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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 망 칼 럼] '소년법' 논쟁 유감
 
유경근 · 416세월호참사 가족협의회 집행위원장 기사입력  2017/09/15 [15:02]

 

요즘 청소년들의 범죄가 부쩍 많이 보도되고 있습니다. 범죄 내용도 많이 자극적입니다. 특히 SNS에 피해자의 모습이 공개되면서 많은 이들이 가해청소년과 그 가족들을 비난하고 있습니다. 동시에 더욱 강력한 처벌을 해야 한다는 얘기들이 힘을 얻고 있습니다. 그러기 위해서 '소년법'을 개정하거나 폐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습니다. 이미 표창원 의원은 '소년법' 개정을 준비하고 있다고 공개하기도 했습니다.

 

도대체 '소년법'이 무엇인지 궁금해 찾아봤더니 이런 설명이 있었습니다. 충분히 공감할만한 취지의 법입니다.

 

"반사회성이 있는 소년에 대해 환경 조정과 품행 교정을 위한 보호처분 등의 조치를 하고 형사처분에 관한 특별조치를 행하여 소년이 건전하게 성장하도록 돕기 위해 제정된 법률"

 

'소년법'을 개정해야 한다는 사람들은 끔찍한 범죄를 저지른 가해청소년이 '소년법'에 의해 충분한 처벌을 받지 않는 것은 부당하다고 주장합니다. 반면 효과가 입증되지 않은 '엄벌주의'를 내세우는 것은 논의의 본질을 비켜가는 것이며 오히려 범죄율을 증가시키기 때문에 반대한다는 주장도 개정주장 못지않게 많습니다.

 

저는 이러한 논쟁을 지켜보면서 어느 한쪽 편을 들기가 어려웠습니다. 양자의 주장이 모두 타당한 근거가 있어보였기 때문입니다. 그러다가 얼마 전 부천시 청소년법률지원센터 소장인 김광민 변호사가 오마이뉴스에 기고한 글을 보며 마지막 문장에 시선을 멈출 수밖에 없었습니다.

 

"자신이 벌인 짓이 얼마나 무서운 일인지도 모르고 사진과 동영상을 공개하는 청소년들이 엄벌을 처한다고 윽박지르면 착해질까요?"

 

저는 김광민 변호사가 결론으로 말한 이 질문을 보면서 심장을 도려내는 듯 아팠습니다. 

 

저는 지금도 청소년이 절도나 우발적인 폭행 같은 범죄로 평생 범죄자라는 낙인이 찍히는 것에 반대합니다. 가능한 한 잘못을 교훈삼아 좋은 어른이 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것이 마땅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만일 그 범죄가 타인의 생명을 빼앗는 것이라면? 평생 안고 살아가야 할 끔찍한 트라우마를 피해자와 그 가족에게 남기는 것이라면? 가해청소년이 '소년법'의 처분에 따라 '갱생'의 기회를 누리는 동안 피해자들은 여전히 고통 속에서 울고 있다면?

 

제가 되묻고 싶은 것은, 비록 '소년법'이 범죄를 저지른 청소년에 대한 법이기는 하지만, 가해청소년에 대한 논쟁은 이렇게 뜨겁게 하면서 왜 피해자에 대한 논의는 아무도 하지 않는가 하는 것입니다. 왜 이 사회는 범죄자의 권리에 대해서는 그토록 민감하면서 정작 피해자에 대한 보호와 치유와 회복에 대해서는 그토록 외면하는지를 묻고 싶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끔찍한 범죄를 저지른 가해청소년들이 관대한 처분을 받고 '갱생'의 기회를 부여받는 것은 오히려 피해자들에게는 더 끔찍한 폭력입니다. '자신이 벌인 짓이 얼마나 무서운 일인지'를 알았건 몰랐건 피해자들이 평생 겪어야 할 고통은 똑같습니다.

 

피해자를 보호하고 치유하기 위한 법과 시스템을 먼저 완비해야 합니다. 그러지 않으면 이 사회는 '평생 범죄의 고통 속에서 울부짖는 피해자를 고의로 양산'하는 비겁하고 비열한 사회일 뿐입니다. 범죄자의 양산을 걱정하기 전에 피해자의 양산을 먼저 걱정해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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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7/09/15 [15:02]  최종편집: ⓒ 교육희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