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교육 > 비폭력대화
필자의 다른기사 보기 인쇄하기 메일로 보내기 글자 크게 글자 작게
[청소년 범죄, 어떻게 볼까?] 범죄 사건 왜곡하는 청소년 혐오
 
공현 · 청소년인권활동가 기사입력  2017/09/15 [15:42]

 

최근 부산 여중생 집단 폭행, 강릉 여고생의 여중생 폭행 등이 연이어 보도되면서 가해 학생을 강력하게 처벌해야 한다는 주장과 함께 '소년법' 폐지 목소리가 높다. 여론이 형성되자 언론은 앞다투어 자극적 후속 보도를 쏟아내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때일수록 사건을 차분히 바라보고 해결 방안이 무엇인지를 고민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학생들을 가장 가까운 곳에서 만나고 있는 교사와 청소년들의 목소리를 전하고 있는 청소년인권활동가의 눈을 통해 이번 사건의 의미를 짚는다.  <편집자주>

 

'잔혹한 10대'. 한때 유행하던 '무서운 10대'에 이어서 요즘 회자되고 있는 말이다. 청소년이 가해자인 범죄 사건들이 연이어 세상에 알려진 탓이다. 그런데 이는 단지 가해자에 대한 비난이나 처벌 요구에 그치지 않고 있다. 온라인 여론을 살펴보면 아예 청소년 범죄자에 대해 보호처분 등을 할 수 있도록 한 소년법을 폐지하라고 요구하거나, 청소년 인권을 개선하니까 이런 문제가 벌어진다는 논리가 득세하고 있다. 예컨대 (최근 사건이 일어난 부산 등은 아직 학생인권조례가 없음에도) '학생인권조례 같은 것 때문에 청소년들을 학교에서 지도할 수가 없다'는 요지의 글을 인터넷 뉴스 댓글이나 SNS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고정관념에 따른 청소년 혐오

 

개별 청소년의 범죄 사건들을 놓고서 청소년들을 재단하고 청소년의 인권 보장 요구를 공격하는 현상의 근간에는 사회적인 '청소년 혐오'가 존재한다. 우리 사회에선 청소년을 쉽게 타자화·대상화 하고 일부 청소년의 부정적 행동을 요즘 애들의 문제로 일반화한다. 청소년들은 어른들보다 더 순수하고 무고하고 약하다는 고정관념이 있기에, 그 틀을 벗어난 사건에 사람들은 더 강렬한 인상을 받는다. 이번에 일어난 폭행 사건이 대개 여성이자 청소년임을 강조한 '여중생' 같은 말을 달고 거론되는 것이 그 방증이다. 특히 범죄 사건에서는 범죄자를 타자화하는 일반적 인식과 결부되어 이런 사고방식이 더 쉽게 작동한다. '미성년자'의 책임 능력 부족 등을 고려하고 재범 방지에 무게를 둔 소년법 같은 제도를 '봐주기', '특혜'라고 인식하여 청소년들이 특권층인 양 공격하기도 한다. 과거 '학교 폭력' 사건들이 이슈화되었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이런 논의는 청소년을 보호받을 자격, 인권을 보장받을 자격이 없는 존재로 규정하고 전체 청소년의 처지를 악화시키는 데로 나아간다.

 


'자극적인 청소년 범죄' 보도

 

우선 언론의 문제점을 지적하지 않을 수가 없다. 부산 폭행 사건이 알려지자 여러 언론들이 자극적 내용의 기사들을 반복 재생산했다. 가해자가 했다는 말 한 마디 한 마디를 인용해 악마화하고 피해자의 상해나 사건 현장을 전시하는 보도들에 과연 공익적 가치가 있는지 의문스럽다. 청소년이 가해자인 범죄 사건들을 평소에는 보도하지 않았을 법한 것들까지 여러 건 보도하는 행태도 보도 기준의 자의성을 보여 준다. 대놓고 청소년 혐오를 드러내는 기사들도 적지 않다. 이는 사람들이 '과거에 비해 요즘 청소년들이 더 폭력적이고 범죄를 많이 저지른다'고 잘못된 인식을 갖게 할 위험성이 크고 청소년 혐오를 부채질한다.

 

청소년 혐오는 사람들의 눈을 흐리게 하고 논의를 왜곡시킨다. 문제점을 논의하고 개선 방안과 재발 방지 방안을 고민하는 게 아니라, 가해자 처벌과 청소년에 대한 부정적 인식 전파로 공론장을 채워 나가게 만드는 것이다. 사실 소년법 폐지나 처벌을 강화하자는 개정 요구로 논의의 초점이 맞춰지는 것은 부적절하다. 이미 현행법으로도 중대한 범죄는 일반 형사 사건으로 다룰 수 있다. 또한 유기 징역형이 가능한 범죄의 경우는 최대 10년의 징역형, 무기 징역형이 가능한 범죄의 경우는 최대 20년의 징역형을 선고할 수 있다.

 

피해자 보호 못하는 공권력

 

처벌 강도나 형량보다도, 확실하게 사건에 대처하고 가해자를 처벌한다는 신뢰가 없다는 것이 문제이다. 여전히 경찰에 학교 폭력 사건 등을 신고하더라도 제대로 대처하지 않는다는 불신이 높다. '어차피 애들 사이의 일'이라고 가볍게 여기거나 피해자의 증언을 경청하지 않는 일이 있기 때문이다. 심지어는 학교의 명예나 분위기를 들어 사건을 은폐하기도 한다. 또한 부산에서의 사건은 신고한 피해자에게 보복한 것이 범행 동기로 알려졌다. 이미 신고를 했음에도 제대로 피해자를 보호하지 못한 경찰에게 책임이 있다. 사건 피해자를 보호하는 절차 등을 다시 점검하는 것이 시급하다. 이미 다른 사건으로 보호처분을 받은 가해자들이 재범을 저지른 것이므로 현행 보호처분의 실효성도 의심해 볼 만하다. 소년법이나 여타 법률 개정이 필요하다면 그 방향은 재범 방지 대책의 실효성을 높이고 피해자를 보호·지원하는 대책을 강화하는 것이지 않을까.

 

범죄 예방을 위해서는 치안이나 형벌이 아니라 사회 정책 차원의 논의가 필요하다. 사회적 불평등 확대와 우범 지역·계층 증가는, 사회 정책, 복지 정책의 차원에서 해결해야 할 문제이다. 청소년이 가해자인 범죄도 이런 사회적 문제 속에서 유발되는 것이라는 점은 다르지 않다. 물론 학교 역시 불평등과 낙인찍기에 일조하고 있지는 않은지 반성해야 하고, 범죄 예방이나 재범 방지를 위해 할 수 있는 역할을 고민해야 한다. 이러한 사건들이 '청소년 문제'라는 착시를 걷어내야, 제대로 된 논의를 시작할 수 있을 것이다.

트위터 미투데이 페이스북 요즘 공감
기사입력: 2017/09/15 [15:42]  최종편집: ⓒ 교육희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