷰에 응했지만 재개측이 응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인터뷰 내용이 시민참여단에게 제공되지 않았다. 

 

공론화위원회는 국민여론을 반영한 시민참여단 구성을 하지 않았다. 또 미래세대 목소리는 사실과 다르게 시민참여단에게 제공했으며, 지역 당사자 목소리는 아예 제공하지 못했다.

 

공론화위원회와 정부는 이번 공론과정이 숙의민주주의를 제대로 실현한 것이라고 주장하지만 냉정하게 평가할 필요가 있다. 신고리 5·6호기 건설재개 결정은 과정 상 많은 문제를 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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