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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비고츠키!] 나의 성장 보고서
 
비고츠키교육학실천연구모임 기사입력  2017/07/11 [15:00]

 

바야흐로 평가의 계절입니다. 과정 중심의 수행평가가 수시로 이루어지고 있지만, 1학기 생활을 갈무리하는 이즈음이면 교사들은 그간의 과제물을 수합하고 평가하느라 분주합니다. 시험지, 보고서, 포토폴리오, 공책, 체크리스트, 그리고 작품들까지 온갖 다종다양한 것들이 책상을 한차례 휩쓸고 지나갑니다. 학생들의 성취수준과 도달 정도는 특정한 기호로 변환되어 평가기록부나 엑셀파일에 차곡차곡 쌓이지요.
 

평가가 선발과 분리, 통제의 수단이 아니라 학생들의 성장과 발달을 돕는 것이어야 하고, 협력적인 수업과 연계하여 '교육과정-수업-평가'가 선순환적으로 통합되어야 한다는 주장은 이제 널리 통용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평가 패러다임의 전환은 "경쟁교육 폐지, 일제고사 거부"를 외쳤던 일제고사 투쟁의 결실입니다. 그리고 비고츠키 교육학은 인간 발달에 대한 과학적인 설명으로 힘을 보태주었지요.
 

인간 발달은 생물학적 존재가 사회적 관계를 토대로 하여 문화역사적인 인격적 주체가 되어 가는 과정입니다. 그것은 가능태가 현실태로 실현되는 씨눈 속 배아의 생장이 아니라 역동적인 동물종의 진화입니다. 아이가 낯선 환경에 직면하여 능동적으로 적응하는 과정인 것이지요. 그 속에서 이전의 주체에게는 없던 새로운 것들, 이를테면 옹알이, 말, 생각, 자유의지 등이 발생합니다. 새로운 낱말을 알게 되고, 생각하는 법을 배우고, 익힌 것을 실제로 수행하는 과정에서 저절로 되는 것은 없습니다. 결을 거슬러 올라가보면 숱한 만남과 관계 속에서 누군가의 가르침이나 앞선 행동, 혹은 함께 한 체험과 모방들이 켜켜이 쌓여 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학기말이나 학년말에 학생들에게 '나의 성장보고서'를 써보게 하는 것은 어떨까요? 학생들의 발달 수준에 맞추어 새로 알게 된 것, 예전에는 못했지만 현재 할 수 있는 것, 친구들과 함께라면 할 수 있는 것, 오롯이 혼자 할 수 있는 것, 예전과 달라진 나의 생각과 행동을 글로 정리하는 것입니다. 오늘의 나를 어제의 나에 비추어 의식적으로 파악하게 되고, 내 안에 나를 만든 무수한 사람들이 있음을 지각하는 시작점이 될 것입니다. "나도 이제 마음만 먹으면 글씨를 잘 쓸 수 있어요. 그리고 내 의견에 반대하는 사람의 말을 듣고 화내지 않고 말할 수 있어요." 나를 성찰하는 귀한 시간이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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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7/07/11 [15:00]  최종편집: ⓒ 교육희망