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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답장'에만 관심 보인 언론
 
이윤미 · 전북 이리동산초 기사입력  2017/09/05 [14:54]

우리학교 5학년 아이들은 지난 5월 '촛불로 일으킨 민주주의' 수업을 한 뒤 문재인 대통령께 편지를 보냈다(<교육희망> 690호 참조). 이제나 저제나 답장을 기다리다 지쳐가던 여름방학. 125명의 아이들 집에는 영부인 김정숙 여사의 이름이 적힌 답장이 도착했다. 기쁜 마음에 청와대 답장 소식을 내 개인 SNS 담벼락에 올렸다. 

 

올릴 때에는 기사거리가 될 거라고 예상하지 못했다. 하지만 첫 기사가 나간 뒤 다른 기자들에게 연락이 오기 시작했다. 한 번 나간 기사는 거기서 끝나는 줄 알았는데 이튿날부터 CBS 노컷뉴스, 한겨레, 연합뉴스, 전북일보 등에서 계속 연락이 왔다. 간단한 통화를 하고 나면 바로 기사가 올라갔다. 심지어 포털 메인 뉴스로 등장하기도 했다. 

 

처음에는 '왜 이렇게 관심을 갖는 거지?', '대단한 일인가?' 어리둥절하기도 했지만 아이들이 좋아해서 기쁘다는 생각 정도를 가졌다. 하지만 여기저기서 연락을 받던 유명세(?)에서 벗어나고 보니 기사의 의도와 내용에 눈길이 갔다. 보도된 내용 대부분은 아이들과 수업은 뒷전이고 '친절한 영부인'에 초점을 맞추어 기사를 썼다. 기자들과 인터뷰를 해보면 아이들과 어떤 수업을 했고, 어떤 활동의 일환으로 편지를 보내게 됐는지는 그다지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나는 청와대에 편지를 보냈고 영부인으로부터 답장이 왔다는 것에만 온통 초점이 맞춰진 보도들이 아쉬웠다. 한 기자는 대선 계기수업의 일환이었다는 내 말에 계기수업이 무엇이냐고 되물었다. 교육에 대해 전혀 모르는 기자들이 수업과 관련한 기사를 쓰는구나 싶어 쓴웃음을 지으며 설명해주었다. 

 

사실 나는 기자들이 어떤 수업을 하며 편지를 썼는지 먼저 물을 줄 알았다. 그리고 대선수업을 통해 아이들과 나눈 이야기가 무엇인지 궁금해 할 줄 알았다. 그러나 수업에는 관심이 없었다. 처음 보도했던 기자(현직 교사)만이 아이들이 쓴 편지 내용을 물었을 뿐이다. 보수신문 ㅈ일보의 경우 나와 인터뷰도 없이 기사를 실었는데 내 수업이 어떤 내용인지 알았다면 절대로 안 실었을 것이다.  

 

청와대의 답장으로 아이들도 학부모도 일생일대의 추억이 되었다고 기뻐했다. 나도 물론 기쁘기 그지없다. 아이들이 참여, 소통의 가치를 아는 시민으로 자라는데 '촛불로 일으킨 민주주의'수업이 거름이 되었을 거라고 생각하면 보람되고 어깨가 으쓱해진다. 하지만 마음 한편에 아쉬움이 남는다. 결과보다는 과정이 어떠했는지, 청와대 답장 내용보다는 아이들의 편지 내용이 무엇이었는지 관심을 보였더라면 더 가치 있는 기사가 되었을 것이고 아이들도 그 기사를 통해 한 단계 더 성장할 수 있었을 것이다. 계기수업, 민주주의 수업, 시민교육과 같은 단어가 기사의 핵심이 되었더라면 좋았을 거라는 생각을 하는 건 너무 큰 바람인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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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7/09/05 [14:54]  최종편집: ⓒ 교육희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