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비고츠키!] 비고츠키로 보는 교원평가

진보교육연구소 비고츠키교육학실천연구모임 | 기사입력 2017/10/17 [15: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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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7/10/17 [15: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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촛불혁명으로 정권이 교체되었는데도 대표적 교육적폐인 교원평가가 올해도 그대로 시행되는 중입니다. 그 문제점과 부작용에 대해서는 이미 충분한 비판들이 있어왔지만 비고츠키 교육학의 관점에서 두 가지 문제를 지적해보고 싶습니다. 

 

우선 교원평가는 무엇보다 교육관계의 협력적 성격을 부정하고 파괴하는 제도입니다. 비고츠키 교육학에서 '협력'은 단지 바람직한 교육적 가치와 지향을 넘어서는 올바른 교육실천을 위한 근본적 전제입니다. 협력은 교육적 성과를 가장 효과적으로 이루는 과정이자 방법이며 교육을 통해 발달해야 할 핵심적 고등정신기능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교원평가라는 제도는 교사-학생-학부모 그리고 교사 간의 교육관계들을 협력이 아니라 경쟁과 감시, 통제의 대립 관계로 바라보는 관점에 서 있습니다. 교원평가라는 한국만의 독특한 제도는 교육주체들 상호 간에 대립과 불신을 상징하고 키우는 매우 반교육적인 제도입니다.  

 

또 하나의 근본적 문제는 '가르치는 일'과 '배우는 일'을 분리한다는 것입니다. 비고츠키 교육학에서는 '교수-학습'과정을 따로 떨어진 것이 아니라 하나의 통일된 과정으로 봅니다. '교수-학습'을 의미하는 'obuchenie'(오브체니)라는 러시아어는 하나의 단어로 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교원평가는 교수-학습이라는 하나의 과정에서 가르치는 일을 따로 떼 내어 교사에게 점수를 매깁니다. 단순한 분리를 넘어 여기에는 교사의 교육실천을 '공급'으로 학생의 반응을 '소비'로 보는 시장주의적 관점이 들어가 있기도 합니다. '교수-학습'을 하나의 과정으로 보는 것은 교육적으로 타당할 뿐 아니라 또한 훨씬 실제적입니다. 상호작용이라는 관점에서 교사는 학습자의 상황에 따라서 적합한 방안을 찾으며 가변적인 상황 속에서 유연하고 역동적으로 대응해 나갈 수 있습니다. 그런 점에서 가르치는 일을 분리해 평가하는 행위는 협력을 해칠 뿐 아니라 교육상황 개선에도 전혀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교육상황을 정말 개선하기 위해서는 교수-학습의 '상호작용 과정' 자체에 대한 진단이 녹아들어가야 합니다. 서로 간의 피드백과 대화가 항상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것은 어떤 형식적 제도가 아니라 상호작용을 확대하고 서로의 이해를 높일 수 있는 교육과정과 교육조건의 개선을 통해 이루어질 수 있다고 봅니다. 

 

어쨌든 그 동안 열심히 싸우고 비판해 온 덕에 교원평가라는 기괴한 제도의 수명도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문제점과 효과 없음에 대해 이제는 전교조만이 아니라 많은 교육, 사회단체들도 공감하고 있습니다. 조금만 더 단호하고 힘 있게 싸운다면 역사의 뒤안길로 폐기처분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훗날 이런 이야기를 할 때도 있겠지요. "학생도 점수로 평가하지 않는데, 예전에 교사들을 점수매기는 시절이 있었다"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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