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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이야기] 영어캠프 가장한 영어군대
 
노미경 · 경북 화동초 기사입력  2017/07/11 [15:02]

 

상주시 관내 읍면지역 초등학교들은 지난달 시 지원으로 4박 5일 영어캠프를 다녀왔다.
 

방학 중 희망자에 한해 유료로 진행되던 영어 캠프는 최근 2~3년 사이 지자체가 읍면지역 초등학생에 대해 1인당 40만원이 넘는 참가비를 전액 지원한다는 방침을 세우면서 6학년 학생들의 4박 5일 영어 캠프를 교육과정에 넣어 학교 차원에서 아이들을 보내는 사례가 늘고 있다.  
 

하지만 영어 캠프 일정이 학교 혹은 학년 교육과정 운영 계획 수립이 완료된 지 한참 뒤인 5월 중순에 학교로 통보되면서 학교는 이미 세운 영어 수업 시수 부족이나 진도에 쫓기는 어려움을 겪게 된다. 5~6학년은 연간 102시간의 영어 수업시수를 이수해야하는데 영어마을에서 배우는 35시간과 상주시 관내 영어타운에서 진행되는 10시간 수업, 시수의 절반에 달하는 총 45시간의 수업이 학교 영어 교과와 연계되지 않은 상주시 운영 영어 프로그램에 할애되기 때문이다.
 

타 과목 수업 결손까지 감수하며 7일 동안 진행되는 영어몰입 교육이 아이들의 영어 실력을 얼마나 향상시키는지 효과도 미지수다.
 

공문에 따르면 영어캠프는 원어민 수업으로 진행되며 입소 전 온라인 레벨 테스트와 입소 당일 구술 테스트로 반 편성을 한다고 했지만 실제 아이들을 인솔해 가보니 10개 시군 지역 학교 별 학급 편성이 되어 있었다. 참관하는 교사들조차 모두 알아들을 수 없는 원어민 수업에 아이들은 눈치껏 아는 것만 대답하고 모를 땐 가만히 있는 식으로 참여하거나 딴 짓으로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한 학생은 '수행평가를 했는데 매우 만족을 찍으면 숙소 자유 시간을 늘려준다고 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했다. 
 

이곳은 영어마을이라 영어에 접촉할 수 있는 물리적 환경들이 잘 구성되어 있지만 5~6학년 학생들은 아직 부모와 담임교사의 보살핌과 지도가 필요하다.
 

그런데 수업시간은 말도 안 통하는 원어민과 시간을 보내고 수업 이외의 시간에는 '가이드'라고 불리는 대학생들이 강의실, 식당, 숙소 등으로 학생들을 인솔 한다. 어디를 봐도 정규교사는 한명도 보이질 않는다. 다음 강의실로 이동하고도 수업 시작할 때까지 문밖에 서서 기다린다. 학습도 힘든데 쉴 수 있는 공간이나 시간적 여유가 전혀 없다. 공부시간 외엔 다 대기시간이다.
 

영어캠프 기간 동안 아이들을 보며 영어캠프가 아닌 영어군대를 보냈다는 느낌을 받았다.
 

이 기간 동안 내가 가장 많이 들은 말은 가이드의 '앉아', '줄맞춰'였다. 게다가 어디에도 경력이 있어 보이는 관리자 같은 사람은 보이지 않았다. 이 체육관에 무슨 일이 있을까마는 만일 아이들에게 무슨 일이 생긴다면 경험 없는 어린 가이드들이 어떻게 대처할지 걱정스럽다.
 

학교는 학생들의 영어 캠프 참가 신청만 받을 뿐 입소 뒤 담임교사나 교육청의 관리 감독은 전혀 이루어지지 않는다. 사기업인 영어마을 운영 주체에 5일간 아이들 교육과 안전, 생활지도를 고스란히 맡기는 상황.
 

'여긴 정말 별로다. 선생님들은 계속 소리만 지른다. 내가 여길 왜 온다고 했는지 모르겠다. 그렇다고 영어 실력이 좋아지지도 않는다. 내년 6학년들은 여기 오지 않았으면 좋겠다. 왜냐하면 정말 쓸데가 없기 때문이다' 한 아이의 소감문을 읽으며 이 캠프가 아이들의 영어교육에 어떤 도움이 될지를 다시 한 번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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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7/07/11 [15:02]  최종편집: ⓒ 교육희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