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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 범죄, 어떻게 볼까?] 무용지물 학교 선도시스템 바꿔야
 
박종철 · 경기 소사고(따돌림사회연구모임) 기사입력  2017/09/15 [15:47]
 © 정평한

 

부산 여중생 집단 폭행, 강릉 여고생들의 여중생 폭행, 서울 중학생들의 후배 폭행 사건이 연속으로 보도되면서 학생이라도 잔인한 폭력을 사용했다면 강력히 처벌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이는 소년법 폐지 주장으로 이어지고 있다. 그런데 이런 장면, 낯설지 않다. 2010년 일산 졸업식 알몸 뒤풀이 사건 때도 강력 처벌 주장이 힘을 얻었고, 2011년 대구 중학생 자살 사건 이후엔 학교폭력 가해사실을 생활기록부에 기록하는 제도가 도입됐다. 

 

가해 학생에게 어느 수준의 처벌을 내리는 것이 합당한가를 논의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시선을 돌려 학교의 학생 선도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고 있는지 면밀히 살펴보는 과정이 필요하지 않을까? 

 

가해학생 처벌에만 관심

 

사람들의 관심이 가해학생의 처벌 수위에 쏠리면서 잔인한 폭력을 예방할 수 있는 역량을 기르는 일에 관심을 갖는 이들은 잘 보이지 않는다. 눈에 보이는 잔인한 폭력 뒤에는 그것을 만들어 내는 수많은 작은 폭력들이 있다는 점이 간과되는 듯하다. 2011년 대구 사건 이후 가해학생에 대한 처벌 수위가 높아지면서 눈에 보이는 폭력은 줄어든 것 같다. 정부가 매년 발표하는 학교폭력실태조사 결과 역시 그러하다. 

 

그러나 학교에는 다른 양상의 폭력이 넘쳐난다. 무시하기, 조롱하기, 모욕하기, 어울리지 않기 등이 일상화 돼 있다. 패드립(부모를 모욕하는 것)도 흔하다. 학교폭력이 발각될 경우 생활기록부에 가해사실이 남아 입시에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지만 교권침해의 경우 그럴 일이 없으니 교사를 공격하는 일도 많다. 이는 마치 풍선의 한 쪽을 누르니 다른 쪽이 부풀어 오르는 것과 같은 현상이다. 풍선효과는 부동산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학교에서 일상적으로 벌어지는 이런 폭력들을 놔두고서 이미 심각해질 대로 심각해져서 밖으로 드러난 폭력에 대한 처벌 수위만 논해서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학교 선도 시스템 '무용지물'

 

학교의 학생 선도 시스템은 효과적으로 작동하고 있을까? 대부분의 교사가 아니라고 답할 것이다. 학교폭력예방및대책에관한법률에 따라 가해학생은 9가지 조치 중 하나 또는 수 개의 조치를 받게 된다. 서면사과, 접촉 및 보복금지, 학교에서의 봉사(교내봉사), 사회봉사, 특별교육 또는 심리치료, 출석정지, 학급교체, 전학, 퇴학이 그것이다. 

 

하지만 '교내봉사'는 처분 자체가 어렵다. 일부 교육청은 학생의 학습권 보호를 이유로 일과 시간 중은 물론 방과 후에도 봉사활동 지도를 가급적 하지 말라고 한다. 일과시간 중에 봉사를 시키려 해도 생활지도부 교사가 공강 시간을 할애해야만 하고 그 마저도 학생의 잘못과는 아무 상관이 없는 청소 등이 대부분이다. 학생들은 '폭력을 쓰다가 재수 없게 걸리면 몸이 피곤하구나'라는 교훈을 얻는 게 전부다. 

 

사회봉사는 학생이 와서 문제를 일으키는 통에 안 오니만 못하다며 기관들이 어려움을 호소한다. 특별교육을 센 척의 도구로 삼는 학생도 있다. 그런 학생은 특별교육 기관 밥이 학교 밥 보다 낫다며 자랑하기도 한다. 위(Wee) 클래스, 위(Wee) 센터에서 상담을 받고 온 학생은 예전에 받았던 상담과 다를 바 없다는 반응을 보이기도 한다. 전학의 다른 이름은 '폭탄 돌리기'이다.   

 

거의 모든 교사가 알고 있는 이 같은 현실을 교육부와 교육청이 모를 리 없다. 모른다면 그 역시 문제이다. 현실은 이러한데 나오는 대책은 실속이 없다. 제3차 학교폭력 예방 및 대책 기본계획(2015~2019년에 적용)을 보면 가해학생 특별교육 기관 확대, 가해 유형별 운영 프로그램 다양화 등을 제시하고 있지만 정작 교내봉사, 사회봉사, 특별교육 등을 내실 있게 운영하기 위한 프로그램, 법적 근거 등을 확보하는 데는 관심이 없다. 

 

폭력을 줄이고 작은 폭력이 큰 폭력으로 심화되는 것을 막으려면 학교의 학생 선도 역량 강화에 힘을 쏟아야 한다. 그 일이 쉽지 않을뿐더러 즉시 효과가 나타나는 것도 아니기에 교육부, 교육청이 이 문제를 외면하는 것인지 모르겠다. 하지만 이 같은 노력 없이는 폭력을 근절할 수 없다. 

 

교사 생활지도 권한 강화해야

 

문제 해결을 위해 우선 교사가 생활지도권한을 가져야 한다. 요즘 교사들은 눈치껏, 민원이 들어오지 않도록 지혜롭게(?) 생활지도를 한다. 민원이라도 들어오면 교사는 위축되고 학교는 모르쇠로 일관, 교육청은 지도과정에 문제가 없었는지 교사를 추궁하기 때문이다. 교사에게 생활지도 권한이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교실에서 실내화를 신으라'는 지시에 따르지 않는 학생이 있다면 교사의 선택은 지도 포기 또는 선도위원회 회부뿐이다. 대부분은 전자를 택할 수밖에 없다.

 

둘째, 효과적인 프로그램을 만들고 그 프로그램 운영의 법적 근거를 확보해야 한다. 상담교사 확충이 끝이 아니라 학교 폭력 가해학생들에게 맞는 상담프로그램도 있어야 한다. 기존의 상담 프로그램 대부분이 학교 폭력 가해 학생 상담에는 효과적이지 않다. 일과 시간은 물론 이후에도 교내 봉사를 시킬 수 있도록 법적 근거를 마련해야 하고 적절한 프로그램도 개발해야 한다. 사회봉사, 특별교육 프로그램 역시 마찬가지이다. 

 

올해 우리학교는 약속교실을 운영하고 있다. 학생이 교사의 정당한 지도에 따르지 않을 경우 교사는 학생을 약속교실로 보낸다. 약속교실에서 사실 확인 과정을 거쳐 학생 잘못이 드러날 경우 교사에게 사과하고 벌을 받도록 한다. 과거 서울시교육청 등에서 잠시 운영됐던 성찰교실이 학생 상담에 초점을 맞추었다면 약속교실은 선도에 초점을 맞춘다. 아직 초기단계라 부족하지만 학생들에게 미치는 효과는 적지 않다. 이번 학교폭력 이슈가 부디 가해학생 처벌 수위 논의만으로 끝나지 않기를 바란다. 교육부, 교육청이 책임지는 자세로 교사와 함께 바람직한 대안을 만들어 가야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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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7/09/15 [15:47]  최종편집: ⓒ 교육희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