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들이 들려주는 교양강좌'에서는 선생님들의 숨은 지혜를 나누려고 합니다. 교사들과 함께 나누고 싶은 지식·교양을 보내주세요(chamehope@gmail.com) 조합원들의 인문학 소양을 높이는 좋은 기회가 되기를 바랍니다. <편집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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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고등학생들의 육류에 대한 선호도는 매우 높다. 맛있는 식단, 맛없는 식단을 결정짓는 잣대도 그날 식단의 육류 비중에서 판가름 난다.
작년 11월에서 시작해서 올 초까지 계속된 조류독감(AI)으로 3000만 마리가 넘는 사육 조류가 도살처분 당했고 이로 인해 닭고기, 계란, 돼지고기, 쇠고기 등 축산물 단가가 계속 상승하다 보니 한정된 무상급식비로 운영되는 학교급식의 어려움이란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그런데 이번엔 살충제에 오염된 계란으로 그나마 저렴하고 선호도 높은 우수한 단백질 공급원이었던 계란도 학교급식 식단에서 배제해야 했다.
살충제 계란 파동으로 이제 막 개학하고 2학기 급식을 시작한 학교현장도 급박하게 돌아갔다. 교육청에서는 하루에도 몇 번씩 계란 관련 공문이 생산되고, 때론 시행되었던 공문 내용이 수정 되고, 국회의원 제출 요구 자료가 늘었으며 메신저가 뿌려졌다. 식단이 바뀌고 변경계약이 진행되고 품의변경을 하고 발주를 변경한다.
식단 변경은 교육과정이 바뀌는 것과 같으므로 그때그때 정당한 사유를 들어서 기안을 해야 한다.
학부모, 학생, 교직원들에게 식단 변경 사유를 알리고(가정통신문, 홈페이지 안내, 문자서비스 등 이용) 조리사와 변경 식단에 대해 협의하고 조리실무사 전체와 변경된 조리방법 연수를 진행 후 급식을 진행했다.
식재료의 안전성과 식량 윤리
식재료의 안전성에 대한 신뢰가 또다시 무너졌고, 국민들은 불안에 떨어야 있다. 2013년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로 인해 수산물의 안전성이 여전히 위협받고 있다. 어린아이들에게 수은 중독이 우려된다고 참치를 먹이지 않는 부모들도 많다.
하지만 50~100년 전 바다에 있었던 참치, 상어, 다른 큰 포식 어류는 열 마리당 한 마리 꼴로 남아있다는 사실, 많은 과학자들이 50년이 채 지나기도 전에 모든 어류 종들이 완전히 멸종하리라 예측하고 있다는 사실, 여전히 사람들은 더 많은 바다 동물들을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포획한다는 사실은 먼 나라의 이야기 정도로만 인식하곤 한다.
대량 생산을 위해서 행해지는 식재료의 안전성에 대한 문제가 비단, 생산자들의 양심의 탓으로만 돌릴 수 있을까 생각해 봐야 할 것이다.
우리는 '고기를 만들기 위해서 동물들이 살해된다'는 사실을 분명히 알고 있었지만, 그게 자연의 섭리고, 먹이사슬의 원칙이라고 여겼다.
우유와 계란을 얻기 위해 키우는 모든 육지 동물의 99%가 공장 식으로 키워진다는 것, A4용지보다 작은 공간에서 2~3마리의 닭이 서로를 부리로 할퀴어가면서 미쳐간다는 것, 닭들의 공격성을 방지하기 위해서 닭의 부리를 자른다는 것, 수평아리는 태어나자마자 폐기된다는 것, 암탉은 인간의 의지에 따라 산란계와 육계로 나뉘어 산란 촉진 호르몬과 성호르몬, 성장호르몬을 투여 받으며 비정상적인 몸으로 죽어간다는 것, 그래서 수명이 15~20년인 닭이 2년밖에 살지 못하고, 육계는 6주 만에 도살된다는 것, …… 이 모든 사실들은 사람들을 위한 먹을거리라는 가치인식 속에 무시되어 왔다.
