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양강좌] 신자유주의에서 자유주의로 가는 교육정책

천보선 · 서울 독산고 | 기사입력 2017/09/15 [1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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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양강좌] 신자유주의에서 자유주의로 가는 교육정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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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7/09/15 [1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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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사들이 들려주는 교양강좌'에서는 선생님들의 숨은 지혜를 나누려고 합니다. 교사들과 함께 나누고 싶은 지식·교양을 보내주세요(chamehope@gmail.com) 조합원들의 인문학 소양을 높이는 좋은 기회가 되기를 바랍니다. <편집자주>

 

▲ 향후 1년간 입시 뿐만 아니라 교육철학과 정책기조 방향을 잡는 과정에서 치열한 담론투쟁이 예상된다.     © 교육희망 자료사진

 

문재인 정부 지지율이 여전히 고공행진이다. 적폐 청산의 기대 속에서 개혁 행보를 이어가는 듯이 보인다. 그런데, 유난히 교육 분야는 죽만 쑤고 있다. 특권학교 폐지, 전교조 합법화는 답이 분명한 문제임에도 머뭇거리면서 스스로 부담을 키우고 있고 입시는 아니 한 만 못한 방안을 내놓았다가 뭇매만 맞고 미뤘다. 

 

문재인 정부가 교육정책에서 유독 심각한 난맥상을 보이는 이유는 무엇일까? 수구세력과 관료의 저항 때문이라고 보기에는 바짝 엎드려 있는 관료사회 분위기와도 맞지 않고 다른 분야와 비교해 봐도 설명이 되지 않는다. 원인은 문재인 정부 내부에 있다. 

 

죽 쑤는 교육정책, 왜? 

 

가장 주된 요인은 철학부재와 그에 따른 정책기조의 혼선 때문이다. 문재인 정부의 교육공약은 일관된 방향과 틀 없이 성격이 다른 다양한 요구들의 짜깁기로 구성되어 있다. 일제고사와 특권학교 폐지 등 교육운동 진영이 오랜 투쟁을 통해 제출해 온 것과 고교학점제와 같은 자유주의 교육정책, 소프트웨어-융합교육 강화 등 이전 정부의 교육정책과 맥락을 같이 하는 내용이 혼재되어 있다. 촛불항쟁의 흐름을 이어 받은 대선 초반만 해도 진보개혁적 기조가 중심이었으나 중반 이후부터 자유주의 교육정책이 부상하였다. 국공립대통합네트워크가 교육 10대 공약에서 빠지고 고교학점제가 핵심 공약으로 등장한 것이 이러한 흐름을 잘 보여준다. 안 그래도 정책기조가 혼란스런 와중에 집권 이후에는 정권내부 교육 기득권 세력의 개입이 강화되었다. 그에 따라 특권학교, 전교조합법화 문제는 후퇴하였고 기득권 세력의 입김이 작용한 해괴한 입시 방안이 제출되기에 이른다. 

 

결국 입시개선 방안 확정이 유예되었다. 자초한 일이다. 향후 1년간은 입시방안 뿐만 아니라 교육철학과 정책기조 방향을 잡아나가는 과정이 되어야 한다. 대학체제개편, 교육과정 재정립 등과 총체적으로 연계되는 새로운 교육정책의 틀과 기본 방향을 마련하는 과정이어야 하며 그래야 올바르고 실효성 있는 입시방안 마련도 가능하다. 

 

새 교육정책 수립 둘러싼 각축

 

이 과정에서 공공성을 중시하는 진보개혁적 관점과 개인의 자율성과 선택을 중시하는 자유주의의 치열한 담론투쟁, 정책투쟁이 전개될 것으로 보인다. 기득권 세력이 옹호해 온 신자유주의적, 수구적 교육관은 이미 역사적 힘과 명분을 상실했기에 새로운 교육정책 기조를 둘러싼 논쟁을 주도할 수는 없다.   

