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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 개] 마음 가는 대로 읽는 책
 
송승훈 · 광동고 교사 wintertree91@hanm 기사입력  2017/07/11 [15:07]

 

지쳐서 녹초가 될 때쯤에 방학이 시작된다. 더운 여름날에 집에서, 동네 도서관에서, 휴가지에서 읽을 만한 책을 소개한다.
 

맨 먼저 가슴 아픈 이야기를 소개한다. 학기말 업무에 녹초가 된 몸에 슬픈 책으로 마음의 양식으로 주자. 김애란이 쓴 <바깥은 여름>은 작가가 어디서 이렇게 가슴 아픈 이야기를 모아왔을까 싶은 책이다. 책 속의 단편들 중에서 '건너편'이 제일 충격이다. 공무원 시험 학원에서 여자와 남자가 만난다. 자기 관리를 잘하는 여자는 다음해에 시험에 붙고 남자는 떨어진다. 남자는 그 다음해, 그 다다음해, 그 다다다음해에도 시험에 떨어진다. 이제 여자는 두 달 전부터 남자에게 헤어지자는 말을 하려고 준비했으나 계속 하지 못하고 있다. 요즘 주변에서 심심치 않게 찾아볼 수 있는 경우이다. 한 쪽은 임용시험에 붙고, 다른 쪽은 떨어져서 어려워하는 연인들을 보면 마음이 아프다. 같은 책에 실린 '노찬성과 에반'은 부모가 일찍 죽고 할머니 손에 크는 아이가 버림받은 늙은 개를 키우며 일어나는 이야기인데, 역시 슬프다.
 

보통사람들이 어떻게 사는지 알아보려면, 노동문학을 읽으면 된다. 이인휘가 쓴 <건너간다>은 동네마다 있는 작은 음식 공장에서 일하는 아주머니들 이야기다. 작은 공장에서 사장이 사람들을 유치하게 괴롭히는 모습을 보면, 그 광경이 참 익숙하다. 이 소설에 나오는 음식 공장에 다니는 아주머니와 아저씨들은 바로 우리 학생들의 어머니와 아버지들이다. 이 소설은 애달프고 뜨겁다.
 

방학을 맞아 교육용 책을 찾는다면, 천정은이 쓴 <당신의 교육과정-수업-평가를 응원합니다>가 최근 나온 책 중에서 눈에 띈다. 광주 신가중 선생님들이 학교 안에서 수업을 바꾼 이야기다. 혁신학교 책들이 내용은 좋은데 글이 거칠어서 잘 읽히지 않는 경우가 많은데, 이 책은 술술 잘 읽힌다. 짧은 기록 영화를 보는 느낌으로 편안하게 읽히는 책이다. 학교 안에서 수업혁신을 하고자 하는 사람이 보면 좋다. 이렇게 잘 읽히는 책이 더 많이 학교 현장에서 나오면 좋겠다.
 

똑똑해지고 싶으면, 미국 클린턴 정부 때 노동부 장관을 한 세계적인 경제학자 로버트 라이시가 쓴 <로버트 라이시의 1대99를 넘어>를 한 권 사서 보자. 양극화 해결을 방해하는 거짓 논리를 파헤친 책이다. '경제'자가 들어가는 단체와 신문들이 퍼트리는 논리들이 어떻게 사실이 아닌지를 알기 쉽게 밝혔다. 저자가 쓴 책 중에서 이 책이 가장 쉽다. 사람들이 빠져 있는 왜곡된 대중 논리를 극복하고자 저자가 마음을 단단히 먹고 쓴 책이기에 그렇다. 논리적인 책이어서 사두고 밑줄 그으며 보아야, 나중에 누구에게 이야기할 때 써먹을 수 있다. 학교에 오는 무가지인, 재벌들의 논리를 편파적으로 담은 매경의 생글생글을 보고 이게 아닌데 생각해온 교사라면 로버트 라이시의 책이 도움이 크게 된다. 이 저자는 엄청 저명한 학자여서 책에서 나오는 내용이 신뢰도가 높다.
 

정신없이 바쁘다가 방학이 되자, 문득 인생이 뭔지 생각이 들고 가슴에 바람이 불 수도 있다. 사춘기를 맞은 교사에게는 김두식이 쓴 <다른 길이 있다>를 건네주고 싶다. 여러 유명한 사람들과 만나 인생 이야기를 인터뷰한 내용이다. 방학 때 가만히 앉거나 누워서 책을 펼쳐들면, 인생을 느낄 수 있다. 나이가 들어가며 내 삶에 무엇을 남기고 사라질까 방황하는 마음이 되었을 때, 곁에서 말벗이 되는 책이다.
 

어째서인지 영혼마저 지친 교사에게는 공지영이 쓴 <딸에게 주는 레시피>를 권한다. 유명한 작가가 이렇게 어려운 일을 많이 겪었는지 몰랐다. 상상 이상이다. 상처 입은 사람에게는 남 안 되는 이야기가 위로가 된다. 첫 번째 이혼하고 친정집에 돌아왔을 때, 작은 방에서 날마다 소주 한 병씩을 마셔야 잠이 왔다는 사연을 읽으며, 작가에게 미안하지만 우리는 힘을 얻는다. 자신이 헐벗고 상처 입은 순간들에 대해 이야기하며, 삶에서 깨달은 내용을 전하는데 종교적인 경건함이 느껴진다.
 

마지막으로, 남의 자식 가르치다가 내 자식을 제대로 못 가르쳤네 하고 생각이 드는 교사에게 권하는 책을 소개한다. 초등학생 자녀가 있는 교사라면, 이오덕이 쓴 <어린이는 모두 시인이다>를 보자. 이 책을 읽고 나면 자기 아이가 쓴 글을 가져와서 보고 가만히 생각에 잠기게 된다. 어떻게 가르쳐야, 이 아이가 잘될까 길을 알려주는 책이다. 그럴듯하게 예쁜 말을 쓰면 엉터리가 되고, 사는 이야기를 일상생활에서 쓰는 말투로 써야 글이 훌륭해진다고 알려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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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7/07/11 [15:07]  최종편집: ⓒ 교육희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