▲ 우리 식탁에 올라오는 육류 생산의 뒤안길에서 벌어지는 일에 대해 이제는 관심을 가져야 하지 않을까. © 동물자유연대 누리집 갈무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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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습관이 미래에 미치는 영향 가르치자
우리는 우리 식탁에 올라오는 동물들을 기르고 죽이는 데 사용되는 방법들 즉, 육류 생산의 뒤안길에서 벌어지는 살육과 고문을 굳이 알고자 하지 않았다.
살충제 계란 파동으로 이제야 조금씩 동물복지에 대해서도 알려지게 되고 관심 갖게 되었다지만, 우리나라의 동물복지는 매우 미미한 수준으로 전 국민적인 공감대 형성과 동물복지를 위한 실천노력, 국가적인 정책 변화가 절실히 요구되고 있다.
육류 위주의 식습관이 암, 심장병, 기타 여러 건강 문제와 인과관계가 있다는 것은 여러 경로로 입증되고 있다.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국내 중·고등학생의 비만율은 15.4%(2015년)로 지난 10년간 약 33% 늘었다고 한다. 어린 나이에 책상에 앉아 공부하는 시간이 많아 활동량이 부족할 뿐 아니라 기름기 많은 음식을 섭취하는 서구화된 식습관 탓이다. 육류와 가공식품, 인스턴트, 청량음료 등의 과다 섭취가 자라나는 아이들의 성향을 참을성이 부족하고 이기적이며, 이해 타산적이고, 자기 본위로 행동하는 성격으로 만들어가고 있다는 연구 결과도 곳곳에서 발표되고 있다.
학생들의 제안 '고기 적게 먹자'
우리가 어떤 가치관을 가지고 먹을거리를 선택하느냐가 나의 건강뿐 아니라, 동물복지, 생태계, 지구환경, 식량위기, 세계의 기아문제 해결의 열쇠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체계적인 교육을 통해 알게 해야 한다. 그리고 그 교육은 스스로가 잘못된 입맛을 바꾸려는 노력으로 이어지도록 실천하고 응원하는 체험교육이어야 한다.
필자가 근무하는 중학교에 1학년 학생들로 구성된 '먹거리 지킴이 동아리'가 있다. 식품안전에 대해서 알아보고, 건강한 먹거리를 실천하기 위해서 조직된 동아리이다.
이 동아리 학생들과 지난주 '살충제 계란 문제와 동물복지에 대한 토론수업'을 진행하였다.
학생들이 제시한 해결책은 '고기를 적게 먹자'였다.
그 방법으로 △동물을 사랑하자(동물도 우리 사람과 같이 생명을 지니고 있는 소중한 생물이다) △고기보다 채소를 많이 먹자(비타민을 많이 섭취하고, 지방과 콜레스테롤을 낮출 수 있다) △고기가 우리 몸에 끼치는 해로운 점을 찾자(지방이 많고, 성인병, 콜레스테롤 수치가 상승, 비만을 높인다.) 등이 제시됐다.
'육식, 건강을 망치고 세상을 망친다'의 저자 존 로빈스는 '먹는 것은 즐거워야 하고, 축복이고, 생명과의 친교여야 한다'고 말한다.
학교현장에서는 학교급식과 연계하여 아이들의 올바른 식습관 형성을 위해 '건강, 환경, 배려'를 기본으로 하는 '바른 식생활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바른 식생활은 '식품의 생산에서 소비까지 전 과정에서 에너지와 자원의 사용을 줄이고, 영양학적으로 우수한 한국형 식생활을 실천하며, 다양한 식생활 체험을 바탕으로 자연과 타인에 대한 배려와 감사를 실천하는 식생활'이다.
이번 살충제 계란 사태를 계기로 우리 모두가 사회적·생태적·윤리적으로 바람직한 먹을거리 관계망에 대한 과제를 안게 되었다. 오늘부터라도 나의 식생활, 우리 가족의 식생활을 되돌아보고 조금씩 바꾸도록 노력한다면 좀 더 행복하고 살기 좋기 세상에서 우리 아이들이 성장하지 않을까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