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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 우리 안에 내면화된 서열 구조
교과중점학교 또 다른 서열화
 
운영자 기사입력  2017/07/26 [16:18]

며칠 전에 자녀가 과학중점학교 일반 이과에 재학 중이라고 하는 학부모 한 분의 전화를 받았다. 과학중점반 학생들과 일반 이과 학생들에 대한 내신 공동산출이 불공정한 것이라며 어떻게 해야 하냐며 질의를 하는 내용이었다.

학교에서는 일반적으로 같은 단위의 동일교과목을 이수하는 경우 학교 내 이수 학생 전체를 대상으로 내신을 산출하고 있다. 따라서 과학중점반 학생들과 일반 이과나 문과 학생들의 내신 산출을 함께 하는 것은 나름 합법적이고 합리적이라고도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문제는 같은 학교에 다니는 학생임에도 과학중점반 학생들은 선발과정, 학급 편성과정에서 별개의 계열로 독립되어 있다는 데 있다. 학부모의 항의도 그런 면에서 보면 나름대로 이유가 없는 것은 아니다.

이전에 과학중점학교에 근무하면서 많은 문제점을 느꼈고 과학중점학교 재지정을 신청할 때도 반대 의견을 제시하면서 싸워봤지만 실패하고 말았다. 중점반 학부모들의 기득권 지키기와 조합원들조차 입시경쟁이 심화하는 구조 속에서 그나마 우수한 학생들 유치하고, 대학 잘 보낼 수 있는 제도라는 생각을 하고 있는 마당에서 한계가 드러나고 만 것이다.

 

학부모의 항의를 들으면서 단순히 내신 산출의 유불리만의 문제가 아니라, 본질적으로는 학교 내 서열화가 더 심각한 문제라는 생각이 들 수밖에 없었다. 최근 자사고, 외고 등 특권학교 폐지를 둘러싸고 논란을 벌이고 있지만, 일반 고등학교 내의 서열화 또한 심각하게 다루어져야 할 사안이다. 자율학교라는 명목으로 선발과 교육과정 편성을 별도로 하고, 교육청 예산, 지역청 특별지원 예산 등이 중점학급 학생들에게 편중되는 과정에서 학교 밖이 아니라 학교 안에서의 서열화, 차별, 일반 학생들이 느끼는 위화감 등은 더욱 직접적인 문제이기 때문이다.

 

진보교육감들이 한목소리로 특권학교 폐지를 요구하고 있고, 문재인 정부도 폐지로 방향을 잡고 있다. 그러나 정작 일반 학교 내에서 형성되고 있는 서열화, 특권교육에 대해서는 모르거나 외면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든다. 심지어 이재정 경기교육감처럼 자사고, 외고를 폐지하겠다면서 폐지의 대안으로 교과중점학교 확대·강화를 표방하여 논란이 되기까지 하는 형편이다. 서열화의 문제를 학교 대 학교, 지역 대 지역의 문제로만 인식하고 있다면 그 인식의 기본 철학은 무엇인지 궁금하다.

 

교과 중점학교는 이명박 정부 시절 고교다양화 정책과 함께 들어온 신자유주의 경쟁 철학, 수월성, 기능적 인간으로의 수단화를 지향하는 교육 정책의 산물이다. 최근 새 정부에서 도입하려고 하는 고교학점제, 자유수강제와도 맥이 닿아 있을 수밖에 없다. 이미 전국적으로 과학중점학교만 100개가 지정되어 있는데 올해 교육부에서는 73개교를 새로 교과중점학교로 지정했다고 한다. 교과중점학교는 도입 이후 점점 더 다양한 교육 과정으로 나타나고 있는데, 문제는 학생부 종합전형의 확대와 맞물리면서 이러한 교과중점학교들의 공통적인 기본 목표가 대학입시에서 좋은 성과를 내는 데에 집중되고 있다는 데 있다. 입시와 관련이 있다 하더라도 예술, 체육 중점학교 등은 서열화나, 경쟁 교육과 관련하여 상대적으로 큰 문제가 아닐 수도 있으나(물론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 영어, 수학·과학중점학교, 자공고, 거점학교 등 주지교과를 중심으로 교육과정이 편성되는 학교는 학교 내 서열화와 경쟁을 부추기는 큰 문제를 안고 있다.

과학고·외고·국제고 등 특목고, 자사고, 일반고가 학교 간 서열이라면 일반고 내에서의 중점학급, ·이과는 학교 내 특권층을 형성하고 서열화 된 집단을 만드는 것이다. 그런데도 학부모, 학생, 교사 모두가 입시경쟁구조에 사로잡혀 큰 틀에서의 문제를 인식하지 못하고, 단순히 자신들의 성과와 이해관계로만 사고하고 행동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우리는 다시 돌아봐야 한다. 한국 사회의 교육 전체를 먹이피라미드처럼 만들고 층층이 우리 모두를 규정하고 있는데도, 조금 더 상위에 있을 수 있다는 안도감만으로 살아간다면 평등하고 행복한 세상은 점점 더 멀어질 뿐이다. 특권학교 폐지를 외치면서도 내 곁에 가까이 있는 서열화와 경쟁주의는 내면화되어 버려 잊고 사는 것은 스스로 반성해 볼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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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7/07/26 [16:18]  최종편집: ⓒ 교육희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