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17일로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지 100일이 됐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 아래서도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은 ‘법외노조’로서 활동해야만 했다. 문재인 정부가 전교조와 시민사회가 요구한 ‘법외노조 철회’를 하지 않은 탓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을 ‘파면’시킨 촛불집회(2016년10월~2017년3월)를 이끈 박근혜정권 퇴진 비상국민행동(퇴진행동)은 지난 3월 적폐 청산 6대 긴급현안 과제에 ‘전교조 법외노조 철회’를 포함시켰다.
▲ 전교조는 문재인 정부 출범 100일째인 17일 오전 청와대 앞에서 공무원노조와 기자회견을 열어 법외노조 즉각 철회를 촉구했다. © 최대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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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진행동은 당시 보고서에서 “박근혜와 청와대의 공안통치 과정에 노동조합의 합법적 지위를 박탈당한 전교조의 법적 지위가 하루빨리 원상회복되고 부당한 징계를 받은 조합원의 원직복직도 이뤄져야 한다”며 “정부의 전횡으로 교원의 노동기본권이 부정당하는 일을 미연에 방지하도록 교원노조법을 개정해 교육에 대한 감시와 비판, 개혁 기능을 보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교조가 ‘법외노조’라는 올가미를 쓰게 된 때는 지난 2013년 10월24일이었다. 박근혜 정부의 고용노동부가 “노조 조합원이 될 수 없는 해직자가 있다”는 핑계로 ‘교원노조법에 의한 노조로 보지 아니함’이라고 팩스로 통보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취임한 지, 8개월 만에 14년 된 전교조의 합법성을 강탈한 것이다.
노동부가 법외노조 통보 가능성을 알려온 것은 같은 해 2월 초였다. 지난 2005년 사립학교법 개정 당시 “한 마리의 해충이 온 산을 붉게 물들인다”고 전교조에 악담을 퍼부은 박근혜 대통령이 대통령에 당선이 되자마자, 분풀이하듯 ‘전교조 법외노조’ 계획을 가동시켰다.
이는 고 김영한 전 청와대 민정수석의 비망록에서 확인할 수 있다. 비망록에는 2014년 6월15일부터 12월1일까지 총170일 중 42일에 걸쳐 전교조 동향 점검과 탄압 논의를 했다. 4일에 한 번 꼴이었다.
비망록은 공교롭게도 전교조 법외노조 관련 법원 1심 판결(2014년 6월19일)이 난 이후로 집중됐다. 여기에서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 등은 ‘긴 process 끝에 얻은 성과’ 등으로 표현했다. 1심 선고 전에는 청와대가 '승소시 강력한 집행', '재판 집행 철저히'라는 입장을 세우고 수석과 교육부 차관 등이 참여하는 ‘전교조 판결 이후 대응방안’ 등을 논의했다.
시민사회도 문재인 정부가 전교조 법외노조를 즉각 철회해야 한다고 한 것은 이 때문이었다. 참여연대는 지난 5월18일 ‘대통령 권한으로 결정하고 추진할 수 있는 사회경제 분야 14개 과제’에 전교조에 대한 ‘노조아님 통보’ 철회를 포함시켰다.
참여연대는 문 대통령과 청와대에 이를 보내면서 “전교조에 대한 노조아님 통보 철회는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 사항인 노동존중 사회와 노조가입율 제고를 위한 첫 발걸음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는 현재까지 이를 외면하고 있다. 전교조와 민주노총 등이 청와대와 국회 등과 면담한 내용을 종합하면 문재인 정부는 대통령의 권한을 행사하기 보다는 대법원의 판결을 기다리면서 국제노동기구(ILO)핵심협약 비준과 국내법 개정 등으로 우회하는 방식을 택하고 있다.
민주노총이 지난 26일 청와대와 진행한 노-정 교섭 자리를 위한 사전협의에서도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전교조 사안에 대해 “법외노조 철회 문제는 우리로서는 칼끝에 서게 되는 행위”라며 “즉각 철회는 어렵다. ILO협약 비준 방식을 모색하고 있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와 국정기획자문위원회가 지난 7월19일 발표한 ‘문재인 정부 국정운영 5개년 계획’ 국정 100대 과제에도 전교조 법외노조 철회 등 노동자들의 노동조합 할 권리에 대해서는 내용을 제대로 담지 않았다.
전교조는 ‘지금 당장, 법외노조 철회’를 다시 촉구했다. 전교조는 18일 오전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공무원노조와 공동으로 연 기자회견에서 “정치적 계산에 빠져 당연한 과제를 차일피일 미루는 것은 노동존중 사회를 표방하는 정부가 취할 태도가 아니다”며 “문재인 정부는 법외노조 통보라는 오류를 행정부 권한으로 즉각 시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창익 전교조 위원장은 “전교조 법외노조 철회가 이뤄지는 않는 한 교육개혁은 제자리걸음일 수밖에 없다. 의지를 확인되지 않으면 새로운 투쟁을 준비하겠다”고 밝혔다. 노동부 통보에 대한 법원 결정에 따라 합법과 법외를 오간 전교조는 현재 대법원 판결을 앞두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