 

"자유주의 교육사상(自由主義敎育思想)은 개인에 대한 '구속 없는 상태'에서 개성의 자유·활발한 신장을 강조하는 사상이다. …자유주의 사상가들은 이를 배경으로 아동 인격의 독자성과 그 내부 성능의 자유스러운 발전을 교육목적으로 하고 있다… 모든 외적인 주입(注入) 및 구속(拘束) 같은 것은 낡은 교육방법으로 보고 되도록이면 아동 자신의 활발한 개성신장을 도모할 수 있는 독창적 방법을 체득한 교사를 요구한다."(위키피디아 백과)

 

자유주의 교육관은 주지주의를 반대하며, 개별적 자율성과 선택을 중시한다. 구성주의는 자유주의 교육론의 현대적인 이론의 총화라 할 수 있는데 구성주의의 상대주의적 인식론과 학습자 중심, 경험 중심의 교수-학습론, 교과 및 학교 선택 개념 등이 자유주의 교육론의 근간을 이룬다.

 

자유주의와 신자유주의는 명칭에서 보듯이 같은 듯 다르다. 개인의 자율성과 선택을 중시하는 것은 공통적이지만 자유주의는 신자유주의의 지나친 경쟁 추구에는 반대한다. 그래서 95년 신자유주의 교육개혁안이 등장했을 때는 지지했지만 일제고사, 특권학교를 거치면서 신자유주의 교육의 폐해를 절감하고 반대하게 되었다. 이러한 자유주의 교육관이 신자유주의 교육론의 패퇴 이후 부상하고 있으며 대표적인 정책이 바로 개인의 과목선택을 중심으로 하는 고교학점제이다. 

 

비판과 견인 통한 교육혁명 실현

 

자유주의 정권이라 해서 반드시 자유주의 교육정책의 전면화로 귀결되지는 않는다. 유럽의 많은 나라들에서 자유주의 정부 집권 시에 자유주의가 아닌 사회민주주의적, 공공적 교육정책이 도입되고 실현, 강화되었다. 그것은 공공성을 외면할 수 없는 교육의 특수성과 더불어 자유주의 교육이 지닌 한계 때문이다.

 

고교학점제 방안에서 볼 수 있듯이 자유주의 교육정책은 구조적, 총체적 시각이 허약하다는 결점이 있다. 개인에게 선택권을 주면 대다수가 열심히 공부하고 입시경쟁이 완화되리라는 생각에는 청소년기 발달단계와 목표, 학습 부진이나 이탈의 실제 요인, 대학 체제와의 관련성 등 다양한 구조적 요인들에 대한 분석들이 부재하다. 이는 자유주의가 개인에 초점을 맞추되 사회적, 집단적 과정에는 무관심하거나 부정적으로 보는 것에서 비롯된다. 이로 인해 자유주의는 교육 문제에 대해 사안별로 접근할 뿐 총체적 교육개혁의 상은 제출하지 못한다. 

 

향후 새로운 교육체제를 둘러싼 각축의 핵심 사안은 대학체제-고교학점제(교육과정)-입시 및 평가체제로 이어지는 한국교육의 시스템 문제이다. 대학서열체제와 절대평가제는 충돌할 수밖에 없으며 고교학점제는 시행이 불가능하다. 대학서열체제 해소 방안을 함께 내놓을 때라야 절대평가제로의 입시방안 전환이 가능하다. 그러나, 자유주의자들은 대학서열체제 해소방안 도입에는 미적거리는 대신 '학생부종합전형'에 미련을 두는 듯하다. 고교학점제로 공통교과가 없는 상황에서 서열화된 대학이 행할 수 있는 선발 방안으로 보기 때문이다. 

 

새로운 교육체제 수립을 둘러싼 자유주의 세력과의 논쟁은 불가피하다. 그렇지만 교육시장화의 적폐 정책들이 널려 있고 '개인의 권리'라는 자유주의의 핵심 가치는 여전히 중요하며 민주주의와도 연결되는 문제이다. 따라서 교육시장화 및 관료주의의 적폐 청산에는 이들과 함께 하되 자유주의의 비과학적 한계는 비판적으로 극복하면서 민주적, 민중적 교육개편을 실현해 나가야 할 것이다. 더 풍부하고 과학적인 담론사업과 대중투쟁의 결의를 다져가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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