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 > 어머 그래요?
필자의 다른기사 보기 인쇄하기 메일로 보내기 글자 크게 글자 작게
[어머 그래요?] '취업률'말고 '민주 시민 교육'
 
김경엽 · 전교조 직업교육위원회 정책국장 기사입력  2017/09/05 [14:50]

 

누구에게나 욕망은 있다. 하지만 적절하지 못한 방식으로 욕망을 표출하면 개인의 망신을 넘어 사회적 문제로 비화되기도 한다. 

 

나는 직업계고 전문교과 교사로 어떤 욕망을 가지고 있을까? 특별히 교육적 가치를 찾을 수 없는 현장실습을 참으로 열심히 했던 이유에는 '취업률'이 있다. 그것이 교육과정과 법률을 제대로 준수하지 않았음에도 직업계고의 정체성을 반영하는 지표라 믿고 싶었다. 취업률이 아이들을 불확실한 미래의 삶에서 빨리 벗어나게 해준다고 믿었고, 취업률 경쟁에 순응하는 나의 행동을 '학생의 가정 형편에 조금이라도 도움을 주고 싶어 하는 순수한 마음'이라고 합리화했다. 

 

돌아보면 직업계고에서 쓸모 있는 교사가 되기 위해 욕구와 욕망을 구분하지 못했던 것도 같다. 성적 좋은 아이들 받아 3학년 1학기까지 수업을 하다가 마지막 2학기는 교사가 아닌 행정가처럼 학생들을 관리하며 시간을 보내고자 하는 욕망 말이다.

 

요즘 교육부는 직업교육의 적폐 중 하나인 산업체 파견형 현장실습 제도를 개선하겠다고 한다. 그동안 교육청 평가에 취업률을 반영하며 학교와 노동현장에 대한 고려 없이 취업률 올리기를 밀어붙이던 이들이 있다. 그들은 이제 지난날은 까맣게 잊은 듯 안전하고 교육적 가치가 있는 현장실습만 시행하라는 말씀을 하고 있다. 분노가 치밀어 오른다. 언젠가 학교 교감의 행태를 비판하는 나에게 어떤 선생님이 보내준 김남주 시인의 '어떤 관료'가 떠오른다.

 

취업률 올리기로 학교는 학생들을 저임금 시장에 내몰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학교를 그렇게 만든 건 교육부다. 그러니 교육청은 좀 봐주시라. 억장이 무너지는 소리가 곳곳에서 들려온다.

 

만약 지난날의 현장실습이 교육적 가치가 있었다면, 교육전문가의 관점에서 제도를 운영했다면 시도교육청들은 지금 교육부의 새로운 현장실습 제도개선 방안에 저항해야 옳지 않겠나. 지금까지 6개월, 심하게는 1년이라는 기간 동안 아이들을 교육이라는 이름으로 학교 밖 회사로 내보냈는데 이를 1개월 이내로 축소하라니 말이다. 하지만 지금 들려오는 소리는 허망하게도 '우리는 그럴 의사가 없었는데 그저 위에서 시키니 한 일'이라는 변명뿐이다. 교육관료 집단들은 김남주 시인이 표현했던 '관료에게는 따로 주인이 없다'라는 말에 너무 잘 맞는다. 

 

나를 포함해 교사인 우리들은 촘촘하게 짜여있는 일정이 쳇바퀴처럼 돌아가는 현실에서 참교사로서의 욕망을 거세당했다. 성찰과 성장을 고민할 여유도 없이 지난 50년간 현재의 시스템으로 직업교육을 해왔다. 이제는 다른 제도로 새로운 세상을 함께 준비하고 싶다. 교사로서의 욕망이다. 나도 학교에서 쓸모 있는 교사이고 싶다. 최상의 교육과정을 고민하고 주어진 기간에 최선을 다해 교육활동에 전념하고 싶다. 지키고 싶은 교육 가치를 끝까지 사수하고 싶다. 그 가치는 학생의 발달에 적절한 교육활동을 통해 학생들을 직업인을 넘어 스스로 존재를 존중하고 더불어 함께 사는 민주시민으로 성장시키는 것이다.

트위터 미투데이 페이스북 요즘 공감
기사입력: 2017/09/05 [14:50]  최종편집: ⓒ 교육희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